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쭈볏한 마음으로 뭘 도울 일이 없나 사무실 문을 연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총선 후 사나흘이 지나갑니다. 아직도 귓가를 울리는 그날의 함성과 열정들...
"엄마, 민주주의가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 거였어?"
어느 깜찍한 꼬마 숙녀의 이 말 속에서 희망을 봅니다.
유시민의 이름으로 함께 했던 지난 나날은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 남는 진한 아쉬움 그것은 비단 이번 수성을 선거 결과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너보다 더 똑똑하고 잘 났으니 내가 하는 일에 딴지걸지 말고 묵묵히 따라와"
그러면서 던져주는 마음없는 밥 한덩이, 고기 한 점에 굴복하지 않기를, 비록 조금은 가난하고 똑똑하진 않지만 마음만은 자유인이기를 바라는 맑은 영혼이기를, 그리하여 서로 격려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참세상이기를 꿈꾸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 갈 것이라는 만만치 않은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의 깃발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깃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모의 땅에 떨어진 작은 씨알이 언젠가 활짝 피어나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리라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악 조건 속에서 거둔 32.6%라는 알찬 수확은 분명 의미있는 것이겠지만 지지자들만의 열정과 사무침만으로는 2%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입니다. 철옹성과 같은 저들의 빗장을 활짝 열어 젖히기 위해서는 이제는 우리를 차분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진정 우리가 배타적인 마음으로 우리의 울타리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나, 건전한 비판마저도 매도하는 편협한 사고에 빠지지 않았나 냉철하게 반성해 볼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말만의 열린 마음이 아니라 진정한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웃음과 눈물을 같이 나눌 때 나머지 부족한 2%가 채워지리라 봅니다.
지금 우리들이 갈아야 할 저 묵정밭이 너무나 넓고도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황소의 우직함과 진정성으로 묵묵히 걸어간다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들 진군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지만 이제는 칼과 투구를 잠시 내려 놓고 보습을 들고 그들 속으로 스며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지난 수성을 선거를 몸으로 치루며 느낀 바를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이제 저는 지난 수성회전을 뒤로하고 미래의 수성대첩 나아가 전국대첩을 꿈꾸며 노란잠수함을 타고 일상의 바다로 돌아갑니다.
2008. 4. 12 유시민을 지지하고 유벗님들을 사랑하는
노란잠수함(김재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