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인용된 아래의 논쟁점, '권력자의 선의로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발전'이란 명제는 분명 오류이다.
권력자의 선의는 악의에 대한 반대말로 쓰여진 듯하다. 일반적으로 '선의(善意)'란 말은 '착한 뜻', '악의 없는 뜻'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반면에 법학에서 '선의'는 '모르는', '알지 못하는'이라는 의미로 쓰여진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은 경제학 전공자이자, 저널리스트, 민주화 운동가, 정치가였던 작가가 헌법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저술한 것이므로, 사회학이나 정치학의 시각이 많이 녹아 있는 책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선의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보면 위 명제는 '권력자가 착한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는 뜻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유시민이 법학에서 사용되는 '선의(善意)'의 뜻으로 위 글을 적었다면 '권력자가 알지 못한 채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의 해석보다는 한층 비판이 여지를 축소시켜주게 된다. 엄밀하게 보면 그러한 해석 역시 무지의 소치요, 민주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저술의 오류라고 할 것이다. 어떻게 독재 권력이 믈랐다고 이해할 수 있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가? 적어도 우리 현실에서는 독재자는 언제나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한 '인식'(악의)이 있었고, 나아가 그에 대한 '의지'(意志)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을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선의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민주의식 결여가 아닌가 생각된다.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압살하려 했으나 이에 저항한 위대한 국민의 힘에 의해 자기도 모른 채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선해(善解)하여 그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모독이자,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이 땅의 민중을 모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시민이 최소한 이상의 화려한 인생유전을 거쳐 온 지식인이라면 그렇게 인식하는 것 역시 큰 오류임은 면치 못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민주주의는 독재와의 투쟁 속에서 발전하는 민중이 주체가 되어 기술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코 민주주의는 독재가 행해지지 않음에 의한 반사적 이익으로 누릴 수 있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기술을 의도하였다면 그야말로 미성숙한 지식인의 어줍지 않은 말 장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위 명제는 해석방법의 기본이라 할 문리해석의 방법에 따라 '권력자가 착한 마음으로 베풀어 준 은혜에 의해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며,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발끈하면서 유시민의 저술이 오류가 없음을 항변하는 '선의'의 유빠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일상적인 용어에 의해 '착한 마음'을 가진 유시민 지지자들이라 이해할 수 없고, 법학의 용어 '선의'에 의미처럼 (유시민의 오류를) '모르는' 분들이라 할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며, 또한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모르는 채로 평가하는 것은 오류가 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학에 진리는 하나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어떤 사실에 대해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위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평가는 하나일 수 없고,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평가가 정당한지 부당한지에 대한 판단도 내려볼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나가는 객관적 관찰자의 눈에는 '권력자의 선의로 이루어진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명제는 잘못 기술된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 대한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또한 그 비판은 정당하다고 보여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