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이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참가신청글을 여기저기 올려놓고 가족들에게 통보를 하긴 했는데, 도대체 선뜻 마음이 잡히질 않습니다.
쑥스럽고 어색한건 질색인 내성적인 성격이 잠도 못이루게 하더군요. 까짓거 뭐 죽으러 가는것도 아닌데 한번 가서 참여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이른 아침밥을 챙기고 출발 하려할 즈음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물론 수원광장분이시리란 직감으로 받으니 '님과 함께'님 이었고, 한 5분이 지나니 '느티나무언덕'님의 확인사살...^^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 신갈버스정류장으로 도착 했습니다.
도착하고 나서는 여러분들의 환영으로 어색함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여주를 거쳐 대구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분들의 배려 속에서 어색함 없이 마치 등산 가듯 편안하게 첫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차안에서 아들에게 잠깐이나마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초록뱀' 선생님도 만났고, 작은고추같이 알찬 '성난대추'님의 귀여운 아드님도 만났고, 뭐 머리가 나빠 일일이 닉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하여튼 무지 많은 노빠, 유빠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만남에서 힘들었던 점도 있었지요. 반가워하며 악수를 청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느티나무' 입니다. 하면서 닉 을 대시던데, "저는, 정 아무개입니다." 하고 있더군요. 제 아이디가 제일로 죽여주는 '온리유' 인데 말이지요.^^ 아! 그리고 제 아이들도 역시 이런 오프가 첨이다 보니 킥킥 거리며, "아빠 '무도리' 보는 것같다. 나는 온리유2다" 겁니다. '무도리'라는 영화에서 자살카페 주인공들이 모두 닉넴으로만 인사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던 모양이지요.^^
암튼 도착하고 얼마 뒤, 제가 기대했던 대로 시민님, 아니죠, 첨맘님도 오시고, 사진찍고 사인받고 하면서 분위기도 고조되고 곧, 야구 경기도 시작되고 또 사진찍고, 웅성웅성, 왁자지껄, 하하하... 껄껄껄... .마치 봄소풍 나온 마냥 가볍게, 그리고 기분좋게 저도 서서히 분위기에 동화되어갑니다.
처음 대면임에도 살갑게 형님, 형수님 하시는 '님과함께'님과 '느티나무' 님이 떠나지 않고 곁에서 도와주신 덕분이었지요. 부산분들, 대구분들, 그리고 부천, 서울, 수원, 태안 등, 전국각지에서 모인 여러분들이 마치 이산가족의 상봉처럼 마치 결혼하는 누이덕에 오랜만에 모인 다정한 가족처럼 일말의 찡그림이나 비틀어짐도 없이 그토록 큰소리로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거 첨 알았습니다.
집에서 TV도 보지않는 저희로선 가히 문화적 충격이라 아니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짐작이 가시지요? 아무하고도 반갑게 악수하고 웃고 이야기해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소리 내어 노무현을 말하고, 유시민을 자랑하고, 딴나라나 2MB를 씹어도 전~혀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이 분위기... 정말 첨 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또 가족 구성원들과도 정치적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느껴야 했던 이질감,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다는 핑계로 부딪치는 쇳소리를 피하던 내성적인 본성에 대한 원망... 이런 것들이 일거에 날아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속해있던 어느 자리에서든 항상 느껴오던 소외감이 일거에 날아가는 해방 이었지요. "아! 이맛이다. 정말 잘 왔구나. 정말 속이 후련하다." 날 듯한 기분을 가슴가득 벅차게 느꼈습니다. 완벽하게 하나된 기분, 그 기분은 '첨맘'님의 캠프를 거쳐 뒷풀이장소인 막창집 에서도 전혀 가라앉지 않고 외려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그곳에서 'Neverend'님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이 글을 수원광장이 아닌 중앙 게시판에 쓰게 되는 이유 이지요. 오늘의 자리를 위해 직접 통영인가에 가서 굴을 따오셨다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었고, 그 굴을 맛있게 먹으며 느낀 고마움 조금... 그리고 행사장의 온갖 뒤처리를 하시던 모습을 보면서 느낀 미안함 조금...
아마 그분과 술 한잔 부딪치지 않고 그냥 올라왔더라면 딱 고만큼만 기억을 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분과 한잔의 술을 나누며 사내의 굵은 눈물을 보았습니다. 비록 술기운에, 그리고 강한 경상도 억양 에 정확하게 단어하나까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잘못해서 유장관이 조금이라도 잘못될까봐, 그것이 나는 너무나 두렵습니다. 끝까지 같이 갈겁니다."
하는 그 말을, 진심을, 사랑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Neverend'라는 닉을 쓰는 저 남자는, 그가 사랑하는 유시민을, 또 당신 만큼이나 사랑할 것같은 사람들이, 멀고먼 서울에서 응원하기 위해 온다는 그 고마움을, 거칠고 강한 석화의 껍질에 온 손마디가 까이고 찢어져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 거친 굴들을 캐어내고 쉼없이 삶아 대접하며 표출합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혹시나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하여 따르는 분에게 해가될까 두려워하는 그 마음, 그 마음과, 수인사 하며 잡아본 그 거친 손-석화껍질에 여기저기 베이고 터진 그 손-이 너무도 고마워서, 짧은 만남이었습니다만 가슴 속 깊숙하게 각인되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말없는 봉사와 조건 없는 사랑을 불혹에 들어서야 배우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운에 젖어 노래를 부르는 여러분들을 처음에는 정말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방해하는 여러분이 조금 밉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Neverend'님의 손을 생각했습니다.
버스가 수원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노랫소리에 묻어나는 기쁨과 슬픔을 가슴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여러분의 기쁨을, 기쁨의 몸부림을 배려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의 사랑을, 그분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도 굶주렸었고, 그건 저들도 그랬었구나...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곳으로 나아가고있구나...
이렇게 차츰차츰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하는 그분들과 동화되어갑니다. 그래 넌지시 옆자리에 앉은 집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노래 한 번 불러볼래?"
그 얼굴에서 환한 승낙의 미소를 보고, 오랜만에 집사람의 옥구슬 구르는듯한 노래 두곡을 듣고, 저는 조금 더 그분 (집사람 말구 그분요 ^^)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Neverend 님께 감사드리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은, 절대 잘못되지 않습니다.
굽이굽이 아무리 돌고 돌지라도 결국은 바다로 갑니다. "님! 아이디처럼 끝까지 갑시다." 하고 힘을 북돋아드리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푸훗, 근데 누군지 기억이나 하실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