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노무현 현상'의 축복과 저주 - 강준만 - 2008
개인적으론 강준만 교수를 대학생 때부터 좋아했었습니다. [인물과 사상]은 저에게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도 또는 사상의 지형도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2002년 무렵 강준만은 온 힘을 다해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을 했었던 몇 안 되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2001년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에 이어서 2003년 <노무현 죽이기> <노무현 살리기> <노무현은 배신자인가>라는 책까지 그야말로 노무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진심으로 참여정부가 잘 되길 바랐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후 180도 입장을 바꿉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일관되게 노무현 참여정부를 세차게 비판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노빠들에게 한겨레, 경향과 더불어 그는 하나의 공적이 되었죠.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현 시점에서, 저는 강준만이 상당히 옳았다고 판단합니다. 강준만은 죽지 않았고 끝까지 버텨낸 21세기 한국의 몇 안 되는 빛나는 지식인이라는 것이 현재 저의 판단입니다.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에서 각계 지식인들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해 본 결과, 한국 사회에 영향을 준 지식인 순위에서 강준만은 백낙청, 리영희, 최장집에 이어 당당히 4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강준만을 따라올 지식인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의 글들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해봅니다. 먼저 그의 책 [아웃사이더 콤플렉스]가 여러모로 노무현과 노빠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이고 심리적인 분석을 한 책으로서 눈에 들어옵니다.
노빠이자 유빠로서 그의 글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런 과정이지만, 그래도 가슴에 새겨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유시민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리고 시민광장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유시민의 독립투쟁
한번 지지했으니 무조건 죽을 때까지 지지한다는 유시민 방식이 옳다는 건가? 유시민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나는 노무현, 노 정권, 노무현 지지자들의 핵심적인 정체성도 바로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노무현 덕분에 아웃사이더에 대한 생각을 수정했다. 아웃사이더에 대한 기본적인 호감은 그대로지만,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한 사람이 리더 역할을 하는 것만큼은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노무현은 한국인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온몸에 농축한 인물이며, 노 정권은 영남 정치권 아웃사이더와 호남 정치권 아웃사이더의 연합으로 결성되었으며, 권력 핵심부에도 그간 절치부심해온 아웃사이더들이 포진했다.
아웃사이더 기질은 진보성과 상통하지만, 아웃사이더 기질이 곧 진보성은 아니다. 아웃사이더 기질은 수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과장된 피해의식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자신이 아웃사이더요 약자라는 걸 '만병통치용 면죄부'로 삼는다.
'싸가지 논란'의 원조로는 유 의원을 꼽는다고 했지만, 누가 뭐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조다. 유시민의 경우 국회의원이 된 후에 권력자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역할을 했더라면 '싸가지'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노무현과 유시민의 근본적인 문제이자 비극은 그들이 하늘땅처럼 달라진 위상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 다음의 비극은 열성 지지자들이 그런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점을 높이 평가해 더욱 열광했다는 것이다.
2003~2007년이 과연 증오 모드를 필요로 하는 시대였을까? 아니다. 한동안 시민사회가 그분의 증오 모드에 적극 화답했다. 특히 노사모 회원. 나도 '노빠 중의 노빠'로서 회원들을 많이 접하고 겪어봤기 때문에, 예외 없이 착하고 정의롭고 이타성이 강하고 개혁에 목말라 있다.
비극적인 일은 노사모가 대중들로부터 핍박받는 '순교자 집단' 비슷하게 되어버렸으니 ... 노사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시민참여 정치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 한국 정치의 선진화가 이뤄질 수도 있었다.
일관된 '적에 대한 증오' 노무현의 지지도가 바닥을 쳐도 노무현은 잘못한 게 없거나 아주 사소한 잘못 뿐, 모든 건 조중동 탓.. 그것은 신앙이었다. 아니라고 반박하면 "당신마저 조중동 프레임에 갇히다니!"
한국의 '사모 문화'는 정치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종교집단 모델'이나 '연예인 팬클럽 모델'로 계속 가면 안 된다.
어는 '사모'를 막론하고 사모 회원들의 사모집단 밖의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밖의 사람은 정치인을 볼 때 그런 인간관계적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