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치 탓하며 책임회피·파문진화 발언에도 ‘국민 건강’은 없어
‘쇠고기 파문’의 와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대응과 언행은 되레 민심의 분노를 확산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을 단순히 산업·교역의 관점에서만 판단한 데다, 정책결정 책임에 대한 자각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뢰 위기’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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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치는 미국, 웃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라운드테이블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 시종 장사·시장의 논리로 접근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소 키우시는 분들 보상을 하면 숫자가 적으니까 또 될 것이고,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 거는 그렇다”면서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방일 수행기자단 간담회)이라고 말했다. 물론 축산 농가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축산농가도 한우를 고급화해야 한다. 그러면 장사가 잘된다”(24일 제1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 “10년 안에 4만달러 되면 수입 쇠고기 먹느니 한우 고급을 먹겠다는 사람 많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비싼 소가 3300만원인데 일본에서는 1억원까지 한다”(26일 경기 포천 한우농가 방문)는 식의 ‘장사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는 민심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 여당이 다급하게 ‘쇠고기 파문’ 진화에 나선 2일 “쇠고기를 처음 개방하는 것도 아니고 옛날 개방했던 게 중지됐던 걸 재개하는 것인데 역사에 없던 걸 처음 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시·도지사회의)는 발언이 단적이다. 과거 수입 중단 이유가 광우병이고, 현재 민심이반의 핵심이 광우병 위험이 큰 ‘모든 연령대 수입개방’이란 사실을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들면 적게 사면 된다. 개방하면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방일 수행기자단 간담회)이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국민 건강=개인의 선택’으로 치부된다.
“이(쇠고기)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된다”(2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회동)는 발언도 문제다. 민심이반 대책 역시 ‘설득’이 아니라 ‘정치 탓’을 하며 ‘회피’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쇠고기 파문’이 인터넷에서 먼저 들불처럼 번지고, 탄핵 서명도 고교 2학년생이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정치논리’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사실 이 대통령의 ‘책임회피’성 발언은 그보다 뿌리가 깊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미 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측과 합의해 개방을 약속한 사안”(지난달 24일 국정과제 보고회)이라는 언급으로 ‘설거지’ 논쟁을 불러온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참여정부가 하려던 협상은 검역주권 등을 확실히 지키는 내용이었다”는 통합민주당의 반박은 제쳐두고,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결정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신의 판단은 없었다는 자인인 셈이다.
<김광호·선근형기자>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5030003335&code=9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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