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죄의 법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주장이 있었으므로 여기에서 다시 언급하지는 않고 이 기회를 빌어 이 재판이 갖고 있는 본질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난 7,80년대 꽃다운 젊은이들의 수 많은 희생을 토대로 이 땅 위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온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한 우리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쓰라린 교훈도 얻은 바 있습니다.
그 후 지난 정권에서 젊은 검사들이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펴는 모습들을 보며 더 이상은 권력기관들이 노골적으로 정권의 욕망대로만은 움직이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땅 위에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튼튼히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많은 도덕적 흠결 속에서 오직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욕망에 또아리를 틀고 등장한 이 정권은 기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철학도 신념도 결여한 채, 염치도 수치심도 없이 수준 이하의 퇴행적 양태를 보이며 너무도 어처구니 없이, 너무도 짧은 시간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이런 류의 퇴행적 정치체제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여론통제를 통한 여론조작, 공권력을 동원한 반대의견에 대한 철저한 탄압에 기반한 공포정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는 우파적인 포퓰리즘 등 파시즘의 특징과 이 정권의 행동양태에서 놀랄만한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됩니다.
이 정권은 출발 초기부터 비난을 무릅쓰고 정권실세를 방통위원장에 앉힐 때부터 이미 여론을 입맛에 맞게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온갖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너뜨리며 진행한 KBS 사장에 대한 해임, 관제사장을 통한 YTN에 대한 집요한 통제의도, 운하사업을 폭로한 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에 대한 깡패적 보복조치, 유모차엄마들에 대한 인격적 모독과 의법조치, 생계를 운전면허에 의존하고 있는 장애인 부부에 대한 면허취소 그리고 다수의 국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재벌과 조중동에 방송마저 넘겨주려고 한 최근의 MB악법 제정 시도 등등 그 예는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우리를 기소한 정권의 의도는 이런 류의 비판여론 재갈물리기의 의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세대는 민주주의에 대한 너무도 아픈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땅 위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경구가 필요 없도록, 진리가 나의 빛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빛이 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이 재판정에서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소비자운동 과정에서 여러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와 고통을 주게 되었다면 이 기회를 빌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고라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