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철없이 젊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춘기 시절을 그냥 건너 뛴 경우가 많다. 유시민에게 젊은 시절은 민주화운동의 격동 속에 그냥 건너뛴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 때문에 시대를 거역하게 된 모양이다.
한때, 반역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그 반역의 시대는 여전히 정반합의 질서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우상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며, 절대권력도 제도도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시민은 다시 내게 인간에 대한 애증과 미련을 일깨운다. 이게 잠시 머물다가 말 것이라는 결과론을 심중에 안고서도 인간들이 한 인간을 이해관계 없이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다.
나에게 대구라는 도시는 이성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와룡산 50사단에 대한 편린 정도일 뿐. 그러나 아니다. 나의 오래된 감정의 내면에서는 좀 더 솔직해지라고 말한다. 대구 출신의 여자를 죽도록 좋아한 적은 있다. 젠장.
유시민의 실험, 그것이 젊은 정치인의 철부지 치기이든, 사림정신을 포기하고 수구와 보수의 상징이 되어버린 고담도시 대구에 나타난 그리스도이던 알 바 아니다. 영남출신이 아닌 나로서는 대구라는 도시는 내가 사랑했던 한 여자의 출신지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아닌 대구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유시민의 얼음박치기, 나같은 문외한이 대구라는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기회가 되기를 진정 바라마지 않는다. 당신들이 박정희의 후예를 향수하는 것은 당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소수서원 옆에서 술타령을 하는 어리석음이 진정 산업화의 댓가로 그대들이 얻은 행복이요 풍요였단 말인가. 그래 다시 웰빙식품을 찾아 봉하산골에서 산나물을 찾는단 말인가.
유시민의 팬들이 내일 대구에서 낙선에 대한 감사인사를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일주일 후의 중요 일정을 팽개치고, 아무 연고도 없는 대구땅으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아, 유시민이라는 인간은 왜 내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하는 걸까? 오래 전에 내쳐버린 장농 한 구석에서 별 볼 일 없는 골동품을 다시 찾게 만드는 그대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