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이는 안개가 뿌옇게 낀 영일만 건너에는 거대한 포스코가 불꽃과 연기를 하늘로 올리고 있습니다. 포항입니다.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곳….
평소 모든 탓을 노무현으로 돌리던 사람들에게 '이명박의 고향은 일본 오사카에요….'라고 하면 그들은 일제히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점심시간 과거 노무현이 YTN뉴스에 나오면 밥맛 떨어진다 하던 그들이, 같은 뉴스에 이명박 1기 내각의 '개판성'이 보도되어도 그들은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졸업, 입학 시즌… 포항의 고등학교, 대학에서는 입학, 졸업 축사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이명박의 축사를 읽어줍니다. 행사 참석자들은 박수를 칩니다. 순간 내가 군정시대나, 일본강점기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신입생 상견례 장소에서 자신이 이명박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자랑하며, 자신의 소개를 합니다.
다시 YTN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나오자, 그들은 다시 짖어 댑니다. 아~ 아~ 모두 똑같습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나, 교수나, 선생이나, 사업가나… 모두 같다. 하나같이 그들의 눈빛에는 이명박을 구세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5년간 숙달된 조선일보식 근거불명 논리와 묵비권…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사람들을. 이 사람들도 결국 같이 살아야 하는 대한민족인 것을. 이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것입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첫째, 이들에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로 상징되는 수구꼴통들의 실체가 어떠한가를 체험적으로 알아가는 시간.
하지만, 시저가 말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정말 명언입니다. 제가 포항에서 겪어 본 이들은 결코 자신의 출처불명 의지를 꺾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들은 아마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여도, 어떤 이들은 다시 야당의 발목 잡기 탓을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이명박 개인의 실패로 국한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다시 자라가 목을 몸통으로 집어넣듯이 묵비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해서 '시간'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제 아내가 2주 전부터 출근하는 포항 생협연대 사무실. 그곳에 상근 직원 아줌마 한 사람은 노무현을 아주 싫어했답니다. 그런데 친하게 지내는 저의 집사람이 노무현을 좋아하고 봉하마을로 가는 모습을 보더니, 노무현에 대해 자꾸 질문하고, 비판의 정도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경상도 또는 대구, 포항사람들로 대표되는 수구꼴통들에게는 생활 속에 설득, 설득하고 베푸는 진보(미리내(용천)님의 글 '움켜쥐는 진보, 베푸는 진보' 참조)가 필요할 것입니다. 왜냐면, 마음을 닫고 있는 이들, 조중동의 논리가 너무나 공고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똥고집이 한가득 인 이들은 제가 아는 한 자신의 똥고집을 포기할 리도 없습니다. 결국, 같은 대한민족인 이들. 이들은 꺾어야 할 대상, 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설득하고 같이 가야 하는 대상입니다. 결국, 시간이 더 걸려야 하고, 더 수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1월 20일 청와대에서 노짱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소회를 밝히면서, 패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패배하는 과정에서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패배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습니다. 승리의 가능성을 조금 높이기 위해서 지역주의와 과거로 회귀하는 선거운동을 하며 패배한 사실을 우려했습니다.
셋째, 어려운 개념입니다만, 순수하면서도 실력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2월 28일 유시민의 인터뷰 참조) 그리고 긴 호흡으로, 조중동에 마취되어 있는 사람들을 꺾지 않고 자신의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깨끗하고, 정직하며, 실력 있는 인재를 최대한 확보해서 양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스나이퍼님 글, 유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참조)
결국, 긴 시간을 상정하고, 베풀고 설득하며, 순수하고 정직한 우리의 대표일꾼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 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제 주위에 있는 이들은 오늘도 지들 스트레스 받으면,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을 500억이라 씹어댑니다. 어떤 이들은 1,000억이라고 합니다. 지들끼리 막 부풀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취임 전 계획에도 없는 예산이 포항에 300여억 원이 지원되었음을….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음흉한 미소를 흘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묵비권 행사는 정말 어렵고 넘기 힘든 과제입니다.
단지 이명박이 실패하면 그때는 노무현을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 같습니다. 결코,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짱의 성대한 퇴임 환영식으로, 그동안 노짱과 노짱을 지지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데 취해서 상황을 쉽게 판단해 버리면, 그동안 노짱의 노력은 조금씩 퇴색되고, 잊혀 갈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들 주위에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대오를 정비하고, 다시 한발 한발 분명히 전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마냥 노짱을 그리워하고, 취해있을 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첨언 : 제가 위 글을 쓴 이유는, 지금 주위를 보면 근거없는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걱정스럽습니다. 만약,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들, 노무현의 종자(노짱의 표현)들이 다 말라버리면, 노짱의 철학, 노사모, 시민광장, 해찬들 그리고 노무현의 다른 모든 동지들을 과연 무엇으로 노짱의 정신과 개혁정신을 구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오히려 등골이 오싹하고, 엄청 걱정이 됩니다.
해서 위 글을 썼습니다.
포항에서 슬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