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색깔들이 고유한 제 빛을 잃고
빛 바랜 표정이 되어갔다.
그러자, 누군가 색깔들 곁으로 다가와 이름을 불러주었다.
너의 다른 이름은 자유야, 노래야, 시야, 희망이야,
빛 바랜 나의 오랜 일기야, 빛을 찾는 우리의 아이야...
이제 막 자신의 빛깔을 찾아내기 시작한 여릿한 색깔들도
시무룩한 표정을 걷어내고 조금씩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 다가와 속삭였다.
걱정 마 나처럼 이 색안경만 쓴다면
그깟 문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구...
다른 빛을 대신 선명하게 투과시켜주겠다는 말에
잃어가는 제 빛깔에 대해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듯 했다.
"아니, 색깔을 빼앗아가는 게 대체 누구지?"
어느 날 걱정스런 얼굴로 사람들이 묻자,
똑같은 색안경을 손에 쥐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가리켰다.
저놈들 짓이 틀림없어!
놈들이 하는 소릴 들어보라구.
온갖 색깔들 옆에 바짝 붙어서
빛이 바랬다느니 빛을 찾는다느니 지껄이는
저놈들이 아니면 대체 누구겠어?
여전히 누군가 가만가만 불러주고 있었다.
너의 다른 이름은 자유야, 노래야, 시야, 희망이야,
빛 바랜 나의 오랜 일기야, 빛을 찾는 우리의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