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아들에게 보낸 이멜입니다.
전에 곧잘 이멜을 주고 받았는데, 이번에 대학 들어간 이후엔 엄마하고만 주로 통화하고
저에겐 요즘 연락을 잘 안하더라구여... 괘씸한 생각이 들던 차에 봄 방학을 이용하여
여행 경비가 좀 필요한지 장문의 이멜을 보냈더라구여...
제가 어렸을 때 부터 체게바라와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씩 해서인지 이번에 쿠바를 여행할려고 알아봤는데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답장으로 보낸 것을 올려봅니다.
중게에 글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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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에게..
여기 날씨는 많이 풀려서 봄이 성큼 우리 옆으로 다가온 느낌이구나.
거기 미국 날씨는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국보다는 추울 것이라 생각한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고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거라..
너의 방학을 이용하여 여행을 계획하고 시카고로 가게 된 경위에 대한
글을 기쁜 마음으로 잘 읽었다. 네가 아빠에게 어떤 계획에 대해 나름 상세하게 글을 써 보낸 것이 최근엔 아주 드물어져 이멜도 오랜만에 보내는 구나
이것이 아빠와 아들간의 작지만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되어
아빠는 매우 기쁘다. 이와같은 방식으로 너의 친구들과 혹은 인터넷에서의 수 많은 나라의 네티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진정한
배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넓게 보라고 권하고 싶구나. 이 지구에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단다. 서로의 다른 삶의 모습들을 서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서 살아가는 삶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이란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갈 때 세상을 넓게 보고 살아가는 것이란다. 삶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그리고 그 모습이 너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면으로 섣불리 판단하면 절대로 안된다. 즉 함부로 선과 악으로 규정지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미국과 쿠바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자.. 그러면 서양식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무것도 알아보지도 않고 미국은 선, 쿠바는 악 으로 단정짓게 된다.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미국과 쿠바의 입장에 대해 면밀하게 알아보고 많은 것을 알게되면 미국은 선이고, 쿠바는 악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나도 체 게바라를 통해 쿠바의 또다른 면을보게 되었단다.
살아가면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해서는 안된다.
서로 다른 것의 선택에는 인정해주고 배려해 주어야 하며, 옳지 못하고 틀린 것에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해서 삶이 달라지고, 깊이가 달라진단다. 나이가 들어도 천박한 생각을 가지고 경박한 행동을 하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모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호종이 네가 어디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떤 것을 배우게 됐는 가가 중요한 일이다. 내 경험에서 보면, 어디에서 든지 배울 수 있지만 대도시 보다는 역사가 깊은 소도시가 보고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너의 시카고 여행을 축하한다. 거기에 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거라.. 혼자 생각하거나 마음 속에서 정리할 것이 있으면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하거라...
생각하면서 살아야 사람이다. 생각이 없이 살면 동물이나 다를 바 없다. 많은 귀하고 값진 것을 배우거라.
대학생활에 많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주 토론하고, 독서에 힘쓰면서 보내거라.. 그래야 대학생활에서의 배움이 먼 훗날의 너의 삶에 의미를 가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너의 통장으로 경비로 사용할 금액을 방금 송금했다.
귀하게 사용하고 많은 것을 배우는 데 쓰이길 바란다.
너는 아빠에게 과분하게 좋은 아들이다.
나도 너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단다. 사랑한다.... (^_^)
처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