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라
아직은 민주주의를 말해서는 안된다. 당신들의 입으로 당신들의 펜으로, 감히 민주주의를 논하지 말라. 그건 거짓이요 사치요 위선이다. 민주주의가 그저 연륜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건국한 지 60년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기 한량 없다. 4.19혁명이든 서울의 봄이든 6월 항쟁이든 당신들은 입에 올리지 말라. 그것이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라고 당신들이 말할 순 없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시민이 권력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시민들에게서 나오고 시민들에 의해 시민들을 위하여 쓰여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우리가 프랑스 혁명 이후 대의정치라는 차선의 제도를 선택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 권력이 시민들의 손에서 나와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 우리 민주주의의 비극을 본다. 의회를 구성할 의원 후보를 뽑는 절차가 하나 같이 시민들과는 동떨어져, 후보들이 몇몇 당료들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 이래서는 국회의원이 된 자들은 더이상 선량(選良)이 아니다.
도대체 민주주의를 하는 어느 나라에서 이런 해괴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던가.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자들은 중앙당에 공천 신청을 하고, 권력을 잡고 있는 몇몇 당료들이 그들 입맛에 맞는 공천심사위원이란 자들을 데려다가 심사를 하고 있다. 그 공천심사위원이란 자들은 누가 심사했나. 한나라당은, 5천 명 중에 가려 뽑았다는 장관들조차 땅투기니 이중국적이니 가짜 논문이니 온갖 의혹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인사시스템을 가진 마당에, 그런 가려 뽑은 일도 거치지 않은 공천심사위원을 믿으라는 것인가.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은 공천심사위원들은 정말 남을 심사할 정도로 훌륭한 분들인가. 그 분들은 지난 진보좌파 정권 동안 무슨 일을 한 분들인가. 그 분들이 과연 보수의 이념과 정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 분들은 과연 보수의 핵인 도덕성에 남보다 충실한 분인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들인가. 나는 이런 것들이 무지 궁금하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마음에서 잘 나가던 민주당을 깨고 백년정당을 하겠다면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그 때는 그 이상한 이름의 정당에 줄을 선 이들이 많았다. 탄핵 바람 직후여서 그 당에 공천을 받기 위해 다들 안달이 났다. 그래도 나는 열린우리당이 잘한 것이 하나는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기간당원제요 상향식 민주주의이다. 열린우리당도 부분적으로 시행해 보지 못한 제도이지만 당원들이 스스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을 하는 걸 보면서 나는 박수를 쳤었다. 그 열린우리당은 산산조각이 나고 몇 차례의 이합집산을 거쳐 다시 통합민주당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 낯선 분들을 모셔다 놓고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곳에 있는 심사위원이란 분들은 과연 선량 후보를 가릴 정도의 혜안을 가진 분들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신이거나 초능력자들이거나 그 동안 숨어 있던 거룩한 분들에 틀림 없다.
대통령 선거 일 년 전부터 국민의 뜻을 받든다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느니 여론조사를 하느니 하면서 난리를 쳤던 정당들 아닌가. 그런 게 다 국민들에게 바람 잡을려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는 하나 같이 부인하면서 그저 국민들의 뜻에 순응할 목적이라고 둘러댓었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비록 이상한 여론조사를 보태 당원의 뜻은 왜곡되었지만, 투표로 후보를 결정했던 선례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보다 훨씬 적은 그저 시 군 단위에서 선출할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는 왜 예비선거를 하지 않고 왜 국민들의 뜻을 묻지 않는 것인가.
당을 주무르는 권력자들에게 간택된 후보자들이 국회의원이 된다 한들 그 분들 중에 우리들의 지도자가 나온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아니 불가능하다.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여 의회에서 일하기보다는 다음 번 공천을 생각한다면 아부하고 눈치 보고 거수기 노릇하기 바쁠테니까 그 분들이 한국을 구할 지도자가 되기는 애초에 글렀다. 이러니 멀쩡한 사람들이 의회에 들어가면 패거리짓기 바쁘고 쓸모 없는 싸움박질 하기 바빠 국민들이 보기엔 게으름뱅이나 건달들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일류인데 행정은 이류이고 정치는 삼류라는 비아냥을 한 재벌 총수가 있었다. 지금 그 재벌 총수는 일류의 비자금 조성과 일류의 절세 상속으로 치도곤을 당하고 있다. 그 분에게 더 이상 굴욕을 당하지 않는 일류 국회가 되기를 나는 희망하지만 어째 새로 구성될 국회도 싹수는 노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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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이분이 참 멋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보수란 이런 모습이라고 상상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멋진 보수 정당이 바로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