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대리기사인 나의 호강도 끝이났다.
봄방학동안 고생한다고 꽁지를 해주시던 마눌님과 동업관계를 해지하고 한달전의 독립군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7시30분에 첫손님을 태운 후, 군포 한세대학앞에서 봉담가시는 세번째 손님을 11시 조금 넘는 시간에 모시고 봉담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슬슬 갈등 때리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에 남을 것인가,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빠져나갈 것인가.
호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찿는다. 하루에 한갑으로 만족하던 담배가 거의 두갑으로 늘었다.
이노메 대리운전은 다 좋은데..담배가 느는게 염벵이다^^
담배각이 텅~비었다. 어쭈구리 벌써 다 피웠어..
잠깐 망설이다 편의점으로 들어선다. 항상 머피의 법칙이 작용된다.
꼭 담배사고 있으면 콜이 뜬다. 한눈 팔면 안되는데.. 돈 계산하는 사이에 일이 휙 지나가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거스름돈 챙겨 호주머니에 넣는 사이 '딩동'하면서 도착지가 울 동네인 일이 사라진다.
이런 '니미럴리스트'^^::
담배 한대 꺼내는 사이에 또 일이 뜰까봐 한참을 망설이다가 '에라이'하는 심정으로 한대를 꼬실리고 나니 기분이 금새 좋아진다.
여기에 남기로 한다.
그래 한번 죽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혹시 길빵이나 하는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딱 봐도 대리기사가 나 있는 쪽으로 열심이 걸어온다. 대부분 대리기사들은 금방 서로를 알아본다. 낯선곳에서 처음만난 사람도 금방 친해진고,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수고 많으십니다.
네.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수원이요.
아예.저는 서울이요.
우씨.이동네는 처음이에요. 여긴 안내려와야 하는데..올라갈 길이 막막하네요..
예..요즘 이동네도 일이 많이 줄었어요..
좀 전에 천천리가는 일을 잡았다 뱉었어요.
어이쿠 우리동네가는건데..내가 가고싶었는데..
아 거기가 가까워요?
예.수원 천천동을 가끔 천천리라 올리기도 해요..
에휴..아깝다..
수고하시란 말을 뒤로 하고 길빵을 위해 헤어진다.
잠시후 서울정릉가는 일을 내가 잡았다.
몇초의 시간동안 머리가 훽훽 돌아간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퍼뜩 좀 전의 기사를 쳐다본다. 사정거리 20미터.
일단 배차를 받는다.
그리고 그 기사님을 부른다.
아니나 다를까..우씨 서울가는 것 놓쳤어요..하면서 다가온다.
그럴거 같아서 제가 잡고서 취소하지 않고 배차 받았어요..가실래요?
로또복권을 맞아도 저리 기쁠까.
감사를 연발한다..
손님전화번호를 건네주고..그 기사분 손님과 통화하고..
수수료를 정산할 차례다.
3만원짜리 일이니 수수료 6000원..내 선입금에서 빠져나갈 돈이니 당연히 그 기사가 날 줘야한다.
6000원 주세요.
아뇨 만원드릴게요.
예?
고마워서요.
에이..그러지 마세요.
그래도 20분이상 프로그램 사용못하실텐데..여기서 일 못잡으시면 쎠틀타고 나가야하는데..
뭐 어차피 제가 서울 가지도 않을 것이었는데..
그래도 그 맘이 넘 고맙워서..받으세요..
예..감사히 받겠습니다..
그 기사분이 손님을 모시고 서울로 출발을 한다.
쌍라이트를 깜박거리며 인사를 한다.
기분좋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야 나도 길빵에 성공했다.
수원영통까지 만오천원.
수수료 없이 가는길이니 뭐 손님좋고 기사좋고..
홀애비 사정 과부가 안다는 옛말..하나도 틀린것이 없다.
배려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낯선곳에서 처음만난 사람들끼리도 그리 자연스러운 것을..
하물며 이곳 광장에서야 무에 그리 어려울까.
가끔은 내 어깨의 짐을 내려 놓는것도 '배려'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