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성공을 위해선 탄탄한 시나리오와 오랜 준비가 필요합니다.
요즘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추격자>인데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대한 뒷 얘기가 풍성한 모양입니다. 여러 얘기들 가운데 놀라운 사실은 감독이 신인이라는 겁니다. 거기다가 영화 투자자들에게 이 영화가 모두 망할 것이라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패해야 할 영화가 지금 흥행성공을 예상한 톱 스타들이 출연한 두 세편의 영화를 누르고 쾌속질주하고 있으니 지금 충무로의 투자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왠 뜬끔없이 영화얘기냐구요? 머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추격자>의 흥행성공을 통해서 몇가지 우리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요, 이 영화의 성공의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관객이 이 영화를 사랑해주었다는 겁니다.
이 평범한 진리가 바로 흥행 성공의 키워드라는 겁니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과 수많은 영화제작사, 감독들은 이런 흥행작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과 관객들이 다양한 진단들을 하고 있겠습니다만, 전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의 눈 높이'를 못 맞추고 있다는데서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물론 관객만 많다고 흥행작이라고 하기엔 또 다른 잣대가 필요한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지니면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 방점을 찍고 얘기하는 것이니 너무 넓게 범주를 확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항상 관객이 옳은가? 또는 항상 관객이 틀린가? 라는 물음들도 매우 의미있는 논쟁이라고 봅니다. 이것을 정치판으로 그대로 옮겨보면 좋은 작품에 몰리지 않는 유권자들도 있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작품에 대거 몰리는 경향성이 있는 것을 보면 영화판이나 정치판이 다를바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은 생물이라는 점에선 영화판이나 정치판이 같은 것 같습니다. 한번 흥행작을 내놓았다고 해서 그 다음 작품에도 묻지마 관람을 하는 관객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관객의 수준은 롤러코스터 같습니다. 종잡을 수 없을때가 참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추격자>의 흥행 성공은 광고나 마케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에 돈을 투자할만큼 돈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오직 작품, 시나리오에 승부를 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느 기사에서 본 건데요. 이 영화의 나홍진 감독이 3년의 시나리오 작업, 6년의 기획을 거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말이 3년이고 6년이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신인감독이 말입니다. 또 거기다가 장르도 뻔한 스릴러물입니다.
아마도 제가 투자자였다고 해도 내용도 보지않고 퇴짜를 놓았을 겁니다. 그만큼 식상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나 감독도 이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3년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6년동안 기획을 하면서 공을 들였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충무로 현실에서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추격자>를 선택했습니다. 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까?
소수의 돈 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한 망할 작품< 추격자>가, 아니 망해야 하는데 당당하게 승승장구 했으니 충무로 투자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닐겁니다.
2002년 노무현후보의 당선! 이것이 오버랩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정치판의 기득권이 보는 눈 높이와 국민들, 유권자들이 보는 눈 높이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2002년 대선이었다고 봅니다.
<추격자> 또한 이 구도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억지인가요? 머 장르가 다르니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부분 틀리겠지요. 아무튼 <추격자>의 성공은 관객의 입소문과 탄탄한 시나리오에 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겁니다.
저도 영화광은 아니지만 예술성과 대중성 있는 영화를 구별하면서 많이 보는 편에 속합니다. 잡식성이지요. 사실 이 영화는 별로 볼 마음이 없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투자자들의 마인드와 비슷했을겁니다. 그런데 몇 주 전에 봤습니다.
별점을 준다면 별 다섯개에 하나 더 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상업성의 영화입니다만 전 탄탄한 시나리오에 그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 스릴러의 약점이 구성의 허술함을 확실히 매운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전개. 거기다가 날 것의 연기, 어느 기사에서는 엄중호(김윤석)를 송강호와 설경구를 합쳐 놓은 캐릭터로 묘사를 했던데..정확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거기다가 스타급 배우들의 고만고만한 연기력을 뛰어넘는 생생한 연기력이 탄탄한 시나리오를 마쳐주었다고 봅니다.
다시말해 탄탄한 시나리오와 스릴러 장르의 헛점을 매우는 오랜 기획, 거기다가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진 환상의 콤비 플레이가 만들어낸 흥행이었다고 봅니다. 영화 곳곳에서 경찰들의 삽질과 뻘짓에 관객들이 더 흥분하면서 영화관람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것을 더한다면 관객 또한 훌륭한 조연으로 이미 캐스팅해 놓고 시작하지는 않았는지 할 정도의 짜임새 있는 보기 드문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우리도 <유주얼 서스팩트>같은 고도의 작품을 만들수 있을 것 같다는 김치국부터 마셔봅니다.
충무로의 날고 기는 투자자들이 외면한 영화, 그러나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다면 관객은 발품을 팔고 대신 영화 마케팅 광고까지 해주면서 그 영화를 관람한다는 사실. 이게 <추격자>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봅니다.
영화 한편 만드는 것도 3년의 시나리오, 6년 기획을 거치는데 그렇게 해도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고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기 쉬운데 눈 앞의 이익만 보고 달려가는 정치판이라면 더 더욱 성공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사무치면 꽃은 기필코 핍니다. 하지만 때가 있습니다. 5년 후 꽃을 피우기 위해서 어쩌면 준비기간이 짧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근 차근 치밀하게 탄탄하게 준비해 갑시다. 영화판의 현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든, 정치판의 현실 또한 울 대장에게 쉬운 판을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탄탄한 시나리오와 준비, 그리고 기획을 하느냐에 따라 설혹 소수의 정치판의 기득권들에게는 외면 당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흥행작은 결국 관객, 유권자들의 눈 높이와 입 소문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관객이나 유권자들은 생물입니다. 관객과 유권자들에게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는 사람, 작품에 찾습니다.
사족
먼저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오후경에 제가 두달여 동안의 잠수를 접으면 올린 글, 그 글을 정확하게 오늘 새벽에 접속해서 댓글에 답을 달고 그리고 본문의 오타를 수정하려고 하다가 그만 삭제를 눌러버렸습니다.
엄청난 추천, 그리고 댓글로 환영을 해주신 유빠들께 정말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 절대 오타를 발견해도 수정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새벽에 삭제한 글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대신 올립니다.
아마도 기술적으로 삭제한 글을 다시 복구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흘러보냈습니다. 미련없이요. 암튼 삭제한 글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올리다 보니 정말 주절주절 한 것 같습니다. 오타나 문맥의 어색한 부분은 정말 셀프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