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머니께서는 올해 73세로 시골 서산에 사십니다. 몇 년전부터 무릎관절과 어지러움증이 계서서 서울의 한양대병원에 두달 정도에 한번씩 정기검진의 형태로 진료를 받으시고 약도 타셔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농촌 노인네이지요.
오늘도 병원에 가셔야 하는 날이신데 원래는 시골에 어머니 근처에 사시는 둘째형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셨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동네이웃어른과 같이 올라오셨다가 내려가시곤 했는데 오늘은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서울에 근무하고 있는 제가 어머니께서 올라오시면 터미날에서 모셔서 병원에 그리고 다시 터미날에 모셔드리는 것을 담당하고 있는데 오늘 조금은 갑갑한 일이 있었습니다.
즉, 평소에 어머니께서 올라오시면 당연히 서초동에 있는 '남부시외버스터미날'에 오십니다. 그래서 저는 응당 그곳으로 오실 줄알고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차를 몰고 갔으나 계셔야 할 어머니께서 안계시더군요. 남부터미날 정문앞 횡단보도에 차를 잠시 정차해놓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위치파악을 하는데...주차단속요원도 와서 딱지를 떼려 하고 길이 막힌다고 뒷차도 경적을 울리고...결국 그렇게 해서 남부터미날 주위를 세바퀴를 돌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분명히 도로가에 나와계신다고 하시는데...아무리 찾아도 안계시니 도대체 어머니께서 어디에 계시다는 것인지..답답한 마음에 신경질까지 나더군요.
급기야..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께 저도 모르게 "어머니, 거기가 남부터미날입니까? 아니면 강남터미날입니까?"라고 다그치는 형태로 목소리 톤이 높아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여기? 강남남부터미날인데..도대체 워디가 워딘지 잘 모르겠는데...담배팔고 하는 자그마한 박스앞에 서 있는데..넌 워딘디..그렇게 못 찾는다냐?"라고 불안해지신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부터미날이 아니라 강남고속버스터미날로 가신게'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주위사람들 한테 물어서 '강남고속버스터미날'이라는 것을 확인해보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강남고속버스터미날'이었습니다.
'아이구...어머니도 참..강남고속버스터미날과 남부시외버스터미날도 구분 못하시는구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1시간여가 지난다음에 강남고속버스터미날 앞에 서 계선 '혹시 아들을 못만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시는 초라한 모습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울컥..코끝이 찡해왔습니다.
'왜 진즉에 내가 어머니께서 어디로 도착하는 버스를 타셨는지 여쭤보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에...ㅠ.ㅠ
차에 타시면서 어머니께서 "아이구 원일이다냐..도대체 강남터미날하고 남부터미날하고 구분도 못하고..어리버리..이제 다된 것 같다. 옛날에 아버지살아 계실 때 내가 아버지 모시고 서울 워디 못 가는데가 없었는데...."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아...우리어머니도 예전에 총기가 있으셨던 어머니가 아니고..많이 늙으셔서 이제 어린아이와 별반 차이가 없어지셨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한번 코끝이 찡해서..또 눈물이 나올려고 해서 들키지 않으려고 차장밖으로 애써 시선을 돌렸습니다.
결국, 오전안에 재활의학고, 신경외과 두곳을 들러 진료를 받으시려던 계획은 1시간 늦게 도착해서 한곳만 진료를 보고 다음주 수요일날 다시 서울에 올라오시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부시외버스터미날에 어머니를 내려드리고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모습을 차안에서 보면서...가슴이 아팠습니다.

<남부터미날 앞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모습>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해서 면에서 공부를 가장 잘했던 큰형님을 고등학교를 못 가르치셨던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한으로 남아 계시는 어머니께서 그동안 악착같이 노력하셔서 그나마 이렇게 아들4형제가 장성했는데...이제 73세가 되셔서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기억력도 쇠하시고, 온몸이 성한데가 없어서 약으로 지탱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늙어 버리신 어머니...
먹고 살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다가 보니 어머니께 제대로 된 효도를 한번도 못한 것 같아서..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1년에 시골에 어머니를 뵙기 위하여 내려가는 횟수가 1년에 한 여섯번에서 8번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설날, 추석날, 여름휴가때, 어머니 생신때, 어버지 제사때, 그리고 농사일할때..등등...
앞으로 어머니께서 10년을 더 사신다고 가정할 때..한 60번에서 80번을 뵐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어제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도 못 드리고..그러는 사이에 훌쩍 늙어버리신 어머니...
갑자기 예전에 한문시간에 배웠던 문구가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한씨외전(韓氏外傳)》 9권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유랑하다가 하루는 몹시 울며 슬퍼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우는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 첫째는 젊었을 때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보니 부모님이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것이요, 둘째는 섬기고 있던 군주가 사치를 좋아하고 충언을 듣지 않아 그에게서 도망쳐온 것이요, 셋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교제를 하던 친구와의 사귐을 끊은 것입니다. 무릇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 잘 날이 없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이미 안 계신 것입니다(子欲養而親不待). 그럴 생각으로 찾아가도 뵈올 수 없는 것이 부모인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마른 나무에 기대어 죽고 말았다. 그러므로 효도를 다하지 못한 채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을 가리키는 말로 부모가 살아계실 때 효도를 다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풍수지탄(風樹之嘆)·풍목지비(風木之悲)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제는 정말로 자주 찾아뵙고, 전화도 드리고...어린아이처럼 직접 모시고 다녀야겠습니다. 혹시 이글을 읽는 시민광장 회원님들께서도 부모님께 자주 전화드리고 찾아뵙고 그렇게 하실 것은 권해드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광장과는 달리 생소한 내용입니다만...
제 블로그(http://blog.ohmynews.com/hyena1219/)에 올렸던 글을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