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유시민을 좋아해왔다. 유시민이 같은 지역출신 후배여서도 아니고, 한 때 한솥밥을 먹어서가 아니다. 그는 국민의 현실정치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시기에 항상 명쾌한 논리를 앞세워 국민을 설득하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최근에 그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착각’ 속에 빠져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지난 5년의 여의도정치가 너무 힘들었나? 광팬들에 둘러싸여 다른 소리가 안들리나?
그가 왜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에 가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는지 나는 통 이해가 가지않는다. 그의 장점인 이성을 던져버리고 감성적으로 돌아서겠다는데 왜 아무도 뜯어 말리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지도 이해가 안된다. 그가 갑자기 하는 행동에 대한 자기변명도 없이...
이왕지사 말이 난 김에 몇가지 짚어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노무현식이냐고 한다. 나도 그렇게 보인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까? 만약 그렇다면 큰 착각이다. 노무현이 부산상고 나왔다고 2000년 16대 총선서 부산 지역구 나가서 부산서 떨어졌나? 아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전환의 첫출발점이 부산이었고 민변시절 인권위활동과 87대투쟁시 거리에서 부산지역 민주인사들과 눈물, 콧물을 섞으면서 살아왔다. 그 결과 1988년 13대 총선서 서구에 김영삼이 당선될 때 동구서 당당히 당선되었다. 거기에 비하자면 유시민은 대구서 자라고 고등학교 나온 것 밖에 없다.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판한다면 면할 방법이 별로 없다.
또 한가지 더 짚어보자. 흔히들 철새라는 말을 많이 쓴다. 총선 때나 대선 때 이당 저당 기웃거리는 분도 철새요, 이 지역구 저 지역구 기웃거리는 분도 철새다. 이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철새가 날아왔다. 정몽준과 김종필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에는 그들을 철새로 비판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마저도... 어쨌든 나는 유시민을 절대로 철새로 말하지 않겠다. 그의 우국충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기 때문에. 하지만 딴나라에서 그렇게 비판한다면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유시민이 동서화합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겠다면 그것보다 더 큰 착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바 있다. 김대중은 영남사람을 호남지역구에다 심어 의원 하나 만들어 봤는데 잘 안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대로 노무현이 부산에서 떨어지고, 대통령까지 하면서 노력했는데도 동서화합은 진전이 없지 않았는가. 정말 유시민이 그것 제대로 한번 해 볼라면 지금하고 있는 지역에서 출신지 구분없이 지역구민 잘 챙기고, 3선 4선의원이 되어, 수도권지역 주민들이 말하기를 ‘우리 지역구에 영남사람들이 싫어하는 정당의 의원 중에도 영남출신의 훌륭한 수도권 의원이 있는데, 그가 정말 간절히 바라는 한가지 소원은 동서화합이다’고 하더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시민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텨뷰에서 밝혔듯이 동서화합을 위해서 대구지역에 출마하는데 당선되지 않으면 정치를 그만 두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너무 유아적이고, 현재 그가 몸담고있는 지역구민에 대한 무책임이고, 그가 옮길려고하는 대구지역구의 생각있는 대구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유시민은 정치를 그만두면 되지만 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거기 지역구민들은 어찌할꼬. 못난 놈이 어찌 지 생각밖에 못할까? 정치에 자신이 없으면 지금 떠나는 것이 훨씬 더 도움된다.
유시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에게 이런 것을 바라지 않을까? 개혁당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정치실험을 중간평가하고, 지난5~6년의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가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형성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는 왜 많은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되고 있느냐에 대한 답도 모두들 듣고 싶어한다. 이번 대선은 지난 시기 우리 자신의 평가반성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정리해야할 것을 정리하지 않고 총선에 휩쓸려 넘어간다는 것은 우리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간절히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유시민에게 바랄것이 있다면, 유시민이 지역구 옮기는 문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금시기 우리에게 닥친 난관을 헤쳐나갈 지혜를 모으는 일이 우선 이라는 걸 간곡히 말하고 싶다.
점점 뚱단지 같아지는 유시민을 보며 연민의 정을 넘어 이제 더 이상 얘기하기가 싫어진다.제발 이 글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서 책임이 있던 사람들은 희생 제의를 거쳐야 한다"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 출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유신민이 말한걸 보고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참여정부에서 책임'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리 자체가 최우선적인 문제인데, 그것을 뭉뚜거려 책임져야 한다면 우선 위기를 넘길 수 있을 지 몰라도 민주신당의 미래는 없다. 어서 빨리 그 책임을 규명하고 모두가 공감하게 하라. 그것이 유시민이 할 일이다. 왜그리 지역구 문제에 집착하는가? 모두가 바라는 것은 초선이든 재선이든 다선이든 상관없이 그동안 공들인 지역의 생각있는 지역민들에게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으로 다시 낮은 자세로 자신의 지역을 굳건히 지키는 일이다. 이것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다. 유시민의 말처럼 불출마나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얄팍한 잔꾀로 보일 뿐이다.
한가지 덧부치자면 유시민의 지역구를 김태경에게 물려준다는데 정말 너무 웃겨서 말이 안나온다. 유시민이 정말 대구에서 승부를 낼 마음이 있다면 유시민의 책임있는 팀이 모두 옮겨와서 사투를 벌여도 안될 판인데 왜 그리 얄팍한 수를 부리는가? 대구시민의 한사람으로 그 꼴을 보자니 정말 보지 못하겠다. 지금의 지역구가 자신이 없더라도 우리의 정당성을 위해서 온 몸을 다 던질 때 국민들은 마침내 그 정당성에 긴 박수를 보낸다는 것이 우리 역사의 교훈이다. 굿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