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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구축
가람^^* | 2009-03-02 17:05:30 | 조회 301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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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어떻게 구축할까?

간단하다 신뢰받을 만한 모습을 경험하도록 해주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신뢰는 개인이 타인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이 타인을 경험해가는 과정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신뢰의 정도는 개인 입장에서는 지극히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개인은 겪는 바가 다르기에 서로 다른 정도의 신뢰를 가진다. 개인입장에선 객관적이지만 각 개인마다 다르다. (주관적인 객관이랄까?)

 

신뢰형성의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는 타인에 대한 경험이다. 타인에 대한 경험은 직접대면하거나, 공공의 언행을 보거나, 과거의 이력을 살펴보는 방법들이 있다. 이 정도는 타인에 대한 직접정보라고 불러주자, 헌데 사람이 많고 그렇게 접근할 만한 기회나 정보가 빈약할 경우에는 제3자의 평판에 의존하게 된다. 제3자가 신뢰도가 높을 수록, 이해관계에서 떨어져있을 수록, 그의 판단이 평소 정확했을 수록, 프레임이 그럴듯 할 수록 발언의 영향력은 높아진다. 여기서 신뢰의 집단화 현상이 발생한다.

 

어떤 사람 Z에 대해 A가 평가를 했다고 해보자. A는 B에게 이야기하고, B는 C에게 이야기하고 다시 C는 A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세사람으로 이루어진 네트웍 속에서 동일한 정보가 순환하는 일이 생긴다. 집단이 내부적으로 소통이 잘 될 수록 그리고 외부집단과의 소통정도가 약할수록 순환에 의한 평가의 고착화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렇게 고착화된 Z에 대한 정체성은 추후 Z의 행위를 재해석하는 프레임이 된다.

 

만일 Z가 약간 믿음직스러운 행위를 했다고 쳐보자. 아무도 모르면 신뢰에 영향미칠 수 없으니 일단 공공의 장에서의 행위로서 일부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했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그의 행위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의 신뢰도가 약간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위에서 언급한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네트웍을 보자. 그들은 Z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중 A의 신뢰도가 약간 증가했다고 가정해보자. A가 B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A와 B는 약간의 인식차이가 존재한다. 특히나 기존의 인식과는 대치되는 방향이라는 것을 A본인이 더 잘 안다.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A와 B는 인식을 재조정한다. 그러나 A가 B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자신이 변하기 더 쉽다. B와 C가 만났을 때도 재조정 작업이 이뤄진다. 그리고 다시 C와 A가 만난다. 그러면 집단 전체의 평균 신뢰도 상승은 매우 미미해진다. 이런 것은 한 번 생각해보는 수준에서 그치고만다. 그리고 악의적 프레임이 지배하는 경우 가증스런 행위로 치부될 수도 있다.

 

만일 Z가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행위를 했다면, 정 반대의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집단이 기존에 공유하던 인식과 일치하므로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증폭된다. 최종적으로는 기존의 비판적 평가분위기가 더 고착화된다.

 

한 마디로 중요도가 낮은 일을 한번은 부정적으로 한번은 긍정적으로 행동하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비판자 집단은 더 비판적이 되고, 옹호자 집단은 더 옹호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집단이 내부로부터 대립하게 만드는 행위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이 신뢰를 구축하고자 하면, 비판세력의 규모와 정도를 가늠하고 최소한 하나하나의 행위가 불신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해야한다. 불신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은 신뢰성 회복이 아니다. 행위의 축적이 있어야만 신뢰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필시 신뢰회복은 시간과 과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스스로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하는 것과 행위가 없어도 생길 수 있는 막연한 불신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시스템이다.

 

처음 거래를 하는 당사자들은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감증명을 첨부하고 날인하면 최소한 계약서상의 약속은 지켜질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간단히 상호간에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상대방의 배신을 항상 의심해야 하는 상황을 계약서라는 외적 강제수단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불신의 영역이 축소된다. (시스템의 장치가 불신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헌데 시스템이 미비되어있고 보완에 시간이 걸린다면 행위자가 스스로의 역할규정을 통해 합리적 시스템에 준하는 기준에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은 원칙선에서 강제할 바는 아니다. 허나 공론의 영역에서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차원에서 표결이나 강제력을 맞추진 않았으나 다중의 동의와 공감을 얻어가는 것. 그 것이 공론정치다. 이 때에 최소한 신뢰구축에는 미진할 지 몰라도 시스템이 부족하여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불신의 영역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신뢰구축을 위한 일관된 행위를 해야한다. 그것도 비판자그룹이 가진 내적 정보망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 양심에 비춘 합리적 결정수준을 넘어서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따져보자. 일생을 헌신하고 자기희생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불신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예수를 정신병자라 하거나,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치부하는 행위는 그러한 불신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물론 이들까지 만족시킬 수는 없다. 예수도 김구도 이미 저세상 사람이니까..... 희생에도 한계는 있다.)

 

허면 어느 정도의 희생을 해야 할까? 희생은 초과비용을 수반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희생의 비용이 폭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신뢰를 얻고가고자 해도 어느정도 선에서 그치지 않으면 자원이 남아나질 않는다. 따라서 신뢰를 얻고 가려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형성된 불신을 어느 선까지 감내해야 할 지 정해야만 한다. 여기서 감안해야하는 것이 신뢰수준의 분포와 소통공간의 작용이다.

 

불신의 장벽이 높고 광범위하다면 어느 정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전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만사 제쳐놓고 신뢰회복을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헌데, 불신의 장벽은 높지만 광범위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공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체 사람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면 소통공간은 불신의 벽이 높고 그래서 부지런한 소수의 독무대가 되기 쉽다. 전체가 일상적인 참여활동을 하는 공간이라면 다수에 의한 흐름이 존재하고, 그 수준에 맞춘 공론화 과정만으로 시스템의 미진한 부분을 메꿔갈 수 있다. 그러나 소통공간의 참여자가 적다면, 그들을 전체로 인식해야 하므로 그 수준에 맞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전반적으로는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참여하는 소수가 강고한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면 필요한 신뢰회복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다시말해 소통의 공간이 적극적 참여자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는 조직 전체를 위해 필요한 신뢰회복의 적절한 수준이 왜곡된다.

 

따라서 개인이든 집단이든 가장 적절한 행위를 위해서는 절대다수가 소통공간에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의사개진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스스로 능동적인 참여를 하지 않더라도 그 의사를 물어 공론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평상시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두도록 컨텐츠를 전달하고 일상적인 의견수렴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신뢰회복을 하겠다는 마음도 다졌고, 그럴 방안도 있다면 무작정 하면 될까? 아니다. 예수나 부처 공자가 성인이었다고 해도 제자 한 명 안만들고 산속에서 도 닦다가 죽었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공공의 영역에서 공론화 과정을 밟아가고, 부족한 시스템을 충족하고, 자기희생을 한다손 치더라도 악의적 프레임을 거치면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정 반대로 왜곡될 수도 있다.

 

일전에 대표와 집행위원장의 갈등설을 쓴 사람이 있었다. 대표가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하니 집행위원장이 대표와 갈등을 빚는다는 프레임이다. 사실은 집행위원장이 스스로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하에 자기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사례가 더 있지만, 어쨌든 단적으로 보면 자기희생의 역할설정에 해당한다. 헌데 악의적 프레임을 한 번 거치면서 권력다툼으로 비춰진다. 단적으로 말해서 착한 일도 지혜롭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에서 밝혔듯이 신뢰형성에 필요한 정보는 직접정보와 간접정보로 나뉜다. 자기희생을 하든 공론화를 하든 시스템을 구축하든 일을 열심히 하든 모두 직접정보를 투사하는 행위가 된다. 허나 그와 못지않게 사람과 사람으로 전파되는 간접정보도 중요하다. 뒷담화라는 것 무시하고 나쁘다고 투정할 것 만이 아니다. 그래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여, 신뢰구축을 하기 위해서는 신뢰에 부합하는 행위 즉 신뢰의 컨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배포할 지 생각해야 한다.

 

까놓고 말해서 내부적인 네트웍그룹들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네트웍의 관문 혹은 허브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대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공공의 영역에서 전달할 수 없는 경험치들을 공유하고 직접대면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공감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실패하면 다소 독립적인 네트웍그룹 내에서 끊임없이 불신의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그 그룹은 공공의 영역에서 웬간한 일을 해도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다.

 

* 이어지는 글은 신뢰의 훼손 부분입니다. 신뢰구축이 안되는 것이 신뢰훼손이기에 글이 중복될 것입니다.

     

시스템, 신뢰, 신뢰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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