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믿음"을 대비시켜 이야기한 글에 느티나무언덕님께서 적절한 댓글을 주셨다. "신뢰"는 객관적이고 믿음은 주관적이라는 견해다. 정리는 잘하셨는데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그건 두 단어를 비교했을 때 신뢰는 좀 더 객관적이고 믿음은 좀 더 주관적이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신뢰는 그닥 객관적이지 않다. 신뢰정보의 전달이 표준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개인판단의 영역 내에서만 객관적이란 얘기다. - 전혀 객관적이지 않는데 자기는 객관적으로 느낀다는 얘기.-
3기 상근자의 임명과 급여문제를 두고 이의제기하시는 분들이있다. 헌데 2기때에도 급여가 바뀌었고, 상근자의 임명과 퇴임이 있었다. 당시 동일한 잣대로 이의를 제기했을까? 반대로 2기 집행부가 일하던 와중에 사사건건 문제삼던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동일한 잣대로 현 3기집행부를 비판하고 있을까? 대개 알다시피 그렇지 않다. 그럼 그분들 스스로 표리부동하고 이중적이라고 생각하거나, 타인을 기만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충심에서 나오는 행동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신뢰는 부족한 정보영역의 우려를 채워넣는 어떤 기대감이다. 상대의 일관된 행동으로부터 경험상의 정체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신뢰도가 높으면 상대의 행위에 대해 웬만해서는 잘 하고 있겠거니 인정한다. 반대경우엔 항상 좌불안석이고 말 한마디 눈짓 하나까지 이유를 따져 묻게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뢰" 혹은 "불신"의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시민광장의 규약은 책임과 권한설정이 상당히 포괄적이다. 최소한 처음 시민광장을 운영하던 분들이 상당한 신뢰수준을 확보했다는 반증으로 판단한다. 책임과 권한을 딱히 규정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절제하고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포괄적 규정의 여백을 채웠다고 본다. 문제는 동일한 신뢰정도를 모든 개인이 공유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신뢰는 개인이 타인을 경험함으로부터 형성되는 타인에 대한 정체성이다. 개인마다 개인의 바탕심성과 경험이 다르면 각자 다른 정도의 신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개인의 마음속에 형성된 신뢰는 밀도높은 접촉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전파된다. 따라서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을 통해 전파되고 오프라인 접촉은 제한적이다. 그러므로 신뢰받을 주체가 왕성한 활동을 통해 공공의 영역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 실패하면, 결국 신뢰는 개별 네트워크 단위별로 차등적으로 분포하기 쉽다. 네트워크 내에서는 서로간의 접촉을 통해 일정한 신뢰수준을 공유한다. 물론 신뢰가 대상의 행동을 해석하는 프레임을 포함하므로 프레임도 공유한다.
한 편에는 상당한 신뢰수준을 갖춘 집단이 있고, 다른 편에는 그만한 경험이나 공감대를 공유해보지 못한 집단이 있다. 전자에게는 규약의 포괄적 규정은 어차피 잘 할 사람에게 좀 더 유연한 권한을 줌으로써 일을 더 잘 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허나, 후자에게는 대단히 위험한 규정이 된다. 그만한 신뢰가 자연발생하기엔 겪은 바가 너무 일천한 것이다. 서로 인식의 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을 두고 자기해법을 강조하니 결국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 상황인거다.
다음엔 아름공간님 글에 덧붙여 신뢰의 구축과 훼손에 대해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