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찹니다.
예전같은 추위는 없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몇 년전 겨울 이맘때쯤 생각이 납니다.
하던 일이 잘 안되서 사무실을 정리해야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돈 좀 받을 만한 집기류는 내다 팔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그냥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사무실에서 키우던 키 큰 행운목화분이었습니다.
집으로 가지고 가자니 집도 좁고 해서 그냥 사무실에 두고 왔습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쯤 지나 전에 쓰던 사무실에다 두고온 것을 가지러 잠시들렀습니다.
밤 9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두고온 그 행운목이 찬 건물에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며 서있었습니다.
모질짓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을 때는 물주고 바라보며 즐기곤
자기가 불편하다고 버리고 간 사람이 저였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 행운목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비록 집이 좁아도 같이 가서 부비면서 살자'고 했습니다.
그러곤 그 녀석을 방에다 두고 같이 살았습니다.
텔레비전 옆에다 두었는데...텔레비전 보다는 그 녀석을 더 자주 본 것 같습니다.
그 녀석 이름은 행운이라고 제가 지었습니다.
그리곤 자주 이야기도 하고 그랬지요.
요즘은 이사를 해서 저희집 베란다에서 다른 식구들하고 모여서 지냅니다.
몇 달전에는 잎이 너무 많아 잎도 좀 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봄에는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는지...그 놈 앉은 화분에 세잎클로버가 뿌리를
내리고 같이 삽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뜻하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행운목을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래전에 헤어지고 못만나던 군대동기 녀석을 만난 기분처럼 짠해집니다.
(사진은 몇해전 비 많이 오던 날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농땡이 칠 때 휴대전화로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