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님, 그리고 존경하는 몇분의 동지여러분...
화가나고,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거지님의 진심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여 거지님께서 단순히 “밝고”, “딛고”, “노친네” 등과 같은 단어 몇마디에 회원들이 불쾌해 한다
고 오해하실까봐 잡글 하나 올립니다.
괜히 기름붓는 짓 아닌지 고민고민 하다가 올립니다.
거지님의 글에 같은 동지로서 몹시 불쾌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단어 몇 개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스스로를 “노빠”, “유빠”라고 칭하는 데에 조금도 저어함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단순히 노무현대통령과 유시민장관 두분 인물에 집착하는 빠돌이, 빠순이이기 때문이 아니
라, 그분들의 가치와 그분들이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갈 길(달리 적절한 표현을 못찾겠습니다)에 동의하고,
공감하며, 동참하고자 하기 때문에 두분에 대한 외부의 비꼼 역시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
속에서 익숙해 지다보니 이제 오히려 “노빠”, “유빠”라는 단어가 우리 안에서는 유쾌한 단어로 통하게 되었
지요.
우리에게는 역사가 필요합니다.
많은 시행착오, 국민의 선택과 외면의 반복을 겪으면서 우리의 가치는 계속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단순히 우리가 환호하는 인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현실정치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역사입니다.
뿌리내려서 줄기를 키우고, 꽃이 핀 후 열매를 맺어야지요.
2002년에 저는 5년 안에 열매까지 거둘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어리석었지요.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노무현정신이 뿌리내리고 줄기를 키워서 꽃이 맺힌 후에 열매까지 거두는데 5년
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을 배우는 데에 5년 걸렸습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렸는데, 다시 씨앗을 뿌릴 수는 없지요?
유시민장관께서 줄기가 되실지, 꽃이 될지, 열매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열매(국민이 우리의 가치를 함께 누리는 시기)까지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거지님, 부디 단어 몇 개에 흥분한다 여기지 마십시오.
밟고, 딛고, 극복 등의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긴 하나, 여러 회원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는 노무현대통
령과 유시민장관의 단절에 대한 우려라고 받아들여 주십시오(좀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두분의 단절의 가
능성은 없겠으나, 지지자들 속에서 단절의 필요성을 제기할까봐 우려한다는 뜻입니다).
왜 태조왕건이 고구려를 “계승”한다 하였고, 신라를 “극복”의 대상으로 천명하였는지를 살펴보면 회원들의
불쾌감은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그것은 단어 탓이 아닙니다.
물론 거지님의 진심까지 의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거지님께 화가 난 것이지요.
화가 나면 원래 말이 격해지는 법이고, 격한 말은 화를 유발한 쪽에서 어느정도 감내를 해야 한다 생각합니
다.
시골촌부로 돌아갔으니 이제 그만 입다물라는 요구는 “그들”의 외침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입이 열릴 때 마다 경기를 일으키는 “그들”까지 눈치 보거나 배려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역사는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편집되어지는 것은 역사가 아닙니다.
유시민장관이 앞으로 노무현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노무현대통령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정치인
으로 매김 한다면 노무현대통령께도 우리에게도 그보다 더 큰 경사가 없지요.
외연확대는 분명 우리의 과제입니다.
서로 다른 가치끼리 정치적인 연합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치의 혼합은 거부합니다.
가치의 혼합을 거부한다 하여, 시민광장이 한가지 생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님을 아시지요?
추구하는 바는 같고, 가고자 하는 길이 같지만 방법 면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섞여서 토론하고, 경쟁하면
서 발전해 나가야 하지요.
그런의미에서의 가치의 공존은 찬성합니다.
그러나,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른 세력들이 권력이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서 혼합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유시민장관이 정치적인 결단에 따라 민노당과 손을 잡더라도, 또다시 대연정 같은 제안을 하더라도 저는 받
아들일 수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김영삼의 “3당합당”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두 잘 알고 있지요(작은 우려에
서 사족 하나 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뒤에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을
아직도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을 현직대통령 처럼 착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김영삼 뒤에 대통령은 커녕 전직대통령리나는 호칭 역시 안 붙이는 이유는 같습니다. 그러나, 저와
정치적인 스탠스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때는 기꺼이 노무현전대통령, 김영삼전대통령 이라고 칭합니다).
우리 시민광장이 너무 순혈주의로 흘러 유시민장관 옆자리를 휑하게 만들어서는 안되겠지요.
저는 유시민장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이해찬전총리, 한명숙전총리, 신기남님, 강운태님,
김원웅님 등과 같은 분 뿐만 아니라 문국현씨 까지도 유시민장관 곁으로 왔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문국
현... 기업인으로서는 참 좋아했는데요... 그냥 정계 은퇴하던가, 정치 계속 할거면 진정어린 반성과 사과 후
우리쪽으로 넘어 왔으면 합니다-본글과 관련 없으니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은 바램입니다).
제 잡글의 결론은 “정치적 연합은 문을 열어두어야 하지만 가치의 혼합은 거부한다“와 ”노무현대통령은 역
사이므로 계승, 발전의 대상이지 단절,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회원들은 쪼잔하게 단어 몇마디에 화난게 아
니다“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근신의 기간을 길게 잡으시는 것은 반대합니다.
봄이 성큼 왔으니, 시민광장 게시판에도 이런저런 글들이 가득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이런
사고도 치시고 말입니다 ㅎㅎ
반드시 사고글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민의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거지님의 글을 계속 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