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3.4 | CBS-R,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내정자 논란"
<인터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음성
전문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보나?
안타깝다. 한쪽에서는 도덕성 논란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업무능력이나 보건복지정책에 대한 그분의 시각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 같다. 장관 청문회법이 만들어지고 제일 처음 섰던 게 나인데, 이건 굉장히 필요한 제도다. 청문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책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제도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에서 너무 많은 도덕적 논란이 제기되고 후폭풍도 있어서 이대로 장관으로 임명되면 보건복지부에 가서 영이 설까 걱정이 된다.
어떤 능력이 문제라고 보나?
장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가 함께 일하는 보건복지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공무원 조직은 명령만 한다고 움직이는 조직도 아니고 공무원 개개인은 영혼이 움직일 때 일을 한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돼서 보건복지부 전체의 위상이나 이미지가 실추되는 측면이 있어서 과연 이분이 직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서 열심히 일하게 만들까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복지와 보건이 독립된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까?
좀 다르긴 하지만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울타리가 높은 건 아니다. 나는 원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복지도 하고 보건도 했다. 근본적으로 보건복지부의 기본임무라는 건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운용해서 국민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다. 그러니까 꼭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재정 운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게 문제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그건 짧은 기간 열심히 공부하면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 쪽은 좀 덜하지만 보건 쪽은 여러 전문직업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그걸 잘 정해진 철학적 토대나 이론적 기초 위에서 조정하고 절충해서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만 있으면 대체로 할 수 있다고 본다.
김성이 내정자가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서 슈퍼에서 사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건 경제부처에서 계속 요구하던 문제이고, 보건 분야 내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다. 이것이 필요한 측면도 있고, 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어서 오래 논의만 했지 집행은 못하고 있던 사안이었다.
이런 구체적인 정책적 사안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아무리 합리적인 대책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해관계자에 의해 너무 강하게 거부당할 땐 집행을 못한다. 이런 문제를 청문회 단계에서 확실하게 말한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 청문회에선 부임하고 나서 따져서 하겠다고 신중하게 답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성이 내정자는 '과거 이데올로기 시대에 쓰이던 양극화라는 용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저출산이나 노령화 문제도 전부 가족문제다. 신앙심을 가지고 있을 때 사회복지정책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를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봤을 때 저출산이나 노령화 문제가 가족에 국한되는 문제라든가 양극화라는 게 과연 이념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용어라고 보나?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이론이든 이념적인 것과 무관하진 않다. 그러나 국민들 개개인의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 그리고 한 개인이 그걸 감당하기 어려울 때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가족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은 지역사회가 하고, 그걸 넘어서는 일들은 국가가 한다.
가족에게 책임과 권한을 다 주고 뒷감당까지 하게 하기엔 불가능한 일들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조해서 일부 맡아주는 것이 국가정책이다. 그래서 개인과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의 힘을 넘어서는 문제가 있다는 걸 부정하게 되면 국가의 복지정책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김성이 내정자께서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신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탁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 진영,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에서 계속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이념적으로 공격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칼럼도 쓰셨던 것이고, 그래서 눈에 드셨던 것이다. 이번 보건복지가족부 인사는 현 정부의 색을 반영하는 인사였다고 본다.
보건복지가족부 차관도 외부인사로 채워졌는데?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해야 할 일중에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위기관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우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나 미생물과 같은 질병의 원인균들과 싸우는 일을 한다. 그리고 빈곤과 가족 해체 등 사회적 질병과 싸우는 일을 한다.
또한 고령화 혹은 저출산이라는 새로운 병리현상과의 싸움도 한다. 그러다보면 식품, 약품, 바이러스, 세균 등과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다양한 위기상황이 1년 내내 발생한다. 김성이 내정자가 청문회라는 위기상황을 개인적으로 맞이해서 이것을 대처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보면서 이분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봤는데 상당히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본다.
지금 장관은 교체될지 그대로 임명될지 불확실하고, 차관도 외부인사로 채워졌고, 고위공무원단은 감원한다고 하고, 청사는 옮겨야 하고, 정책적 전망은 불확실해진 상황이라 공무원들의 동요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김성이 내정자는 아직 장관 임명을 못 받았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할 권한도 없다. 조직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는데, 공무원들이 슬기롭게 잘 극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유시민 전 장관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도 청문회 때 적십자 회비 한 회 빠뜨렸던 일이나 국민연금을 제때 못 냈던 하자가 지적됐었다. 그런 것도 나에겐 위기였는데, 지금 상황에서 김성이 내정자 혼자 이걸 헤쳐 나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나도 보건복지부 장관을 꼭 해보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서 하게 됐는데, 김성이 내정자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다. 상당히 힘든 길이 앞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시고 스스로 판단하셔야 할 것이다.
자진사퇴하는 것이 명예로운 퇴진이다?
자진사퇴도 이미 명예롭진 않다. 물러나시든가 혹은 그대로 가서 업무능력을 입증해보임으로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정치적 사면을 구하든가 해야 할 텐데 둘 다 힘겨운 길이 될 것 같다. 자진사퇴를 하기에도 상처를 너무 많이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성이 내정자의 내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 내 경우에도 반대가 심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셔서 밀어붙이셨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그런 확신이 있으시다면 밀어붙이실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