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스피드 광인 적도 있었습니다.
서울 동서울 에서 대전 톨케이트까지 53분에 주파한 것이 제 최고 기록입니다.
승용차를 버린 지 이제 10년쯤 된 거 같습니다.
굴릴 능력이 없는 게 첫째 이유이고
승용차를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차량 만 보일 뿐이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요.
쓸데없이 욕만 늘고...^^
요즈음은 사람 냄새 나지 않으면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주)사람향기입니다.
저의 교통 수단은 버스입니다.
아무리 보고 싶은 친구라고 해도 애써 틈을 내지 않으면 만날 수 없지만
얘는 어김 없이 하루에 두 번은 만납니다.
게다가 기분까지 좋은 녀석이지요.
요즈음 천호대로는 버스 전용 중앙차선이기 때문에
아무리 차가 막혀도 거침이 없습니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앞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
배기가스 마셔 가면서 낑낑대는 승용차를 보면 안쓰럽기 조차 합니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내달리는 버스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릅니다.
버스를 타는 맛은 출근 때보다 퇴근 때 있습니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차창에 김이 서립니다.
김이 서려 있는 차창은 소프트 필터를 끼운 일안 렌즈 카메라가 됩니다.
버스 속의 사람들은
일상의 고단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같이 고개를 떨구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60분이 제겐 너무나 즐거운 시간입니다.
김이 서린 차창을 통해 쉴새 없이 터지는 불꽃놀이를 마음대로 즐길 수 있거든요.
백열등은 황금 빛으로 부서지고
수은등은 눈송이처럼 하얀 빛으로 흩어집니다.
그 사이 사이 파란 네온등이 배경으로 깔리고
빨간 간판등은 또 다른 불꽃을 피워냅니다.
출퇴근 길 하루 2시간.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고 나면
인생의 12.5%를 차지하는 아주 귀중한 시간입니다.
졸고 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인생의 1/3은 생존을 위해 삽니다.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데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아서 입니다.
그리고 1/3은 돈 버는 데 쓰고 나머지 1/3은 재미를 위해 씁니다.
추구하는 재미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책 보는 재미,영화 보는 재미, 술 마시는 재미,운동 하는 재미
차 마시는 재미,글 쓰는 재미,음악 듣는 재미,여행하는 재미,남령초 피우는 재미
이거 저거 들여다보는 재미,생활 정치하는 재미로 삽니다.
(사랑하는 재미가 빠졌네요)
안 그래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재미 없는 일 뭐 하려 합니까?
시민광장 재미있게 합시다.
선거도 재밌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