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시민 의원이 말했죠. '제발 대화가 되는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 달라고'. 그래서였을까요. 생떼꾼들은 빼고 얼추 임자들끼리 만난 취중수다였던 것 같습니다.
'수다'...여성들의 전유물은 아니죠. 요즘은 오락프로그램을 봐도 남자들의 수다 정말 못말릴 정도로 재밌더라구요. 꼬리에 꼬리잡기 하며 밀렸다 싶으면 사알짝 되치는 솜씨하며, 지그재그 할말 다해야 속이 시원한 수다 여성 전유물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을 향수가 되는 게 아닌가 어떨땐 섭할 정도로요. 확실히 시대가 변했어요.
남자들, 그것도 한 주장, 한 성질 한다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취중수다를 뒤로가 아니라 건강하게 앞에서 듣는 재미, 거 괜찮대요. 스페셜 게시판 보니까, 신선하고 좋다는 의견이 대세인 것을 보면 누구나 그 직업, 그 사람의 이면이 궁금했던 게야.
그러나 대폿잔을 기울인들 자기가 누구인지 잊겠습니까, 느슨함 속의 경계랄까 묘한 긴장감도 좋았구요. 무엇보다 누가 뭐라든 아직은 세상을 고민하는 정치인들의 진솔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는 사람도 닫힌 마음 한편이 저절로 이완되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영남 - 이 아저씨가 왜 여자들한테 그것도 젊은 여자들한테 인기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었죠. 어제 알았어요. 독특한 개성에서 뒤라면 서러운, 논리와 해학의 질감이 가볍지 않은 정치인들 속에서, 진행자란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은근히 이슈를 던지고 적절히 정리하는 카리스마가 꽤 있더라구요. 포스만땅의 정치인들에 절대 밀리지 않던데요.
홍준표 의원의 굳이 구분하려는 기업인으로서의 이명박과 문국현의 도덕성의 차이를, 조영남과 원더걸스로 정리하며 인기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할 땐 웃음이 터졌어요. 음. 이런면이 있었네. 알았어.~ 무엇보다 유시민 의원 말을 경청하고 자주 마이크 준 것땜에 더 좋게 보였는지도.^^
홍준표 - 이 사람 가끔 좀 난감하죠. 사뭇 비한나라적인 것 같기도 하고, 철저히 한나라적인 것 같기도 하고. 몸은 비단에 쌓여 있으면서 약자에 대한 눈길은 거두지 않는, 어쩌면 그만큼의 이율배반조차 없다면 세상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도 저 사람쯤 되면 갖지 않을까 가끔 위안, 가끔 냉소 그런 복잡한 기분 들게 하는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능구렁이처럼 40년 기업인이 일반인들처럼 깨끗할 수 있었겠느냐는 노골적인 표현으로 이명박 후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변론 잘해 준 것 같아요. 아, 이 죽일놈의 세상.^^
노회찬 - 정치풍자, 해학의 달인이죠. 이 양반은 현실정치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때 쯤 되면 개그프로의 정치풍자 코너 하나만 맡아도 평생 밥벌이는 될 것 같구요. 단독프로를 맡아도 정치토크쇼의 새장을 열 것 같은 정치해학 분야에 만만찮은 내공을 지녔죠. 어제도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강한 것이 아닌가 한다는 유시민 의원의 말에 '폭주족 피하려다 과속차에 치이면 어떡하냐'는 말로 술판도 시청자도 웃게 만들었지요.
이에 가만 있을 유시민 의원이 아니죠. “참여정부는 시계가 잘 안 맞았다. 그런데 시계 안 맞는다고 (한나라당으로) 바꾸면 그냥 그 자리에 멈춰있을 것이다”란 말로 홍준표 의원을 되려 살짝 열받게 하기도. 요런 재미.^^. 노회찬 의원에겐 진보적 세상에 대한 변함없는 갈망이 있다는 게 어쨌든 내눈엔 좋아 보입니다. 구호와 실제 삶이 다소 낯선 반 부르주아 권영길 후보와는 좀 달라 보이죠.^^
정범구 - 시사프로 진행하더니 언제 문국현 후보 쪽에 가 있었나 봐요. 그쪽에 관심이 넘 소홀했나 반성했답니다.ㅎ. 매스컴으로 이름 얻어 큰 정당에 쉽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보다 사람중심의 경제라는 문쪽 캠프에 가 있는 걸 보니 별루 미워 보이진 않던대요. 문후보가 경로당이나 시장같은 자영업자들 앞에서도 일자리 노래만 불러서 당혹스럽기도 하다는, 그만큼 간절하게 일자리를 만들고 싶은 일관된 의지 때문 아니겠느냐는 역설엔 출연으로 손해본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시민 - 우리의 유시민 의원, 스페셜 게시판 보니까 내내 고기굽고 자르는 걸 보니 그 사람의 새삼스런 모습이 보였다는 내용이 많대요. 이제 알았냐 말야. 울 의원님 얼마나 소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인데. 말 안통하는 정치판이 사람 까칠하게 한 거지. 보라말야. 얼마나 솔직담백 따뜻세심 하드냐 말야.~
'정치인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들어주고 해야 한다'는 말엔, 좋은 업적 가지고도 민심과 소통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떠 올라 착잡도 하고, 그는 이미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다는 확인에 누추한 현실에도 우리는 희망을 꿈 꾸는 것 아니겠는가 새삼 위안했지요.
한다 난다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유시민 의원이 가장 근사해 보이는 이유는, 솔직하다는 것, 당당하다는 것, 변명하지 않고 반성한다는 것, 분석한다는 것, 대안을 마련하려 노력한다는 것, 국가의 거시적 발전과 국민의 미시적 삶을 나눠 보지 않는다는 것, 기본적으로 냉철하되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거구제와 관련하여 '생산라인이 나빠서 불량정치, 불량정치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에 시청자 모두 공감했을 테지만, 실제 생산라인을 바꾸려 얼마나 참여하고 노력할른지는 항상 우리사회가 떠 맡은 공동의 숙제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이제 정치에 대한 냉소를 버리고 더 넓어진 가슴으로 정치판과 세상을 품기 시작한 유시민 의원을 보면서, 지지자인 나도 내가 하고픈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해야 한다는 각오도 새삼 하게 되었더랍니다. 그게 뭘까요? 착하게 사는 것?^^
- 사실 어제 토론으로 어느 후보가 득을 보았는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취중토크후 다시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갔겠지만, 교육이 무너졌다고 해도 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있고, 가장의 자리가 없어졌다는 한탄에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새아침을 여는 가장이 있으며, 정치엔 이미 그들밖에 없다는 냉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쉬임없이 우리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세상은 살만한 거 아니겠어요. 2007.1219의 주인공이 누가 되더라도 말예요. 취중에 낙관한다고 야박하게 화내진 마시길~ 어제 분위기가 좋았기에 저도 덩달아 바늘을 뺐을 뿐이니까요.
고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너무나 이쁘고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5년후 완벽하게 날아오를 활주로 건설을 위해 오늘도 우리가 소통하며 시민광장에 매진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유시민 의원님 사랑합니다. 요-만큼 빼고 나머지 전~부~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