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적 기획] ⑤ 자유민주주의라는 게임의 룰, ‘1인 1표’ 혹은 ‘1원 1표’
1. 시민광장의 운영원리는 자유민주주의인가?
시민광장은 ‘1인 1표’라는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그런데 여기서 ‘1인’이란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1인’이란 그냥 한 사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는 ‘참여회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회비를 내는 사람에 한해서 돈의 액수에 관계없이 ‘1인 1표’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함의는 이것이다. 돈이 없거나 돈을 안주는 사람은 시민광장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민광장은 자유민주주의적이라 할 수 있을까?
한편 이런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어떤 회원이 이런 발의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CMS 회비는 5천원 단위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돈의 금액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5천 원은 1표, 1만 원은 2표, 2만 원은 4표 이런 식이다. 그럼 이 사람도 자유민주주의자일까?
한 편 우리는 ‘1인 1표’의 권리를 얼마나 행사하고 있을까? 시민광장의 일상에서 우리는 ‘1인 1표’의 권리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365일 중에 몇 번이나 그 권리를 행사하는 걸까?
2. 부르주아의 계획된 의도, 5년 동안 단 3일만 행사되는 ‘1인 1표’의 권리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너무 당연해서 진부할 정도다. 그런데 5년을 주기로 봤을 때 우리가 실질적으로 ‘1인 1표’라는 너무 당연한 민주주의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단 3일 뿐이다. 5년을 일수로 환산하면, 1825일 중에서 단 3일이 되는 것이다. 이 3일은 대선, 총선, 자자체 선거를 얘기한다.
그럼 나머지 1822일에는 어떤 원리로 살아가는 거지? 그렇다. ‘1원 1표’이 원리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철저히 ‘1원 1표’의 원리로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들이 애초에 자유민주주의를 설계했던 의도였다.
3. ‘1인 1표’에서 ‘1인’에 해당하는 인간의 범주
1789년 프랑스대혁명 당시 입법의회는 역사적인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제1조에서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선언에서 과연 ‘인간의 범주’는 무엇이었는가?
‘돈’이 없는 것들, ‘고추’가 없는 것들, ‘검은’ 것들은 「인권선언」에서 표현된 인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것이 시민혁명 또는 부르주아혁명이라 불리는 프랑스대혁명의 진실이다. 그럼 당시 인간의 범주에 포함됐던 ‘부르주아’는 프랑스 전체 인구 중 몇 %나 됐을까? 아마도 0.1%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4.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게임의 룰’
이제 한국에서 ‘1인’의 범주는 일정한 나이만 먹으면 ‘고추’가 없어도, ‘돈’이 없어도 모두 인간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멋진 프랑스도 그 잘 나가는 미국도 우리보다 그 다지 빠르지 않았다. 프랑스는 1946년에서야 고추 없는 것들을 인간으로 봐주기 시작했으니까 우리보다 겨우 2년 빨랐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1인 1표’의 원칙은 1825일 중에 단 3일 행사되는 권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사원들이 찍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은 그곳이 바로 ‘1원 1표’라는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인 1표’와 ‘1원 1표’가 적용되는 일상을 비율로 표현해보면 1% 대 99% 정도 아닐까? 이 비율을 어떻게 10% 대 90%로라도 바꿀 것인가? 그것이 사회민주주의가 바라는 더 많은 민주주의이고 바로 그것이 ‘민주적 사회주의’의 지향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애초에 부르주아를 위해 설계된 ‘게임의 룰’임을 잊지 말자.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