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 맞선을 보게 되었다.
처음만나는 남녀가 각자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탐색하는 어색한 자리를 되도록이면 피하는 처지였는데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입장에서 다소 조급했던지라 어쩔 수 없이 맞선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녀는 평범한 인상이지만 나름대로 커리어우먼으로써 당당하고 생활력을 갖춘 여성처럼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의 관심사로 주제가 넘어갔을 무렵
대선정국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녀왈 본인은 정치에 무지하지만 오세훈시장이 잘생겼다. 이명박은 인상이 별로다. 보통 20대 30대 여성의 평범하고 소박한 정치관을 털어놨다. 그러던와중에 유시민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그녀는 안색이 굳어지면서 유시민 똑똑한거는 알겠는데 말 함부로 해서 자기는 너무 싫단다.
나는 그에 대해서 일부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대중의 오해이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은 놀라운 지성과 올바른 철학. 그속에 유머와 재기발랄함도 갖추고 무엇보다 어려움을 회피하지않고 돌파하는 소신은 당대 정치인중에 최고라고 강하게 쏴붙였다. 상대측은 나의 단정적인 언사에 움찔한 거 같았다. 나는 뻣뻣해진 분위기를 정리하고자 다소 장황한 부연설명을 했다.
현대민주주의가 시장 자본주의와 동조화되면서 마케팅적인 정치력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아무리 상품이 훌륭하다고 해도 광고와 홍보에 의한 이미지 설정이 부적절해서 대중의 기호 또는 요구와 어긋나면 시장에서 외면받듯이 정치인이 반듯하고 정책이 좋아도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면 유권자와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 또한 그 정치인의 정치력의 결함이다. 이런 취지로 설명겸 잘난척좀 떨었다. 물론 나의 기세에 놀란 그녀를 너무 몰아세우고 탓하지 않으려는 배려차원 성격도 있다.
유시민이라는 거대 지성인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나도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식하다는 평을 듣는 처지라 마음 놓고 잘난척을 떨었는데 그게 먹혔나보다 그 뒤로 몇번 더 연락이 왔다.
각설하고
지금의 대선정국은 한국사회의 수준이다. 아니 미국도 부시같은 말썽쟁이를 두번이나 대통령으로 뽑아주지 않았던가. 그 전에 70년대에도 베트남전의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도덕적으로 흠이 많은 닉슨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주지 않았나.
인간사회는 원초적으로 모순과 부조리와 오류를 안고있다.
노무현대통령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명박이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한국사회 대중들은 정권을 바꾸고싶어하는 욕망이 강렬하다. 10년 정권에 대해 지겨워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 민생파탄 경제파탄 공세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인위적인 경기부양 안하고, 보수극우단체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 유지하고 전시작전권환수하고, 초딩들한테까지 놀림당하면서도 권위주의 청산하고 부패와의 단절에 노력했음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인정하지만 인정안할 사람들은 아무리 잘했어도 인정안한다. 그렇지만 노대통령도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 점도 있다. 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 넘쳐나고 엘지카드 부도나고 경기가 얼어붙었을때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했더라도 진심으로 국민들 곁으로 다가가서 위로해주는 쇼라도 보여줬어야 했다.
한국사회 대중들은 밤에는 양주마시면서 계집질해도 낮에는 논두렁에 앉아서 막걸리마시는 박정희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실체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대중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지에 끌리고 대중심리에 자극받고 반응하는 것이 현실정치이다. 박정희가 막걸리라도 마시는 시늉을 보였음은 그가 그 시대 대중감성을 자극하는 정치력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 여러운 여건속에서 초인적인 자제력과 소신으로 잘했지만 대중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노무현의 눈물광고처럼 그런 대중친화적인 정치력을 적당히 발휘하며서 조선일보를 아작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오히려 노무현의 눈물광고의 짝퉁인 박근혜의 눈물쇼에 한국사회 대중들이 마음을 열었다.
그것이 정치력의 힘이다.
노무현은 원칙과 소신을 고집했지만 의외로 삼성그룹과 공무원 관료들과는 타협했고
유착했다. 하루 하루 삶이 고단한 국민들에게 위로는 커녕 대연정이나 개헌이다 기간당원제다 짜증날만한 고민거리만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대통령은 같이 고민하자는 거지만 국민들은 그럴 겨를도 여유도 이유도 못느꼇다. 그 국민들의 허전하고 속상한 마음속을 박근혜의 눈물과 이명박의 토목경제가 파고들었다.
열린우리당은 당권과 차기 대권 그리고 기간당원제로 서로 싸우면서 세월 다 보냈다.
물론 대연정, 개헌, 기간당원제 명분은 옳을 수 있지만 대중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상함과 배려가 없었다.
조선시대 초기에 사림세력은 훈구세력에 비해 소수였고 개혁적이었다. 사림세력은 명분과 도덕성과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목숨처럼 여겼다. 훈구세력은 기득권이었으므로 사림의 등장을 탄압했다. 사화가 발생했고 수 많은 사림의 선비들이 죽어나갔다. 그 후 시간이 흘러서 점차 사림이 정권이 잡았다. 그러나 정작 개혁을 자칭했던 사림이 정권을 잡자 스스로 당쟁을 갈라서 조그만 차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싸움을 했다. 그 싸움의 이유는 명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싸움이다.
열린우리당과 386정치인들을 보면 딱 그 꼴이다. 조선시대 사림처럼 개혁과 도덕성을 내세웠지만 정권을 잡자 내부의 권력투쟁에 몰입하며서 외부의 상황변화 - 다음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정치 의제-에 관심을 두지않고 명분을 가장한 권력다툼과 무의미하거나 민생에 도움이 안되거나 중요하지 않는 명분싸움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래서 한국국민들은 노무현대통령이 잘했건 잘못했건, 이명박이 잘났건 못났건
고민하고 따지고 판단하려고하지 않고 무조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유시민의원님도 능력을 갖추고 용기있고 소신있는 몇 안되는 기대할 수 있는
정치인중에 한 분임에는 틀림이없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노통처럼 사심 없음이다.
갑자기 문득 떠오른 것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후보가 이회창과 정몽준한테 한 참 밀릴때
노사모 어느 분이 전국을 돌면서 하는 포장마차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도착했을때
노무현후보가 노사모 및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인- 정동영, 추미애 등등-앞에서 이런말을 했다.
자기는 이번 대선이 마지막이라고 본다. 자기는 이번 대선에서 낙선하면 다음 출마 안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낙선하면 다음에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한다.
머 이런 취지로 즉석연설을 했을 때
참석한 지지자 대부분은 실망하거나 놀랐지만
그 순간 딱 한 사람 정동영의 눈빛은 반짝반짝 거렸다.
정동영은 사심이 너무 많아서 정이 안가고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정동영이 타락하고 무철학의 정치인은 아니더라도 욕심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그르칠 수 있구나
싶었다.
유시민의원께서는 명분보다는 이성보다는 의제보다는
대중의 감성과 가슴을 파고드는 이미지 구축에 노력해주시면 좋겠다.
물론 위에 언급한 막걸리 박정희와 부모 눈물로 박근혜식이 아닌
한층 세련되고 한 차원 높은 대중감성적인 정치인
대중친화적인 정치인이 되면 좋겠다.
먹고살기 바쁘고 가족 돌보고 친구와 어울리는데 시간보내고
집에와서 무한도전과 원더걸스에게 푹 빠져있는 대중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이고 국가적 의사결정을 토론하고 설득하려면
재미없고 딱딱한 정치적 과제를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정치인
따뜻하고 자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먹힐 것 같다.
유시민의원이 그런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서없는 글을 써서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