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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21 오늘의 초대손님 인물과사상 홍석봉편집장
노혜경 | 2008-03-04 12:31:20 | 조회 40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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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캣츠아이'


오후 4시부터 모십니다.

 

홍석봉 편집장 글 한편

 

숭례문 화재를 보며
 
홍석봉
 

지난 10일 밤, 600년 역사의 체취를 간직한 숭례문이 한 번의 화마로 무너져 내렸다. 그건 국보 1호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마저 사라지는 듯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런데 나의 안타까움은 숭례문 화재에서 끝나지 않았다. 집권여당이 될 한나라당의 대표는 사건 다음날 갑자기 화재를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봉하 마을 사저에 대한 관심 몇 분의 일이라도 문화재 보호에 쏟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상대 당에서도 반박이 들어왔다. 숭례문 일대의 출입을 자유롭게 한 게 문제라며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을 겨냥했다.

물론 이는 사소한 말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정치권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공방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질화된 평소 습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인들의 자질도 문제이려니와 말끝마다 대통령을 들먹이며 정략적인 싸움에 말려드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서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 다툼이 숭례문 화재 사건의 원인이나 범인이 채 밝혀지기 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다들 용한 점쟁이로부터 무슨 암시를 받은 것일까? 사건의 윤곽이 잡힌 다음에 진지하게 따져야 될 일이 아니었을까? 내 생각에는 대통령이 신경 좀 쓰면 숭례문이 무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에 홀라당 타버리는 사회가 더 엽기적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문화재청이나 소방방재청의 '평소 실력'부터 진지하게 성찰해가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물론 사후 약방문은 필요하다. 정확한 책임 소재도 밝히고, 재발 방지에도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희생양을 만들고 잊어버리는 식의 이벤트성 행사에 그쳐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는 대통령병이 심각하다. 막말로 이웃집 개가 강아지를 못 낳아도 대통령 탓이라는 냉소가 횡행하는가 하면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지 다할 수 있다는 대통령 만능주의가 떠돌고 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대통령을 향해선 그 어떤 비약이나 상상, 비난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모이면 실제 대통령의 권능이 막강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선거 때에는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다음 선거에서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냉소가 되풀이된다. 그 사람의 평소 몸 관리가 중요하고 또 병이 생기더라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지 의사만 바꾸면 된다는 식의 악순환만 되풀이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평소 실력에도 관심을 기울이자. 대통령이 누구이냐에 상관없이 숭례문이 안녕하고, 극단적으로 자기주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없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이다. 그리고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경미한 사건에 그치게 할 수 있는 관련 당국의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는 25일, 취임식을 갖는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부탁드리고 싶다. 제발 몇몇 이벤트성 행사로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줬으면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어 몰입 교육이다. 이번 이명박 정부에서 입시제도가 바뀌면 37번째 제도가 된다고 한다. 티가 안 나더라도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우리 사회 각 분야의 평소 실력이 나아지는 데 보탬을 주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 한편에선 그런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사회가 그립다.
 
홍 석 봉
(이 글은 월간 <인물과사상> 2008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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