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이라는 책이 인구에 회자되어 어제 광화문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 들고 왔습니다. 없는 시간에 틈을 내어 천천히 읽어 보려고 합니다.
일단 훑어보던 중 웬 도표가 하나 눈에 뜨이기에 보니 “87년 이후 진보, 개혁 세력의 진출 경로” 라는 제목으로 지난 20년 사이에 민주화 세력이 어떻게 분화되고 뭉쳐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표더군요.
갑자기 생각나 김성철 사진집 “내일을 위한 어제와 오늘 – 한국의 양심수, 오늘의 얼굴들”을 들쳐 보았습니다. 앰네스티 선정 한국의 양심수들이었던 분중 섭외된 50인의 오늘날 모습을 촬영한 화보집인데 현재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권영길, 이재오, 이철, 김근태, 이해찬, 유인태, 원혜영 ……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아직 현재 정치권에 몸담고 계신다고 해야 한다면 김대중……!
표에 보면 더 낯익은 이름들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도 나오고……
이번 대선에 본선 후보로 참여한 분으로는 권영길 후보 이름이 유일하게 나와서 열망과 절망이었던가? 이 표에 이름을 걸친 분으로서는 권 후보가 유일하니 전통적 민주화 운동 세력을 하나로 두고 보면 언뜻 절망 같기도 합니다.
정동영, 이명박, 이인제, 문국현, 이회창…… 이중 어느 분도 이 도표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을 신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들은 선거 때면 표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평소 실천하는 분도, 아쉽지만 선거 때만 그런 척 하는 분들도 많지만, 일단 정치로 먹고 사는 직업 정치인은 유권자를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치에 사회 여러 계층, 분야의 전문인들이 수혈되어야 하는 것은 맞는 것이고 나아가 이는 더욱 권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사회의 여론을 국정에 전달하고 나날이 전문화되어 가는 입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 정치의 한 부분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선에 나온 후보들 모두 유권자를 의식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시점에서 인물들을 바라보면 답이 약간씩 틀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 사회인으로써 한 분야에서 이름을 쌓고 정치에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서는 일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한번, 또는 두번 의원직 유지하다 자기가 성장한 분야로 돌아간 이들도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이 먹고 살 터전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의원직도 거침없이 성실하게 수행했느냐 하면 제 기억에 김홍신 의원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정치도 전문적인 분야인데 수업료 없이 참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사실 정치권이 스스로 이런 불필요한 놀음을 했다고 해야 하는데 사회 각계의 전문인을 영입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만 적어도 의원 후보로 출마시키려면 정치 수업이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했다는 것입니다.
전문위원이나 당 연구소 등을 통하여 이 인재들을 보다 전문화된 정치인으로 양성하고 현실 정치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한 후에 각 개개인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국민 앞에 나서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도라면, 우리 정당들은 선거 때면 일단 유명인 모셔오기 바빴고 이들 초빙된 인사들이 자체적 정치 역량이 없으니 의원이 되었어도 몇몇 패거리로 뭉친 정치 자영업자들의 정치판 기술에 놀아나다 제 갈 길로 돌아가는 것의 반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고 합니다.
이게 좋으면 저게 맘에 안 들고, 솔직히 100% 만족하는 후보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만, 이번 선거는 너무 한다 라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의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리이기 이전에 민주라는 단어에서의 의미처럼 주인이 주인 행세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의 책임을 포함하고 있기에 의무에 속한다 할 것입니다.
비풍초똥팔삼, 뭐 이런 식으로 패 내려놓을 것 아니면 우리는 보다 수학적, 논리적 접근으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 것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권 외의 권력과 유착되지 않았나 보아야 합니다. – 정치는 무서운 것입니다. 이 무서운 정치 권력과 언론, 사법, 돈 등이 결합하면 두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 와도 국민은 이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려니 하는 사이에 국민은 우민화되고 형식뿐인 민주주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독재이고, 파쇼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 요즘 분위기 봐선 우리가 또 돌 들고 병 들어야 합니다.
후보 주변의 세력을 보아야 합니다. – 후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냐는 것은 중요한 잣대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 경쟁한 사람들은 그를 견제할 세력입니다. 당을 유지하든 나중에 당을 깨고 흩어지든 간에 그래도 하나의 정당 내에서 세력 대립을 한 사이는 애증이 있고, 말이라도 붙일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정치 수업을 받았느냐를 보아야 합니다. – 우리가 평생 어떤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어떤 책의 한 구절로 인생을 구성해 가듯 배움은 어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배운 놈이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 배웠느냐 도 중요한 잣대일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보아야 합니다. –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지만 스스로의 자존심은 중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허물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자는 자존심이 있습니다. 자존심 있는 자는 유권자의 질타를 의식합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왔다가 그냥 갑니다” 할 후보 골라내야 합니다. – 정치가 레저 활동도 아니고, 대통령이 사업 확장의 도구도 아니기에 사회에서 이름 조금 얻었다고 무턱대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참여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당선 가능성도 중요합니다. – 단일화는 따지고 보면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후보들이 선택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재량권의 남용이고 국민은 업신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일화는 그들의 자존심과 어울려 유권자를 의식하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니 이를 추동해 내야 할 의무는 사실 국민에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쓰다 보니 문득 괜한 말을 주절거리고 있다는 생각에 이만 줄입니다.
결국, 도둑놈만 아니면 견제할 수 있고 부려먹기 편한 놈 찾으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 길게 썼는지……
죄송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한마디 더 드린다면,
도둑놈은 안됩니다. 차라리 강도라면 싸워서라도 막지 도둑놈은 더 골치 아프니 절대 고르면 안 된다는 것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