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판단과 가치관은 살아오며 겪었던 경험에 바탕을 둡니다. 6.25를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공산주의자에게 살해당하는 경험을 한 세대에게는 반공은 당연한 결론일 것입니다. 젊은 시절 가치관이 형성될 때 가장 끔직한 경험을 했다면 그 경험은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가치관은 평생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 노년층이 극단적 보수의 입장을 완고히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전쟁의 경험과 그리고 전쟁이후의 획일적 정보 때문입니다. 1990년 이후 세상은 냉전을 벗어났지만 6.25를 경험한 노년층은 아직 냉전의 사고 속에 갇혀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매우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특히 남학생들) 이미 개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학생들끼리 개고기를 사먹지는 않았겠죠. 부모와 함께 개고기를 먹어본 경우입니다. 심한 경우는 매 여름마다 먹기도 하고요.
부모따라 자연스럽게 먹다보니 이 학생들은 개고기는 당연히 먹을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지게 됩니다. 이 학생들은 중립적 입장에서 생각해 본 후 개고기 식용에 대해 찬,반 가치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먹어본 경험이 개고기식용을 찬성하도록 결정해 버립니다.
우리는 극우적 어르신들을 뵐 때 한편으로 이해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답답함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전쟁의 끔직한 경험에 얼마나 치를 떨으셨을까 공감합니다. 한편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 그때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투표하시는 점을 매우 안타깝게 여깁니다.
개고시 식용에 관한 어린 학생들의 태도와 진보적 가치에 대한 어르신들의 태도 사이에는 경험이 생각과 가치관을 지배한다는 공통점이 분명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경험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초월해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 또한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결코 개고기 먹는 사람을 인간적으로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태도를 취했다면 개몽주의적 오류에 빠진 것이 겠지요.
나의 경험을 극구 항변하는 수준에서 토론이 진행된다면 대화는 없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논쟁만 있을 것같습니다. 나의 경험을 뛰어넘어서 생각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개고기논쟁도 반공이데올로기 논쟁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녀가 열린 사고를 하기를 바라시는 분이라면 어린 아이들에게 개고기를 먹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개고기를 먹어본 아이들은 거의 자기방어적으로 개고기 식용을 찬성합니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여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가 없습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에 대해 노인들과 대화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래에 있는 개고기반대 글이 독수공방에 쫓겨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시민광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열린 사고를 하는 분들이 모인 곳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마저 개들이 도살된다면 정말 우울하고 슬플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며 눈팅만 하다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어 몇 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