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생뚱맞지만,
유후보가 대구에 출마한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봅니다.
이 블랙홀같은 지역의 장벽을 넘어서서, 가치와 노선으로 경쟁하는 시대를 만들고자,
이미 15년 이전부터 줄기차게 싸워온 인물이 있습니다.
모두 잘 아시는 것처럼 바로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노공이산님 말입니다.
우직할 만큼 이 장벽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온, 우리 정치사에 새 장을 여신 분이지요.
늘 상대후보를 압도할 만한 도덕성과 실력,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공헌으로 무장했음에도, 그의 정치적 고향에서는 3당 합당에 따라가지 않고 DJ와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배척받았습니다. 한두번도 아닌, 세번씩이나 똑같은 일을 당하지요.
국민들은 그런 그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리곤 지지하는 국회의원도 한 명뿐이고, 내세울 만한 경력도 변변히 없으며, 낙선한 원외인사인 그를 양김 이후 첫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그리곤 야당의 탄핵공세에서 그를 구해주는 것으로 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인 노무현은 뛰어난 정책적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라는 일각의 평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그 자신의 표현처럼 매우 불행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정권을 내놓아야 했고, 그의 정치노선과 가치를 승계할 정당 하나 남겨두지 못하고 정치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으니까요.
그러나 그가 뿌려놓은 씨앗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숨죽이고 있지만, 새 봄이 오면 다시 대지를 뚫고서 싹을 틔워가게 될 것입니다.
유후보는 그 자신의 표현대로 이 위대한 정치가를 정치적 아버지로 모신 인물입니다. 노무현이 뿌려놓은 씨앗 중의 한 사람이고, 실제로는 그 기운을 올곳이 내려받은 후배 정치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후보도 자신의 정치적 대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 질기고도 질긴 지역정서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을 에둘러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 말이지요. 50평생을 쌓아온 삶의 기반을 모두 버리고, 대구와의 의리를 지키겠다며 남은 정치 인생을 대구의 변화에 걸었습니다. 대구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지요.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역사는 이 두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산을 옮기는 것처럼 무모해 보이는 일이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피하지 않고 맞서는 것부터 둘은 똑 닮았습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더 쉽게 이 벽을 깨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는 길을 이 두 사람이 모를 턱이 없지요.
그러나 이 둘은 그것이 원칙이 아님이 알기에, 스스로에게 형극과도 같은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방법인지 궁금하세요?
쉽습니다. 바로 TK와 PK를 이간질시키는 것이지요. 그리하면 딴나라는 붕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소선거구제의 붕괴를 의미하게 됩니다. 소선거구제가 붕괴되면, 적어도 지역 때문에 노선과 가치가 송두리째 사장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한 지역을 석권하기 위해서 전국을 포기하는 짓을 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정당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정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사람에게서,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친어미의 모습을 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지만, 차라리 자식을 남의 손에 넘기더라도 그 생명만큼은 다치게 할 수 없다는 친어미의 마음을 느낍니다. 이것이 이 두 사람이 말하는 민주주의, 시민주권주의가 사이비 민주세력, 사이비 선진세력이 떠드는 것과 다른 근본 이유입니다.
입으로는 선진화를 외치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을 마다하지 않는 당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비민주적인 정당 운영을 버젓이 행하는 당들밖에 없습니다.
정당 대표끼리 공천권을 나눠먹고, 당원도 아닌 사람들이 밀실에 모여서 공천자를 결정하는 짓거리를 태연하게 하는데도, 아무도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하지조차 않습니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쥐대가리를 튀겨먹고, 시장통제를 남발하는 세력도 모두 한통속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면,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다른 나라가 우리를 욕하든 말든 괘념치 않습니다. 그러니 노무현의 마지막 낙선이었던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긴 허모 양아치는 오늘도 3선의 고지를 향해서 달리고 있는 거지요. 다른 지역에서, 심지어 방송에서 욕을 하든 말든, 자신만 당선되면 그만이니까요. 바로 자기가 사랑한다는 애가 죽든 말든, 그 애를 데려오기만 하면 그만인 가짜 어미의 심성을 가진자들입니다.
노공이산님과 유후보는 그리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우직한 길밖에는 방법이 없지요.
이 오랜 싸움, 그래서 긴호흡으로 각오 단단히 하고 가야 합니다.
우리는 사술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혜로운 전략은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호소하고, 누가 봐도 옳은 말, 맞는 말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대구가 유후보가 소속된 당의 '홈그라운드'였다면, 딴나라를 비롯한 저들은 분명 대구야 죽든 말든, 대구와 경북이 원수가 되든 말든, TK와 PK가 원수가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이 그들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그들은 같은 당에 속해 있으면서도 수도권과 지방이 싸움질을 마다하지 않는 족속들이며, 강낙지처럼 지역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다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는 진정한 상생을 이야기합니다.
대구와 경북이 함께 살고, 수성을과 갑이 함께 살며, 경상도와 전라도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합니다. 서울과 지방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그들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배, 세 배 힘듭니다.
산을 옮기는 것처럼 말이지요...
TK와 PK의 이간질이라는 손쉬운 계책은 아예 고려 대상에도 없습니다.
정말 답답해질 때는 저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집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묶이기에는, 이 두 지역 사이에는 나름대로 복잡미묘한 것들이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그리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딴나라도 무너지고, 소선거구제도 무너뜨릴 수 있었음에도, 집권하고 있을 때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공이산님과 유후보님을 존경합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대의와 명분이라는 큰 열매를 버리지 않는 이 두 분이 있기에,
산을 옮기는 것처럼 힘겨운 이 지역주의와의 전쟁을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합니다.
우리 세대에 미처 다 못하면, 우리 다음 세대가 이 일을 이어줄 것을 믿으며 말이지요...
물론 유후보가 당선되기만 하면, 아니 당선되지 않더라도 유후보가 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머지 않은 시기에 반드시 우리가 꿈꾸는 그런 세상이, 산이 옮겨지는 기적이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그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언제까지 같이 가고 싶습니다. 산을 옮기는 이 어려운 일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동참해 볼 생각입니다.
여러분,
알면서도 쓸 수 없는 비책에 가슴답답하시지요?
그래도 어쩝니까?
우리 모두는 가짜가 아닌,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의 친어미들인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