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영어에 집착하는 것일까. 언제부터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본인의 주변을 기준으로 기억을 되살려 보면 이렇다.
영어만 잘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면서,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영어권 나라에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좀 넘은 것 같다. 1년 정도의 시간을 외국(영어권 나라가 아니라도..)에서 살아보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대학 다니던 시절 어학연수를 잠시 고려해 봤었다. 물론 본인의 경우에는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을 바라보며 한 학기라도 빨리 졸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마침 터진 IMF 덕분에 환율이 치솟아 어학연수를 포기 했었지만 말이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구직자들이 하나 둘 씩 늘면서, 다녀온 사람들이 취직하는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가지 않은 사람이 불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는 어이없는 얘기도 들리곤 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 했던 이유 중에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 6년을 영어를 배워도 말하기는 커녕 듣기도 잘 못했으니 말이다. 내가 듣기로 요즘 고등학생들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던데..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배운 시간에 비하여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영어 공교육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은 사람은 적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제한된 교사 수와 교사의 영어 수준(질) 등 많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정답은 영어 수업을 개선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우리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 혹은 교수가 얼마나 될까. 난 거의 없다고 본다. 우리말 수업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인생의 대부분을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온 몇몇 애들 뿐이겠지. 이래서야 무슨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영어로 전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대학에서도 학생들은 영어수업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교수의 수업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도,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한 교수라고 하여도 가르치다보면 학생들의 이해 정도 등을 고려해 가면서 순간 순간 좋은 예를 들어주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보거나 하는 것은 영어로는 어렵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몇몇 작은 대학에서 몇 년간 강의를 했던 적이 있다(물론 우리말로..). 내가 가르쳤던 과목은 전기전자공학의 한 전공과목이었다. 내가 학부 시절 그 과목을 어려워 했었기 때문에,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얼마나 어렵게 생각할 지 예상이 되어서 쉽게 접근하려고 무던히 노렸했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의 눈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인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는 순간순간 좋은 예가 없을까 고민해 가면서 이런 예도 들어보고 저런 예도 들어보면서 진행했었다. 만약 내가 영어로 강의했다면? 준비한 강의야 영어로 할 수 있겠지만, 안 그래도 복잡한 것을 설명하면서 순간 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영어로 강의한다? 난 무척 어렵다고 본다. 이건 내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누가 모국어보다 영어를 잘 하겠는가?
영어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조기 유학 등에 발생하는 물질적,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인수위가 내세운 영어교육 개선안의 이유였다. 조기 유학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수업을 영어로 하면 조기유학 안가도 되는 세상이 된다구? 조기유학 간 애들이 돌아오기 편한 세상만 될 뿐이다. 조기 유학을 보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정도 잘 사는 집 얘기이다. 서민들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낼 형편도 아닌데 빚을 지더라도 보내는 서민들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함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순전히 자기 몫이 아닌가 싶다. 이건 사회가 책임져 줄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영어 유치원? 이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것(영어 유치원, 조기유학 등)들을 하시겠다는데, 거기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아보시겠다고 왜 전 국민을 상대로 대책을 세우냐는 말이다. 영어로 수업듣는 것이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안 나올 것으로 보는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학생들은(초등~대학교) 대개 공부 안할 핑계를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분이 어려우면 "난 수학은 못하겠더라.." 하면서 수학은 공부 안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대학에도 영어 강의 못 알아듣겠다면서 수업 안 들어가던지 들어가서 딴 짓이나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영어 수업을 개편하라. 단지 "영어 수업"을 바꾸라는 뜻이다. 영어 수업 시간이 부족하면 영어 수업 시간을 늘리라. 교사 혹은 교수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자라다면 거기에 투자하라. 그러나 교육은 교육 본연의 목적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가 인생을 사는데 정말 그렇게 영어가 중요한가? 영어가 필요한 분야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고등학교까지의 교과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 특수한 분야에서 영어가 필요하다면 대학에서 배우면 되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영어 공교육을 개편하여 기본 회화가 가능한 수준의 고등학교 졸업생을 만든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십수년 전에 많은 사람들은 "영어"와 "컴퓨터"를 강조했었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컴퓨터를 잘한다는 표현이 무척 웃기지만, 암튼.. 그런 말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전산학과, 컴퓨터공학과 이런 과들의 인기가 치솟았었다. 사람들이 말한 컴퓨터 잘 하는 사람든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와 친해졌다. 아이들의 성화에 집에 인터넷을 설치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배워 적어도 인터넷은 할 줄 알게 된 경우도 많고, 많은 이들이 워드는 칠 줄 알게 되었으며 옛날 LOTUS니 dBASE니 하는 것들은 배워볼 생각도 안했던 사람들도 이제 액셀도 사용하고 파워포인트도 사용하며, 어떤 사람들은 디카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을 이용하여 수정도 한다.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자기가 필요한 분야만이라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계라면 고개부터 흔드는 대표적인 기계치인 내 집사람도 컴퓨터로 메신저도 하고 인터넷도 하고 싸이월드에 사진도 올리고 한다.
물론 컴퓨터와 영어는 다르다. 그러나, 호들갑 떨 필요가 뭐 있냐는 것이다. 컴퓨터가 중요하다고 해서 굳이 전산학과 하고 컴퓨터 학원이라는 곳을 다녔어야 했냐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자기가 필요한 것만 잘 하면 되지 않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일보내고 인터넷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영어도 그렇다. 모든 국민이 유창하게 혀 굴려가면서 영어해야 하는가.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외국인 바이어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 학회 등에서 외국인과 토론할 일이 많은 직업, 외국 손님을 맞을 일이 많은 상인 등...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본 토대는 영어 공교육으로 국가가 다져주면 되는 것이다. 다른 부작용이 없이 영어도 잘하게 된다면야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교육" 자체를 망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지금도 수준 미달의 외인 강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더 심각해지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영어 교육안이 발표대로 시행되지 않고 개선되기를 진정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