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호영이 달성에 가서 박근혜를 만나고 돌아갔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일텐데 왜 그랬을까? 나는 여기서 승리의 조짐을 본다. 주호영은 지금 불안한 것이다. 여론조사로는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이기고 있는데도 본인은 형세가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는 증거다.
프로기사들이 대국을 할 때 가장 수를 많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대국 당사자들이다. 숱한 고수들이 대국실 옆에서 바둑을 검토하고 있어도 형세의 유불리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안다. 수읽기의 문제도 있지만 상대방의 기세와 호흡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 선거를 바둑으로 치면 접바둑과 같다. 이미 주호영은 4점 내지 5점 정도는 깔고 시작하는 셈이다. 접바둑을 둘 때 하수가 지는 코스는 정해져 있다. 고수의 도발을 응징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 대해로 나가지 못하고 귀의 실리에 집착하다 보면 내집은 마냥 쪼그라들고 중원에 펼쳐지고 있는 고수의 세력은 점점 더 커보이는 것이다.
유시민의 토론요구는 실리와 세력을 아우르는 절묘한 응수타진이다. 유시민의 응수타진에 대해 주호영은 적절한 수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방송이건 메니페스토건 그저 피하기에 급급하다. 급기야 박근혜에게 표를 구걸하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객관적으로는 주호영이 분명 많이 앞서고 있지만 기세에서 밀리고 있다. 한번 기세에서 밀리면 유리한 바둑을 망치는 건 순식간이다. 철옹성처럼 견고해 보이던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그러나 어제 박근혜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에서 첫번째 승리의 조짐을 보았다.
오늘은 여기 게시판에서 두번째 승리의 조짐을 보았다.
곽서는 원래 개혁당 얘기 빼면 별 할 얘기가 없는 사람이다. 오늘, 2002년 어느 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은 개혁당 창당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생래적 눈팅인 곽서는 그날도 하루 종일 당원게시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창당대회 소식이 거의 안 올라 오더라.
사무국 요원들이 전부 창당대회장인 6.3빌딩에 가서 몸빵을 하는 바람에 게시판에 소식을 올릴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하루 종일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느라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나중에 올라온 그 유명한 문짝의 연설이며 노무현의 눈물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감격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 이곳 시민광장에 평소와는 달리 유시민의 소식이며 사진들이 거의 안 올라 왔다. 그 부지런한 B군도 조금 전에야, 그것도 아주 빈약한 사진 몇 개를 올렸을 뿐이다. 시민광장과 서프와 노하우에서 본 단편적인 소식들을 꿰 맞춰 보면 지금 대구에서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한가하게 게시판에 소식 올릴 짬도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건 아주 좋은 현상이다.
어쩌면 내일 쯤에는 2002년 그때 대전에서 벌어졌던 춤판이 재연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필승의 징조다. 식당 아주머니들이 전국에서 몰려 온 유티즌들을 보고 "유시민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가?" 그랬다고 한다. 그때 노빠들의 진정성이 먹혀들었듯이 유빠들의 진정성이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돈을 받고 하는 선거운동과 자기 돈 들여가며 하는 선거운동은 벌써 느낌이 다르다. 자기 흥에 겨워 하는 율동과 일당 받고 하는 판에 박은 몸짓은 누가 봐도 구별할 수 있다.
마음이 사무친 사람들이 대구에 모여들고 대구에는 지금 꽃이 만발하고 있단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긴 피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