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
조금의 희망을 보았고, 낙담도 있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시간인데 낙담스러운 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주호영의 그 말처럼 30%라는 득표는 사실상의 여당의 분열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만일 주호영과 친박연대 인물, 그리고 유시민... 이런 구도였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20% 정도였을 것입니다.
뼈 아프고 절망스럽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괜한 긍정을 토대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죠.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담보되어야 효과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죠.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우리 힘으로 지금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는 20%입니다. 30%가 아니라 20%입니다.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전국 지지율이 13%(수성구는 31%나 됨)이므로 친박연대쪽 표를 최소로 잡아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탄핵 열풍 때의 수치와 비슷한 결과이며, 이로써 우리가 그토록 힘을 모아 도전했어도 현재로써 모을 수 있는 표수는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영역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어서 소통이 가능한 인구가 20%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그나마 친박성향으로써 전략적 사고라도 할 수 있는 인구가 12% 정도 있어서 유시민님이 33% 정도를 얻을 수 있던 것이죠. 다른 이들은 아무리 주호영에게서 배신감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오로지 한나라당을 선택할 만큼 몰입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주호영 지지를 호소하며 다니던 어떤 분은 제가 유시민 지지를 위해서 멀리서 왔다고 하자, "빨갱이 새끼들, 뭐 할일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냐?"라는 말을 서슴 없이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일행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 처참한데요. 할머님들이 모여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 어린 아이들을 성폭행하고 죽이는 일이 다 북한에서 보낸 간첩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씀을 나누고 계셨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시민님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4년 후에 여당이 분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적은 득표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4년 후에 다시 낙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오늘의 득표수보다는 10% 정도 높아져야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는데, 만일 더 낮아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거야말로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33%는 오히려 우리에게는 대단히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괜히 당선이나 박빙도 아니게 어중간한 40% 수준의 지지율이었다면 다음에는 무조건 당선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 그 정도까지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외통수에 걸려 있습니다. 돌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유시민을 구할 수 없으며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시민광장
저는 노사모와 시민광장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노사모는 시민운동의 측면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시민광장은 유시민을 중심으로한 정치세력으로써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노사모는 운동을 했다면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개 정치인, 국회의원 유시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닌 목표는 과거에는 수많은 돈과 목숨을 내놓아도 성취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단한 전략과 전술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전략과 전술이 우리 모두에게 숙지되지 않는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사무치면 전봇대에도 꽃이 핀다는 구호를 너무 감상적으로 인식해서는 안됩니다. 마음이 사무친다는 것을 감성적인 애절함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되고, 우리의 지, 정, 의를 모두 모은 마음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전봇대에 꽃이 피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부터 4년이라는 세월이 주어져 있습니다. 하루도 헛되이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성공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시민광장의 집행부는 이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겠고, 우리 회원들은 이런 인식 속에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시민광장 회원 모두가 늘 5분 대기조처럼 행동할 이유는 없습니다.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집단 이성입니다. 생각의 힘은 세다는 것이 유시민님의 철학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생각의 힘이라는 것이 그 집단이 형성해서 표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 개개인 모두가 진보해 가지 않으면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으며, 힘이 없어서는 4년 후에 더 많은 지지를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대구
대구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야겠습니다. 정치적 계산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전반적인 연구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제가 저희 교회 회원들로부터 듣기로는 대구는 대단히 고립되어 있는 동네이고 방송 언론으로도 그 고립을 가중한다고 하더군요.
티비 프로그램도 자체 방송 비중이 높고, 신문은 조중동에 지방지까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대구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의 생각이 고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합니다.
거기다 대구는 워낙 돈이 많은 동네랍니다. 저희 교회에 회원 중에 외국계 보험 회사 본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데, 가장 실적이 좋은 곳이 대구랍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놀라더군요.
거기다 교육열도 대단히 높아서 대구는 지방 도시들 중에서 서울대에 제일 많이 보내는 곳에 속한다고 합니다.
돈이 많은데 고립되어 있는 동네, 그런데 그 돈이 너무 부자들에게 몰려 있어서 그냥 깔고 앉아 있어서 돈이 잘 돌지 않고, 자연히 경제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동네, 그러면서도 돈이 많아서 그 고물만으로도 도시가 돌아가고 그래서 굳이 타지로 나가지 않는 동네, 다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서울로 유학보내지만 그래서 거의 돌아오지 않는 동네, 이런 저런 조건들이 오늘의 대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런 저런 사회학적인 분석을 좀더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활동해야할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