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부분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본다. 자기가 본 것과 과거에 경험한 것을 근거로 사물을 추론하고 판단하고 옳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만과 합리화에 빠져 다른 의견, 다른 생각, 다른 사람말은 틀렸다고 쉽게 단정지어 버린다.
나와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 말은 진심보다 거짓이 더 많다고 추론해 버린다. 그게 아니라고 반론하면, 단지 자신과 행동을 같이하지 않음에 대해서만 분노하고 조롱할 뿐, 상대가 나와는 사뭇 다른 시각에서 상황과 사물을 보고 있음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대화가 안통한다고 한탄하면서도 제 생각을 넓혀볼 생각은 않고 줄창 아상의 평행선을 향해 달려간다.
이게 작은 조직에서 반복되면 조직의 비극이요, 나랏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공동체 전체에 대한 테러가 된다. 어떤 정부라도 공과가 있다. 세상은 단선이 아니라 복선으로 깔려 있다. 심지어 단선조차 이쪽과 저쪽, 윗면과 아랫면이 존재한다.
그 견해와 입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안되는 건 모조리 노무현 탓인 시대를 우리는 지나왔다. 돌이켜 보면 정말 안 된 분이다. 대통령만 되지 않았다면 일반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욕의 세월을 보내진 않았을 것 아닌가. 왕도 아닌데 한 시대를 맡은 책임자로서 그에게 쏟아진 비난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과도하고 우리사회에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진정한 이성이 존재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향 봉하마을에서 "정말 기분좋다"고 참고 참았던 어떤 설움을 맘껏 쏟아내던 모습을 보며 우리말고 미안함을 느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집권 내내 스포츠처럼 비난과 조롱을 즐긴 사람들은 그 진심을 보고도 비웃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억울하면 우리는 져서는 안되었다..;;
이기적 욕망과 목적 또한 내가 속한 조직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때 너는 틀렸고 나는 옳기 때문에 이렇게 함부로 해도 괜찮다고 합리화하면 곤란하다. 나를 위해 상대의 멀쩡한 부분까지 부정하고 죽이며 자신들을 증명하면 안되는 것이다. 싸움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한쪽은 원칙을 지켰고 또 한쪽의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전방위의 반칙을 자행했다. 그리고 원칙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상식의 시대는 다시 멀어져 간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가 곧 우리의 성공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비겁한 방식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우린 그들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는 행태들을 보니 벌써부터 가관스럽다. - 세부적 건강한 비판은 차차하기로 하자.
편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지에서 5년을 버텼다. "지난 5년동안 단 한순간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문득 '다모클레스의 검'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어느 왕의 어떤 신하가 권좌를 너무나 부러워 해서 왕이 하루만 왕좌에 앉아 보라 권했단다. 신이 난 다모클레스는 잔뜩 폼을 갖추고 왕좌에 앉았더니 눈앞에 산해진미가 가득하더란다. 문득 천정을 올려다 보니 곧 떨어질 듯이 머리카락 한 올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칼이 있더란 거다. 왕좌에 앉은 그 하루가 좌불안석이었단 그런 얘기다.
단 한순간도 자만하지 않고 노심초사했음에도, 권력을 두려워하고 긴 역사를 바라보며 항상 깨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당대에 이 정도 평가밖에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선량한 시민의 집단 대리 분노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앞날은 어떨까.
이제 다모클레스의 칼은 이명박과 한나라당 조중동의 머리위로 옮겨 갔다. 눈앞의 산해진미만 보았지 그 칼에 대해 신경을 쓴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심하라. 언제 그 칼이 당신들의 머리위에 떨어질 지 모르니.
<노무현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
사방이 적인 외로운 그 곳에서 홀로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러나 역사는 냉철하게 지난 5년을 재평가해 줄 것입니다. 우린 긴 길을 걸어가기로 작정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말씀처럼 강물은 구비구비 결국 바다를 향해 흘러 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과도한 비난으로부터 당신을 지켜 내지 못한 우리의 부족함에 대해 너무나 미안합니다.
오늘의 설움 털어내고 5년뒤 반드시 승리하여 참여정부의 정신과 맥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년동안 외로이 감당했던 근심과 걱정 이제 편히 내려 놓으시고, 우리와 함께 행복하십시오. 돌아보면 함께 맘 졸이면서도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