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으로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 조용히 국회에서는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이낙연 통합민주당 의원,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을 공동발기인으로 한 ‘일규국가 헌법연구회’의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가 "개헌 특위를 만들어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중 어느 것이 좋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 발언했다 한다.
일류국가 헌법연구회 공동발기인들의 면면을 보니,
이주영: 마산 갑. 경기고, 서울대 법대. 판사.
이낙연: 전남 영광. 광주제일고, 서울대법대. 동아일보 기자.
이상민: 대전 유성. 대전고, 충남대법대. 변호사.
프로필을 보니 그래도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은 이주영 의원 한 사람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낙연 의원? 당선자 대변인까지 한 사람의 그 후 행적이 헷갈리고, 이상민 의원은 더 헷갈린다.
5월 17일, 18일 양일간 몇 분과 함께 광주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도착하자말자 5.18 국립묘지를 들린 후, 화순에서 열린 한반도포럼과 민평련의 공동 토론회가 있다 하기에 잠시 참석해 이야기들을 들었고, 이어 노사모 광주 사랑방에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이 방문한다고 하기에 참석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미리 약속되어 있던 담양의 선배 집에 밤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전주까지 들렸으니 대충 호남을 둘러봤다고 해야 할까, 꽤나 바쁘게 움직인 1박2일이었던 것 같다.
밤늦게 도착해서 아침에서야 선배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제 먹던 삼계탕 국물에 끓인 죽을 놓고, 오래 묵은 인삼주를 내어 주시니 아침부터 웬 호강이냐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에 아마도 망월동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이 열리고 있었으리라!
참으로 세상은 아이러니 한 곳이라지만 내 앞에 앉은 이 사람이 왜 망월동에 안 가시고 여기 앉아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술이 참 쓰지만, 술이야 취하라고 마시는 것이니 인삼 냄새 쌉사름한 이 술이야말로 더 없이 위로가 될 듯도 하다!
올래 초에 이 집에 들렸을 즈음의 잊지 못할 기억이 한 자락 떠오른다.
젊은 시절 빨갱이 소리 들으면서 독재와 투쟁한 이분의 입에서 “수없이 죽어가고 다친 영혼들 앞에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는 한탄을 들었던 기억이다.
지난 10년의 정권이 무엇을 한 것인가? 지난 시절 독재와 싸우며 동지가 되고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선 후배, 친구들이 도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주의 시스템을 굳건하게 다지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즈음에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오늘의 의회 구도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방향성이 강화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악화일수밖에 없는 이런 의회 구도의 원인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고 국민에게 온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을 것이다.
마지 못해 투표에 참가하는 것도, 또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후보와 정당이라는 선택 앞에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이고 선택이다.
몇몇 사람들이 그나마 차선이라도 참여해야 한다고 부르짖었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의 하나였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차선이라는 것들이 무엇인가?
별로 다르지 않은 그들을 선택했던들 몇 석의 의석 변화가 더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주의에 영합하여 정치를 입에 풀칠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 이외에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국민은 할 도리를 다 한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공개적인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의 말 뽄때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치졸한 정치적 행보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고, 이상민 의원의 말 갈아타기는 또 무엇인가?
이런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기해서 무슨 일류 국가의 헌법 연구를 하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웬 일류?
아무리 ‘그때그때 달라요’ 라 하더라도 이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들이라면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합당한 해명이 우선되어야 할 터인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우리의 기득권들은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고,
나아가 일부 학연, 지연 등으로 연줄 따지는 유권자들이 이런 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우리의 정치 구조는 혐오 그 자체라는 생각이기에 일류라는 단어가 생소할 뿐이다.
시대는 이제 주적의 개념이 다원적이다.
반공으로 하루 종일 교육받던 어린 시절에 나는 적어도 골치는 안 아팠다.
독재 타도를 부르짖던 그 시절에 골치 아플 게 무에냐?
주적이 분명한 시절에의 합의와 양보는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주적이 도처에 깔려 있다.
원초적으로 개인의 이기심에서 출발한 이 다양한 주적들은 공동체의 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등을 치는 투기 세력도, 강남 신화를 창조한 아줌마 부대들의 치맛바람도 적이다.
학연, 지연 따라 뭉쳐서 국정을 농단하는 무리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주적이다.
종교를 팔아 현대판 바벨탑을 짓고 있는 사이비들도 적이고,
언론이랍시고 권력과 배 맞추는 이들, 의원이랍시고 때만 되면 우리가 남이냐를 부르짖는 이들, 정보를 이용해 돈과 땅을 사랑해온 이들도 모두 적이며,
호시탐탐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약소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강대국은 단순한 적 이상이다.
수많은 욕망들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의 큰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누가 답변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요즈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그저 반갑고 따뜻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라는 그의 바램에 대하여 그 가능성을 회의(懷疑)하고 있는 나는, 바로 대한민국의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