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 스페셜 대폿집 토크를 잘 봤습니다. KBS가 오랫만에 참 신선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더군요. 당대의 정치 논객들이 허름하고 소박한 대폿집에서 막창과 소주를 곁들이면서 시대에 대해서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새로웠습니다.
유시민, 홍준표, 노회찬, 정범구 그리고 사회자는 조영남, 나름대로 구성이 알찼던 것 같습니다. 비록 짧은 1시간 안에 주요 장면을 편집해놔서 너무 짧아 안타깝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폿집의 분위기와 취중진담 토크의 분위기를 잘 잡아낸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유시민을 보기위해 기다렸던 지라 여러모로 유시민이 가장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 경선에서의 고통과 좌절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 소탈하고 솔직하고 사려깊고 정감있는 유시민이었습니다. 장관, 국회의원, 당 최고위원까지 지낸 일국의 정치인에게서 이런 소박하고 친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국민으로서의 행복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홍준표는 예나 지금이나 횡성수설이 여전했지만 그래도 소주한잔 들어가니 귀여운 구석이 있더군요. 노회찬은 특유의 재치와 해학으로 좌중에 웃음을 안겨주었지만 그 지독한 엘리트의식은 여전했습니다. 정범구 이 사람은 목소리 만큼이나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진지한 모드로 시중일관 깽판을 놓더군요. 아마도 문국현이랑 같은 과인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조영남은 왜 사회자로 나온건지 당췌 이해가 안 되더군요. KBS에서 일부러 조영남을 캐스팅했을 거라곤 믿기지 않는데 말이죠. 하여튼 이양반도 횡성수설하기는 홍준표랑 비슷하더군요.
유시민에게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잘난체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고 젠체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보이는 특유의 장점이 여과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드러난 점인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유시민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번 경선을 통해서 더 많은 경험과 연륜을 쌓아올린 것도 같고요.
가끔씩 시민광장에서는 유시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많은 얘기를 합니다. 유시민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며 많은 주문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에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동안 유시민에게서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꼈던 것 만큼이나 아직도 더 배우고 느껴야할 것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유시민은 저에게 여전히 좋은 스승입니다. 그를 지지하고 좋아하기 이전에 그에게서 더 많이 배울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