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니 우리 부부는 저번 주 간만에 부부동반 등산 겸 청와대 구경을 갈 수 있었는데 가지 않았습니다.
못 간 것이 아니고, 조금 일찍 듣게 된 대통령 말씀과 이에 열렬히 부응한 정치인 몇몇 분들의 행태에 내심 동의하지 않았기에 가까운 분들께 제 생각을 말씀 드리고, 항의의 표시라 해도 아실 턱이 없겠지만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노사모에서 고생하시는 몇 분께, 그리고 저희 두 사람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그 누구인 두 분께 누를 끼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참여정부 5년,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오랜 야당 시절을 이기고 청와대 등에서 또 국회의원으로 재임하게 된 자체만을 자부심 삼아 태만했던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대개 큰 정치인 곁에 있게 되면 말문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TV에서나 보던 정치인을 바로 앞에 두면 일반인들 입장에서야 당연히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오랜 기간 그 분들과 함께 일해 온 이들도 이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한 길을 걸어 온 사람에게 노선을 수정하게 건의한다는 것은 거의 목숨 내놓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고, 가지고 있는 습관을 교정해 달라고 건의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대개는 말 건넸다, 말한 이가 설득 당하는 것도 일쑤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를 개의치 않고 의견을 내고 질책을 감당한 이들은 있습니다.
누구인들 어떤 이의 앞에서 설득 당하고 싶겠습니까? 나름대로의 의지를 가지고 건의하다 자신의 역량 부족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눅들어 할 말도 다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들어서면 스스로 단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이들의 실력과, 수의 총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진영과 세력 전체의 능력은 좌우될 수도 있기에 지난 10년의 집권 기간을 되짚어 보면 우리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능력을 이 잣대로 가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 이해찬, 유시민 의원의 탈당에 즈음하여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새로운 당이 만약 2월 15일 이전에 창당 절차를 마칠 수 있다면, 5명 이상의 의원이 모이느냐 안 모이느냐는 중대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자금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당이 출범할 경우, 정치자금법과 국회법에 따라 20석 이상의 의원이 참여한 교섭단체가 아니므로 50%의 균등배분 정당 보조금의 지급 대상이 아니고, 5석 이상일 경우에만 5%를 지급하게 됩니다.
5석 이하일 경우에도 2%를 지급할 수 있으나, 직전 치러진 임기 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 선거 등에서의 비례대표 지지율 근거가 없어 정당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닐 것이므로, 5석 이상일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당이 정상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총선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한나라당이 공천 일정을 늦추느냐 마느냐로 다툼을 하겠습니까?
바로 이 일자 이전에 탈당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고, 반대로 말하면 이 일자 이전에 탈당하여 당을 만들어야 교섭단체로 50%를 받느냐, 아니면 최소한 5%라도 받아서 총선에 참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한은 정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민주당 시절에 고생하신 그 시절의 민주당과 오늘의 대통합민주신당은 또 다른 모습의 정당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일 것이고, 호남 지지도 또한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생각일진대,
이 일자 이전에 탈당하여 새로운 당에 기여하고 역사의 당위에 서서 함께 싸울 것인가? 아니면, 대통합민주신당에 남음으로써 신당의 동력을 죽여줬다는 것으로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 연명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한 말입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합신당에 뭉치면 당면한 총선에서 보수 연합 성격의 총선 구도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이 가능하겠습니까?
여소야대, 과반수 육박, 개헌 저지선 확보, 어떤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지지층의 불신과 외면을 새로운 정당으로 견인하여 이번 총선에서 보수 일변도의 국민 불신에 작으나 크나 목소리를 내야 하는 당면 과제와 함께,
자영업자가 짝지어 파벌을 만들고 이들이 모여서 잡탕을 만들어 버리는 정당이 아닌, 선연한 노선 아래 국민과 호흡하여 의견을 모으고 이를 합리적 결론으로 도출하여 국정에 실천할 수 있는 명백한 민주주의 정당의 불씨라도 지금 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을 목숨이면 뭘 못하겠습니까?
저라면 대의명분에 목숨을 걸겠습니다. 그 것이 영원히 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해 대세를 만들자는 말씀들에 부응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대의가 살아야 합니다. 이미 대세가 꺾였기 때문이고, 자칫하면 대의의 씨앗이 말라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일 낮에 청와대 관람을 갑니다. 저번 주에 안간 것 반성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가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대통령을 뵙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기회를 보아 우리 젊은 의원들께 “정치는 스스로 결정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라고 한번 더 말씀해 주시라고 부탁 드리려고 합니다. 이걸 꼭 말로 해야 깨닫는 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