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6자 회담 북-미 수석대표의 손을 떠났다. 양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8일 싱가포르 양자 협의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이날 6자 회담 교착 국면의 핵심 원인인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및 북한의 시리아와 핵협력 의혹 등을 포함한 핵신고 문제와 관련한 협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협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김 부상 쪽이 좀더 적극적이다. 김 부상은 “앞으로 합의에 따라서 필요한 사업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의 결과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힐 차관보는 “본국 훈령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본국 정부의 최종 재가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단 셈이다.
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다면, 6자 회담이 교착 국면을 넘어 북한의 핵신고 및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행동 대 행동’ 조처와 함께 9·19 공동성명 3단계인 핵폐기 단계로 진입하는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핵신고 문제가 풀렸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듯하다. 6자 회담 사정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밤 “양국 정부가 김 부상과 힐 차관보의 청훈(훈령 요청)에 어떤 답을 줄지 자신있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실제 지난 3월13일 제네바 회동 때도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잠정 합의’에 이르렀으나 본국 훈령을 받는 과정에서 북쪽 당국이 ‘추가 협의’를 지시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가 내려보낼 훈령의 내용에 따라선 김 부상과 힐 차관보가 추가 협의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베이징에서 추가 접촉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이날 북한의 플루토늄 핵 활동 내역은 6자 회담 공식 신고서에 담고,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및 북한-시리아 핵협력설과 관련한 ‘신고 문제 해결 방식’은 북-미에만 주고받기로 한 ‘비밀의사록’에 따로 적시하는 방식을 전제로 이견을 좁혀나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미 양국 정부의 최종 훈령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제2차 북핵위기의 발화점이었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보다는 최근 미국 일각에서 연일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북한의 시리아와 핵협력설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