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의 비례대표 선택권을 소중히 지키기 위해서...
동의할 수 없는 문제
의원님께서 서프라이즈와 한 인터뷰를 읽어 보았습니다. 혹시나 했었는데 여전히 총선 전에 창당을 안 하는 거로 말씀하시는군요. 이 부분을 동의하지 못하겠어 이 글을 씁니다.
의원님께서는 "통합민주당은 중도보수성향의 당이고, 한나라당은 보수당이고, 자유선진당은 그보다 더 극보수성향이다.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둘로 쪼개졌지만 굉장히 급진적인, 또는 경직된 진보 정당"이라고 규정하시고, "그 사이에 굉장히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모두 동의합니다.
그러나 의원님께서는 "한다면 중도진보성향, 온건 진보성향의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민의 지지나 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당을 창당하기가 어렵다"며,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를 목표로 차근차근 당을 만들어 가는 게 좋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부분을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비례대표 의석을 적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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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유시민 의원 ⓒ서프라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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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이 저한테 던지는 제일 큰 문제점은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당연히 확보할 수 있는 진보개혁성향의 국회 의석을 여럿 포기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퇴임 시 지지율이 30%라고 하셨습니다. 30%면 비례대표만 15석입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은 앞으로 올라가면 더 올라갔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원님께서도 동의하실 겁니다.
의원님께서는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가 의원님만큼 참여정부 지지자를 결집해서 참여정부가 못다 한 민주개혁과제를 계승하겠습니까? 의원님께서 창당하시면 노 대통령 지지표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 표는 우리 겁니다!
물론 통합민주당과 표를 갈라야 하니 노 대통령 지지표를 다 가져오진 못하겠죠. 그렇지만, 이명박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비례대표 투표에서 견제 표를 던지지 않겠습니까? 크게 보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반을 나눠 가지고, 의원님이 새로 만든 당과 통합민주당이 나머지 반을 나누지 않겠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못해도 10석 이상은 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통합민주당과 창조당에 적선합니까? 지난 5년 동안 고생하신 노 대통령과 의원님을 생각하면 저는 그렇게는 죽어도 못하겠습니다.
선택의 자유를 뺐는 건 죄
의석도 의석이지만 국민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뺐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는 비례대표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참여정부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눈칫밥이나 얻어먹으려는 통합민주당에 표를 던집니까? 총리 인준 문제를 다루는 모양을 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창조당 얘기는 제 입을 더럽힐까 봐 꺼내지도 않겠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시민주권이 무엇입니까? 선거가 주권 행사의 가장 중요한 행위가 아닙니까? 그런데 투표만 한다고 주권이 제대로 행사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의원님도 말씀하셨듯이 스펙트럼이 다른 통합민주당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면 그게 어떻게 올바른 주권 행사입니까? 그렇다고 기권하면 올바른 주권 행사입니까? 올바른 주권 행사도 못 하는데 무슨 시민주권입니까?
찍을 후보자 없이 치른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선택을 박탈당해야만 한다면 노 대통령과 의원님을 지지하는 그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닙니까?
총선 후 누가 노무현 정신을 대변하나?
창당 없이 총선을 치르는 또 다른 문제는 총선 후에 어느 세력이 노무현 정신, 유시민 정신을 대변하느냐 하는 겁니다. 노 대통령은 존재 자체로 한나라당의 뻘짓에 큰 견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사안마다 나서는 게 적당치 않을 것이니 현실 정치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뛰어주는 세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님들의 메시지는 이명박정권에 길들여질 언론에 필터를 당해 일반 국민에게는 전달이 안 될 것입니다. 그래도 국회의원 10석, 20석만 있으면 정신 제대로 박힌 언론이라도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충분한 구실이 됩니다.
저는 정치 초짜입니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작년 여름 52세의 나이에 처음 의원님의 항소이유서를 읽어 봤을 정도로 정치에 큰 관심 없이 살았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시청 앞과 서울역에서 넥타이를 맨 채 겪고 바로 미국으로 가서는 한국 정치를 많이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항소이유서를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읽을 정도의 뜨거운 가슴은 있습니다. 아마 그동안의 공백이 뒤늦게 제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정치에 대해서는 냉철한 머리로 글 쓸 정도가 안 돼서 오늘도 가슴으로만 씁니다.
의원님께서는 물론 제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를 다 해보고 결정하셨겠죠. 그런데 저는 아무리 머리를 식혀가며 생각을 해봐도 정말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경선 때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에 대적하여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의원님뿐이라고 믿었던 저에게 지나치게 빨리 던진 사퇴는 큰 충격이었고, 아직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 사퇴 압박을 했다고 믿어지는 세력이 쉽게 용서가 안 됩니다. 이런 저에게 총선 전에 창당 계획도 없이 무소속으로 대구란 사지에 뛰어드는 의원님을 보는 일만 해도 고통 이상입니다. 창당을 미루고 혈혈단신으로 총선을 치르는 일은 의원님께서 구상하시는 큰 그림의 현실화를 몇 년 더 늦추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역구는 졸업한 군번
내친김에 저희 아버님 말씀도 조금만 드리겠습니다. 올해 팔순이십니다. 이북 출신으로 공산당을 몸소 심하게 겪으셔서 나라를 빨갱이에게 먹히지 않게 하는 게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분이십니다. 그러다 보니 저랑은 한 번도 같은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 본 적이 없으십니다. 노 대통령도 빨갱이로 보십니다. 그런 분이 작년 경선이 한참일 때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그런데 유시민 그눔은 아주 똑똑하더라." 저희 아버님의 마음을 움직이셨으면 의원님은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대중정치인이십니다.
저는 의원님께서 전면에 나서는 당을 창당해서 바람으로 총선을 치러 원내에 작지 않은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지역구로 출마하느니 창당해서 비례대표 15번쯤으로 받아 전국을 상대로 유세해서 비례대표 15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죽기를 각오한 거면 좀 더 대의에 걸맞은 행보를 하시는 걸 보고 싶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이미 지역구는 졸업한 군번입니다. 현실 정치에서 바로 노 대통령을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의원님의 인터뷰를 보고 많이 착잡합니다. 의원님께서 아무쪼록 이 글을 읽게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총선전 창당이 맞다고 생각하는 적지 않은 유시민 지지자들을 위해 의원님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데일리 서프라이즈(www.dailyseop.com)
-입력 : 2008.3.3
-글쓴이 : 김태규님
-원문 보기 클릭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75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