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요즈음은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고 있습니다.
몇일 전 당신의 어머니를 뵙고 싶어 하시더니
꿈을 꾸신 모양입니다.
꿈 속에 나타난 당신의 어머님은
자꾸 따라 가겠다고 나서는 아들 녀석에게 등을 보이시면서
'넌 조금 있다 오라'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후로 곡기를 끊으시고 저렇게 누워만 계시네요.
입을 굳게 다무신 채.
죽음이란 그런건가 봐요.
마음 속에 들끓었던 수 많은 소리를
침묵으로 가라 앉히는 것.
캄캄한 심야 극장에 몸을 맡긴
기형도 시인처럼.
소리의 뼈
(시: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의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책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를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