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By 도종환님)
제로나인 | 2009-03-10 10:34:31 | 조회 2910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32369     


트위터 페이스북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132>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거대한 도시. 수많은 집단. 그 속에 홀로 서 있는 한 개인. 이런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의 존재는 한없이 미약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군중들 사이에 서있는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합니다. 고립된 자리에 물러나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나를 칭찬하는 소리에도 귀가 얇아지고, 박수소리만 들어도 금방 흔들립니다. 돈의 위력을 발견하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뛰어다니게 되고, 권력의 전지전능함을 맛보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길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단 하루도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쫓기듯 삶의 벌판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때 묻어 있고 혼탁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 삶의 테두리를 벗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런 어느 저녁 혼자 펴 보는 『채근담』한 쪽. 우리는 고요하게 가라앉은 샘물 옆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밤 깊어 사람소리 고요한 때에 홀로 일어나 앉아 내 마음을 관찰해 보면 비로소 망념(妄念)이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이 홀로 나타남을 알면서도 망념에서 도피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리라.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은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한다.


세리분화(勢利紛華). 권세와 명리와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은 사람들이 얼마나 동경하는 것입니까. 그러나 그것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추악해집니까. 그래서 이런 것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고결하다고 합니다. 청렴하고 결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멀리하기 위해 마음을 식은 재처럼 가지고 세상 모든 것과 관계를 끊어 버린 채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비리와 불의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깨끗한 사람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자 교묘하게 남을 속여 넘기거나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의 사람됨에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나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높은 인격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몰라서 못하는 사람과 알면서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훨씬 더 고매한 사람일 것입니다.

마치 연꽃이 진흙 속에서 자라기 시작했어도 꽃 그 자체는 흙 하나 묻지 않고 피어 있는 것처럼 그의 인격은 빛날 것입니다. 눅눅한 강가나 늪지에 알을 낳으면서도 그 새가 뻘흙 속에서만 살지 않고 푸른 하늘을 날며 살도록 키우는 새들처럼 그의 정신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벼가 너무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 바람 하나 통하지 못하다가 서로 붙어 썩어 가는 병을 문고병이라 합니다. 많은 벼들이 함께 있으면서도 썩지 않고 자라는 것은 그들 사이에 최소한의 자기 존재를 지켜나갈 수 있는 거리와 여유를 확보해 주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으되 썩지 않으며, 여럿 속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지켜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멈추어 있는 구름 같은 마음 가운데서도 솔개가 날고,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속에서도 물고기가 뛰노는 듯한 기상이 있어야 이것이 도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본심을 잃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이 대인이요, 상황과 때에 따라 마음을 잃고 흔들리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순간순간 어떤 일에 부딪칠 때마다 망심, 즉 허망한 생각과 삿된 마음에 빠지기 쉬운 게 우리 인간입니다. 그러나 고요한 밤 홀로 되어 가만히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보면 그곳에 아직도 덜 때 묻은 자기의 청정한 본심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리 없이 되살아나는 본래의 무구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망심도 내 마음이요 진심도 내 마음이어 그게 한 마음의 다른 작용이었던 것을 알게 되면 내가 내일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도종환 시인

     

사람, 부끄러움, 깨달음
덧글쓰기 | 전체글 11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제로나인  

오래 전에 대전 유성 게시판에 올렸던 글 입니다.

이글에 대한 딴지나 쓸데없는 색안경은 역시 사양합니다.

단지,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를 한번 돌아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09-03-10

폐인(嬖人)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주 되새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09-03-10

제로나인  

당당하게.. 가야죠!

언제봐도 마주 잡은 손바닥이 정겹습니다^^

새벽별보기 운동은 어케 익숙해 지셨는지요?
09-03-10

폐인(嬖人)  

아직 혼란기를 거치고 있답니다.^^
09-03-10

시적모험  

자왈,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동화되지 않고,

소인은 동화될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 말씀이신게져? 추천드립니다. ^^ 충남대 강연회 성공을 기원하며!
09-03-10

제로나인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여 무엇 하겠습니까?

모두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함께 도를 좀 닦아 보았으면 해서요!!!

시도는 해 봐야 할 것 같아서리~

추천 감사^^ 거기다 광고 센스까지!!!
09-03-10

시적모험  

물론입지여. 그렇치 않다한들 군자가 어딨고 소인이 어딨겠습니까.

여튼 공자님 말씀을 그대로 따오다 보니, 저리 됐네여. -_-a

그저 좋은 말씀만 새겨갈 따름입지여. 존 글 많이 올려주십사. :)
09-03-10

존글  

참존글이올시다.이런글이나 많이올려주시구랴.공부좀하게,,,
09-03-10

제로나인  

공부하신다니 그렇게 하지요^^
09-03-10

역시  

제로나인 님 밖에 없습니다.

진짜 이번 집행부는 박무/성난대추 보다 님이 되었어야 하는데요...

요즘 꼴을 보면 그런 후회가 너무나도 드는 군요.
09-03-10

엔돌핀가득  

좋은글이네요.
이밤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
09-03-10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31782 <캠페인>댓글 안달기, 추/반 안하기 운동   5 허당(虛堂) 09-03-10 15 2 822
31781 daum대문글에 유시민전장관님 글이 떳네요.   9 유시민지지자 09-03-10 8 0 959
31780 첨맘님, 스타트가 너무 훌륭하시다.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   11 루제로스 09-03-10 13 1 968
31779 "은밀한 매수"   9 욱긴글 09-03-10 8 2 876
31778 비행준비하는데 활주로에 스크래치 내는가...   10 고니70 09-03-10 20 5 966
31777 감자호크,산희님 당신들이 생각하는 선의 연대는 누구입니까?   8 화수분 09-03-10 14 4 1071
31776 MB정권 심판을 위한 방법 몽상가 09-03-10 1 0 11400
31775 봉중근 의사!!!!(펌)   9 위시리 09-03-10 7 0 1175
31774 [3월 10일 지역광장 출석부 펌] 울산광장 '겔포스맨'님의 출..   10 Lucida 09-03-10 8 0 6990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By 도종환님)   11 제로나인 09-03-10 10 0 2911
31772 집행부 탄핵과 재선거를 추진하시겠다는 지예사랑님!!   4 1박2일 09-03-10 1 5 920
31771 무관의 제왕, 유벗의 고문 산희. 감자호크.   49 지예사랑 09-03-10 21 10 1619
31770 서울광장의 3월은 "후불헌법 붐업의 달"입니다!   12 당희(당원희망) 09-03-10 15 0 5211
31769 사회자유주의에서 후불제 민주주의까지의 거리   6 느티나무언덕 09-03-10 20 1 864
31768 (감자호크님에게) 야구도 이겼고, 첨맘님 책도 나왔고 우리 '..   32 루제로스 09-03-10 12 9 1449
31767 예전 김동렬씨의 글입니다.   5 初雪 09-03-10 6 0 789
31766 ●● 만평 종합 2009. 03. 10 화요일...뭐 이런!! 순수 09-03-10 2 0 579
31765 시민광장이 위드마이너 천하라서 문제인가 아니면 그것을 문..   11 카스탈리엔 09-03-10 41 10 1102
31764 증거로 남기려고....   5 CSI 09-03-10 1 1 813
31763 상근아 뭐하냐? 1박2일 09-03-10 0 1 527
31762 웃긴글 모음   11 참웃긴글 09-03-10 6 3 1088
31761 3월10일 wolf의 게시판 행적입니다. 여러분이 판단 하세요   1 . 09-03-10 0 0 868
31760 시민광장에서 좌파들을 몰아내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7 니미럴리스트 09-03-10 1 8 820
31759 감자호크님 글제대로쓰시지요,,   9 참웃긴글 09-03-09 10 9 1005
31758 차지철도 모자라 아예 장세동으로 만들려고 하는구만...   18 니미럴리스트 09-03-09 4 5 1014
31757 [당원보고]열린우리당 창준위 대전 번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5 국사봉 09-03-09 1 0 882
31756 성난대추에게 진지하게 대답을 부탁한다   8 광장눈팅 09-03-09 8 9 909
31755 진보에 대한 오해-진보 & 자유-[2] 국사봉 09-03-09 2 0 674
31754 컴터 앞에 계신분들...한일 동영상 중계사이트 입니다.^^   12 눈팅 09-03-09 0 0 1184
31753 미저리란 영화 보셨나요?   4 미저리 09-03-09 6 0 766
31752 3기 집행부는 지금 뭘하고 있는가...!!!   10 열받은검 09-03-09 21 9 1294
31751 이건 감인데   7 눈팅 09-03-09 8 2 1186
31750 [펌, 시흥 강연 후기] 광명광장 '나라'님의 후기 - 첨맘’ 님..   18 Lucida 09-03-09 18 0 13710
31749 위드는 시민광장의 단합만을 바랄뿐입니다   50 부세쳐 09-03-09 29 10 1463
31748 유시민이 촛불참여한다는 소식에 열광하는 찬성수 751개의 아..   3 히야~ 09-03-09 7 0 974
31747 어제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구입하러 대전시내를 다 뒤졌습..   2 국사봉 09-03-09 5 0 1043
31746 [집행부통신 11호] <후불제 민주주의> 이벤트   21 시민광장 09-03-09 30 1 13735
31745 [집행부통신 10호] 3월 8일(일) 집행부 회의 내용   13 시민광장 09-03-09 25 2 1304
31744 장자연....누가 죽였나?   1 대특종 09-03-09 0 2 1005
31743 첨맘님 시흥강연 그리고 '나비' 공연 사진 후기.   15 Mephisto 09-03-09 26 0 10600
31742 [강연 후기] <후불제 민주주의>는 정찰제다.   4 흙마당 09-03-09 17 0 1000
31741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발전적으로 시민광장을 이끌어 나..   20 옥이남편 09-03-09 25 10 1303
31740 시민광장의 갈등과 대립에 대한 소고.   18 제로나인 09-03-09 22 1 1080
31739 듣는 귀는 천년이요, 말한 입은 사흘이다.   3 허당(虛堂) 09-03-09 14 2 642
31738 방귀뀌고나니 쉬원하시겠씀니다...   5 참웃긴글들 09-03-09 20 3 981
31737 (스나이퍼님에게) 그동안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잘 가십..   3 루제로스 09-03-09 12 9 937
31736 짧은 글 하나 발췌...그런 시민광장이길...   3 위시리 09-03-09 11 0 813
31735 [스선생]논리가 안되니 진흙으로.   37 시민팬 09-03-09 4 10 1005
31734 해당화님!! 이젠 대답좀 하시죠   8 노짱화이팅 09-03-09 22 10 1007
31733 어제 강연은 동영상촬영 없었나요?   2 탱구 09-03-09 0 0 659
31732 유시민에게 진짜 이런의지가 있다면 난 유시민지지철회를 유..   4 그러려면 09-03-09 2 0 896
31731 시민광장? 참사람 09-03-09 2 0 563
31730 현집행부가 아무리 위드마이너 천하라지만 이제는 거짓말까지..   38 옥이남편 09-03-09 28 10 1960
31729 검정닉도 쉬어 가는 시민광장   3 sns 09-03-09 13 0 696
31728 첨맘님을 서울 경기지역으로 모십시다. 참사람 09-03-09 1 0 629
31727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입니다.   3 무극이아빠 09-03-09 24 0 1093
741742743744745746747748749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