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진보 씽크탱크의 이명박 정부, 평가와 전망 대토론회
어제 동국대 사회과학대에서 <한겨레신문사>에서 주회하고 진보 씽크탱크 진영이 총출동하는 대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과 향후 전망에 대해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다니고 있는 직장에는 몸살감기에 걸렸다는 구실로 병가를 하루 내고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아무 말 안하더군요. ^^
기대가 많았습니다. 참여하는 교수들의 면면도 화려했고 주제가 주제인 만큼 흥미로운 토론회가 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충무로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니 기본요금으로 도착하더군요. 건물을 새로 지었는지 깔끔하고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토론회장을 들어서는 순간 "어,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색이 대토론회이고 참가자의 면면도 호화스러운데 토론회장의 규모가 너무 초라했습니다. 조그만 일반 강의실 정도 되겠더군요. 청중의 숫자는 많이 잡아도 약 50여명 정도 되보였습니다. 저는 한 200~300명 정도는 예사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소박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쓱 둘러보며 청중들의 면면을 훑어봅니다. 음... 백발이 성성하신 노인네들이 50%, 왠지 백수일 것만 같은 사람 30%, 동국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10%, 관계자들 10%... 역시 실망입니다. 물론 평일에 기획된 토론회라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기획이라면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올만도 할텐데...
어쨌든 청중보러 온 것은 아니니, 첫 번째 프로그램을 듣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김호기(연세대) 교수,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서영표 (성공회대) 교수 세 분이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 리더십에 대해 토론합니다. 김호기 교수야 TV에서 익히 보아오던 분이라 반가웠습니다. 워낙 점잖은 분이라 솔직히 재미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영표 교수님이 화끈하게 말씀을 잘 합니다.
사실 이런 류의 토론회가 다 그렇겠지만, 씹고 조지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 재미로 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이유이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씹고 조지는 토론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씹고 조져주므로서 밸런스를 맞춰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상대로 이명박 정부 제대로 씹고 조집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를 씹을려면 전 정부인 노무현 정부도 조져야 하므로 같이 조집니다. 그러나 여기까지에서 멈추면 그야말로 허무한 조지기 대회가 되버리는데,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진보진영에 대한 씹고 조지기도 나와주어서 밸런스를 맞춥니다. 역시 대가들 답습니다.
오늘의 토론자 중에서는 역시 김상조(한성대) 교수님이 군계일학이었는데, 진보진영에 대한 날선 비판과 씹고 조지기를 선보여주셨습니다. 현 경제진단에서는 외환시장이 이미 위기경보의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강력한 레드카드를 발부했고 위기의 수준으로 보면 이미 97년 외환위기를 능가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해서 현재의 위기가 경제의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 위기의 측면이 더욱 크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위기의 극복 방안과 관련해서, 현재 위기는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단순한 체제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 역설했습니다. 한국 국민경제가 작동하는 구조를 면밀히 검토해보고 총체적 관점에서 방향설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해서도 많이 씹어주었습니다. 향후 30년을 위한 5년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진보진영의 각성을 주문했습니다.
뒤이어서 이일영(한신대) 교수가 김상조 교수의 바톤을 이어받았습니다. 이 분도 화끈하게 진보진영을 씹어줍니다. "촛불집회 이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졌다. 왜 졌나?", "신자유주의라는 말 안쓰면 좋겠다. 국민들이 이해를 못한다." "성장, 자유무역, 금융허브에 반대하면 그럼 뭐 먹고 살자는 얘기인가?" "반대만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등..... 날카롭고 교수님답지 않은 서민적 언어로 속 시원하게 제대로 씹어줍니다.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오전 프로그램만을 소화하고 자리를 떳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씹고 조지기의 삼위일체가 어느 정도 조화를 잘 이룬 훌륭한 대토론회였다고 평가합니다.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진보진영이라는 삼자에 대한 거리낄 것 없는 날선 비판과 반성이 밸런스를 잘 갖춘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대해 국민들이 여전히 많은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더해서 현재의 진보진영이 여러모로 지리멸렬에 빠져있음에도, 끊임없이 자기반성과 비판속에 한 발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확실히 보기가 좋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연대와 네트워크를 확장하려하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희망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해서, 우리 시민광장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진보 네트워크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