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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들 28년째 기다림… 손금순 할머니의 끝나지 않는 5·18
실종된 아들 | 2008-05-18 11:19:04 | 조회 401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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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며칠 전에 재덕이를 업고 군인을 피해 산으로 도망치는 꿈을 꿨어. 급하게 도망치느라 등에 업힌 재덕이 얼굴을 못 봤어.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데….5월이면 비슷한 꿈에 시달려. 차라리 5월이 없었으면 좋겠어."

광주에 사는 손금순(76)씨는 5월만 되면 심장에서 피가 거꾸로 흘러 참기 힘든 고통에 시달린다. 지병인 심장판막증 때문만은 아니다.28년째 돌아오지 않는 둘째 아들에 대한 그리움 탓이다.

1980년 5월20일 손씨의 둘째 아들 고재덕(당시 14세·중2)군은 "구경 좀 하고 올게."라며 집을 나갔다.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온 가족이 나서 광주 시내 병원, 도청 앞 상무관에 안치됐던 시체를 다 확인했다. 아들 사진을 들고 서울의 고아원과 복지원도 수소문했지만 둘째를 찾을 수 없었다.

남편(당시 57세)은 해질 녘이면 동네를 서성이며 둘째를 기다렸다. 석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 걱정에 건강했던 남편은 결국 몸져누웠고, 그해 9월 숨을 거뒀다. 남편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 아들, 내 아들" 하며 둘째를 찾았다. 손씨는 아들에 남편까지 잃은 것도 모자라 심장판막증까지 얻었다. 혼자 힘으로 남은 네 자녀를 키워야 했던 그에게는 슬퍼할 여유도 없었다. 식당일을 하며 1남3녀를 억척같이 키웠다.

손씨는 1987년부터 시작된 망월동 시신 발굴 현장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갔지만 아들의 뼛조각 하나 찾지 못했다.89년 정부가 5·18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시작하자 손씨를 비롯한 행방불명자 가족 120여명이 '행불신고'를 했다. 하지만 정부가 행방불명 사실을 인정한 것은 17명뿐이었다. 손씨와 나머지 행불자 가족들은 도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고, 손씨를 비롯한 행불자 70여명의 가족들이 정부의 인정을 받아 냈다. 민주화 유공자와 달리 연금은 없었고, 단 한번의 보상만 나왔다.

손씨는 지난해 8월 경남 합천 '일해공원'(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따 이름 붙인 공원)에서 열렸던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행사에 참석했다. 합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영화에 나온 게 다 사실이냐?"고 물으며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때 비로소 그는 한으로 가득한 눈물이 아닌 '새로운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잘못한 것도 없는 분들이 찾아와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하는데 눈물을 참기 힘들어 끌어안고 울었지."

광주에는 어김없이 5월이 왔다. 손씨는 올해도 시신 없이 묘비만 덩그러니 서 있는 둘째 아들의 망월동 '가묘'를 찾을 예정이다."많은 사람들이 망월동에 오겠지. 다 광주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하지만 시체 찾아 달라는 부탁은 안 들어주더라고. 괜한 기대를 하게 돼서 5월이 더 힘들어. 젊은이 그래도 5·18은 잊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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