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냄비근성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을 비하하는 말로 널리 쓰이는 이 말에는 간과하지 못할 국민성이 내재되어 있다 할 것이다.
유목민족의 혈통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비교적 적고, 개인주의적인 성공 욕구는 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단기 투자로 널뛰는 주식 시장, 부동산 투기, 온라인 게임, 복권, 경마, 나아가 바다이야기로 인구에 회자된 불법 도박장의 성행 등, 상당히 흥분하기도 잘 하는 우리 국민은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사소한 삶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하여 다수는 자각하지 못한다 할 수 있으며, 또한 삶에 있어 행복에의 기준이 경제적 성공 등에 편향되어 심리적 양극화에 개개인이 과도하게 시달리고 있다고도 하겠다.
이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일부 재벌, 권력과 유착한 기득권층, 부의 세습 등에 의하여 더욱 심화된 점이 없지 않지만, 부자에 대한 혐오감 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만연되어 있음을 볼 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욕망과 현실의 부조화를 잘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할 것이다.
반면, 우리 국민은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서라도 개인적 욕구를 채우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오늘날 재외 동포의 이민사 등을 돌아보았을 때 모험적인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도 있다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사람에게 관대하다.
어떤 이가 나서서 무언이든 해 보겠다고 했을 때, 이 어떤 이가 만약 자신이라면 어떨까 하는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찬반을 치열하게 논하기보다는 책임을 자신하는 누군가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면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로의 전환마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은 현명한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기대심리가 강한 대중은 근본적으로 현명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에,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의 책임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대중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이 기대심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분출시켜야 할 기술적 대응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권력을 수임 받아야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선거란 태생적으로 대중에 영합하는 제스처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현실적 기대심리를 만족시켜주는 현실적 대안을 제안하는 것은 중요하다.
국민은 어떻든 국민이고 외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며, 권력을 수임 받아야 하고 이 권력을 통하여 국민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책임이 정치 지도자에게 있다.
국민의 현실적 눈높이를 여실히 알고 이 눈높이에 맞추어 공약을 내걸 필요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만 선택 받을 수 있으며, 선택된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통해 메시지와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의 눈높이를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5년 내내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정치 지도자가 절실하다.
국민의 상상 속에 장미 빛 미래가 확연히 그려지는 그 무엇인가를 들고 나와 이를 설명해가는 지난한 세월을 일구어갈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지난 10년의 성과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과실이 어디에 있음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은 지난 10년의 정책들이 과연 장바구니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개개인의 생업에 남북의 화해가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었는지 등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고 이는 오늘의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이를 굳이 탓해야 한다면 바로 10년을 집권한 진영의 지도자들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갈구한다. 호주머니가 두툼해지는 것에, 보다 윤택한 삶에 목이 마르며 일정 부분 천민 자본주의에 굴복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를 탓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어느덧 다가선 현실, 앞으로의 나날들을 허술하지 않게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 세월이 지난 후에 보다 성숙해진 국민으로부터 검증 받은 깨끗하고 능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다음의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