요즘에는 이명박과 이건희에 대해 글을 쓰자면 왠지 머뭇머뭇거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나 이거 선거법 위반은 아닌지 혹시나 삼성 전략기획실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항상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알면 알수록 겁이 많아진다고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안하면 오히려 정신건강에 안좋으므로 또 글을 써봅니다.
이명박과 이건희는 한 살 터울로 환갑의 나이를 훌쩍 넘긴 노인들입니다. 아주 파워풀한 노인들이죠. ^^ 둘이 걸어온 인생길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어느덧 인생의 황혼길에서 자꾸만 둘의 인생이 오버랩되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길이 없습니다.
이명박은 일본 오사카출생에 포항에서 자라 동지야간상고를 졸업한 이후 병역면제를 받은 후 20세에 고려대에 입학합니다. 이건희는 대구출생에 서울에서 자라 서울대 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아마도 역시 병역면제를 받은 후 20세에 일본 와세다대에 입학합니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대부분 잘 아시듯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재벌기업의 성공스토리입니다. 이명박의 경우 그가 과연 현대에서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 여전히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부분 고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셨더라면 더 확실했을 테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도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반면 이건희 경우 그는 분명 삼성이라는 국내재벌기업을 세계적 제국적 기업으로 확장시킨 삼성의 오너입니다.
삼성과 현대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필생의 라이벌이자 앙숙이기도 하고 때론 파트너가 되기도 하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고 정주영 회장이 대선출마이후 급격하게 무너지고 이후 두 아들역시 정치의 격랑속에서 큰 타격을 입으면서 현대라는 거대한 제국은 사실상 개별 기업위주로 어느 정도 독립파편화되어 있는 편입니다. 반면 삼성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1등입니다.
지금에 이르러 이명박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고 이건희는 그의 영원한 제국을 그의 아들에게 물려주려 하고있습니다. 이제 그들 인생의 절정기이자 황혼기에 그들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격랑의 소용돌이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과연 임계점에 다다른 대폭발인지 아니면 또다른 미풍에 불과한 작은 소동에 불과한지는 머지 않아 판명이 날 것 같습니다.
이명박의 경우 그의 보스인 고 정주영 회장의 뒤를 쫓아가는 중입니다. 물론 그가 현대에서 나온이후 실제로 그가 쫓아간 이는 YS였습니다. YS를 따라서 92년 민자당 전국구의원이 되었고 96년 종로 지역구의원(노무현을 이기고)이 되었으나 이내 선거법위반으로 자격을 박탈당하고 물러납니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휴지기 동안 그가 만난이가 바로 그 김경준인 것 입니다.
지금에서 제일 궁금한 점 중의 하나는 2000년 김경준과 동업을 할 때 그가 과연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있었느냐 하는 점 입니다. 만약 그때당시 그가 서울시장과 대권까지 모두 노리고 있었다면 굳이 무리수가 될 것이 뻔한 그런 금융투자를 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론 당시 이명박은 서울시장과 대권까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은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금융분야에서 화려하게 재기하여 그가 진정 실력있는 자임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후의 진행은 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와 노력이 그의 치세동안에 사실상 거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삼성은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기업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그 브랜드가치를 인정받는 일류기업입니다. 그의 1등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동기부여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자신에게서 나온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없는 다음 세대에 대한 그의 걱정과 노심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초일류기업을 그의 아들에게 완전하게 세습하고자 했던 이건희의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욕망이 모든 문제의 단초였습니다. 문제는 그의 아들 이재용에게 그의 권력을 완전히 세습하기에는 삼성이 너무 커버렸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세법대로 이건희의 모든 재산을 이재용에게 다 물려준다해도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재산으로는 삼성전자 하나조차도 완전히 지배할 수 없을 정도로 삼성은 너무 거대합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상속을 통해 삼성의 권자에서 내려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하는 문제말입니다.
그는 아마도 후자를 선택했었던 것 같고 그렇게 결정한 이후로는 모든 것이 꼬여버렸습니다. 적어도 김용철 변호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시간속에 묻혀버릴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에게는 약 한달 여의 시간이, 이건희에게는 앞으로 수개월,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최후의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20세기를 21세기 초엽에 끙끙대며 마무리하려는 대한민국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