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가 노무현 때문이라고? 나는 분노한다.
- 최선의 시나리오는 있었다.
다 지난 이야기를 해서 뭘 하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돌아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서프에선 두 가지 길에 대한 제시가 있었다. 하나는 통합으로 가야만 한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열린우리당 사수파는 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과정 가운데 김대중 전대통령은 청와대를 압박하여서 결국 신당으로 통합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서프에서는 통합 보다는 사수 쪽 논리가 우세하였다. 이해찬, 김두관의 신당 행보와 마지막 유시민의 신당행 선언으로 인하여 실현체가 사라짐으로써 이 논의 자체를 접을 수 밖에 없었고, 서프는 그 후로 방향성을 잃었었다.
필자는 이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것, 그리고 이 논의를 시현할 주체를 잃은 것이 너무도 슬프다. 여기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개입만 없었다면 분명히 열린우리당은 사수됐을 것이다. 유시민의 당사수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었다.
그렇다면, 자연히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적 기반을 갖지 못한 열린우리당은 상당히 열세에 처할 가능성은 있지만 자연스럽게 지역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인하여 영남 지역주의의 결집을 어느 정도까지 막을 수 있었다.
반면에 정동영은 열린우리당과의 치열한 논쟁으로 인하여 반노의 기치를 좀더 노골적으로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뉴스의 초점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을 극도로 싫어하는 조중동은 참여정부의 수해자인 정동영이 노무현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앞다투어 보도했을 것이고 정동영과 신당의 메스컴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을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방북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노무현 실정론이 힘을 잃고 반노 이슈는 사라졌을 것이다.(그 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를 먹을 자가 없어서 모두가 빨리 덮어 버렸다. 그 다음주 월요일 되니 거의 뉴스에서 사라지더라.)
그러는 가운데 김경준이 돌와서 일련의 bbk 사태가 출연하면 그 때까지의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싸움은 자연스럽게 bbk에 대한 비난으로 덮히고, 비리 추방 연합을 공동으로 구성하여 양쪽에서 공격했다면 상당히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 가운데서 단일화 논의가 이뤄졌다면 bbk가 친노 반노의 이슈보다 훨씬 큰 이슈임을 증명하는 샘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문국현도 출사표를 던질 당시까지만 해도 반노는 아니였으나 신당 쪽까지도 노무현을 비난하는 마당에 같이 장에 간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구도로 같다면 자연히 단일화에 참여하면서 반비리세력 연합정부 구성에 합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결과론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기 전까지 서프의 주된 논의의 핵이었다. 이정도 정치공학적인 판단은 왠만한 사람들은 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전대통령은 왜 신당으로 합하는 그림을 그렸을까? 믿을 수 없었다. 무엇을? 단일화를 믿을 수 없었다. 열린우리당과 신당이 여기서 갈라지면 끝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김영삼과 단일화를 실패하여 노태우를 당선 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는 이뤄졌지만 그 과정 중에서 노무현의 대결단이 있었는데, 이런 결단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정몽준은 단일화를 깨뜨렸지 않은가! 그래서 김대중 전대통령은 단일화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그래서 신당과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신당에 몰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맞다. 단일화는 늘 어렵다. 이번에 문국현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진짜로 두 당으로 갔다면 단일화에서 좌초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일화의 위력은 거기서 나오는 것 아닌가? 어렵기 때문에 국민들이 단일화에 감동하는 것이고 중도 성향의 표가 오는 것 아닌가? 어려움이지만 기회인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노회한 정치인의 염려 때문에 미리 차단한 것이다.
김대중은 자신의 통찰을 의지하고서 다른 이들의 논의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통합을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인지, 두 당으로 갈라져서 가는 것이 좋은 전략인지에 대해서 논의하고 사고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늙은 정치인이 후배들을 믿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 것이다. 자신이 가진 호남이라는 지역주의 쌈짓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노라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배신한 것으로 간주하겠노라고 얼르고 달래서 자기 뜻대로 판을 짜 놓은 것이다.
노무현은 "우리 김대중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쳤는데, 노무현은 왜 그런 사람을 갖지도 못해야 하는가? 왜 그런 사람이 나오지 못하도록 판을 짜는 짓을 했는가? 친인척 비리가 있었는가? 지역주의에 기대기를 했는가? 도대체 왜 노무현은 대선에서 자신의 선수 없이 심판 받아야 하는가? 노무현의 입을 막아 놓고서 자기들끼리 노무현을 실컷 욕해 놓고서 노무현이 심판받았다고 하는 이 웃기지도 않은 코메디를 보면서 나는 분노한다. 노무현을 배신한 놈이 참패를 당했는데 노무현에 대한 심판이란다. 어이상실이다.
비리없는 대통령에 방북 효과, 말년 지지도 최고를 자랑하던 노무현이 왜 실패자로 낙인찍혀서 자기 변호인 하나 없이 심판받아야 되는지. 이런 판을 누가 만들었는지. 나는 그에게 분노한다. 음성파일은 어떤이가 올린 것이다. 이걸 듣고 무슨 생각이드나? 김대중 대통령은 죽기 전에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
(사실 이 파일을 올린 사람은 내 의견에 반대해서 올린다고 올렸는데, 이것도 코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