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다루는 언론에서는, 평소 진보 지향이든 보수지향이든 관계없이, 이번 대선이 최악의 선거라고들 말한다. 스스로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으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찍을 사람을 제대로 찾지 못하게 하면서 늘 ‘찍을 사람이 없다’는 인터뷰를 싣고, 마치 그들이 대통령을 만드는 것처럼 윽박지르고 훈계한다.
하지만 이런 대선에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몇 시간씩 떨면서도 즐거워하고,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유세장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결과는 이틀 후에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문국현은 참 많은 일을 했다.
0.1퍼센트의 지지율로 사람들이 모두 ‘문국현이 누구냐’는 질문을 하던 것에서 출발하여 네달이 채 못되는 지금 공식적으로 보도된 지지율만 10퍼센트에 이르렀다. 그것도 국회의원이라고는 단 한 명을 가지고...
그 힘은 어디에 있을까? 후보 개인이 살아온 이력도 중요했겠지만, 나로서는 그가 짚고 있는 대한민국 재창조의 정책이 정확했다는 점에 더욱 무게를 싣고 싶다. 그의 정책들은 권영길 후보에게 ‘진보적 성장’을 주장하게 했고 이회창 후보에게 ‘중소기업 육성책’을 내세우게 했다. 어정쩡한 ‘실용’노선을 가지고 있던 정동영 후보는 더 나아가 문국현의 정책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치장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문국현의 정책들은 차기 정부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이 공헌한 일은 정치를 즐거운 축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를 지지하는, 그것도 자기 돈을 써가며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통해서 선거유세를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만들어 냈다. 비록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전문적이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지만, 문국현이 자리하는 유세장에는 어디에건 웃음이 있고 희망이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어떤 선거에서 이렇게 흥겨운 모습을 보았었던가?
선택은 결국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들이 하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이 만들어 낸 것들은 이미 역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