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이쯤에서 남은 것이 없으면
반쯤은 성공한 거다.
밤을 새워 어둠 속을 달려온 열차가
막다른 벼랑 끝에 내몰린 짐승처럼
길에 한 번 울부짖고
더운 숨을 몰아 쉬는 종착역
긴 나무 위에 몸을 깊숙이 구겨넣고
시린 가슴팍에
잔숨결이나 불어넣고 있는
한 사내의 나머지 실패한 쪽으로
등 돌려 누운 선잠 속에서
꼬깃 꼬깃 접은 지폐 한 장 툭 떨어지고
그 위로 오늘 날짜
별 내용 없는 조간신문이
조용히 덮이는
다음 역을 묻지 않는
여기서는 그걸 첫차라 부른다.
(시: 이덕규)
가뿐 숨을 몰아 쉬던 BBK열차도
떡찰역에 이르더니 숨을 거둔다.
종착역이었던 모양이다.
동토로 가는 첫차는
12월 19일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