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제로스님이 한미FTA에 관한 후불제 민주주의 감상평을 쓰면서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매개로 장하준과 유시민을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누가 '코스모스'에 관한 글을 올린 것 같은데, 사실 이해할 수도 없고 아주 유치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이 '코스모스'를 애독했다고해서 '교감을 나눈 동지'라니요?
우주의 현상은 그 자체로 경이롭습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유려한 필치와 치밀한 구성으로 우주의 신비를 아름답게 묘사했을뿐입니다. 그의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고 그 책을 사랑하게 됩니다. 독자간의 교감이란...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지요.
비슷한 책으로 The elegant universe라는 현대물리학 저서가 있습니다. 코스모스와 달리 그림이 별로 들어있지 않아 과학의 문외한이 읽기에는 쉽지 않습니다만 코스모스보다 더 유려하게 기술된 과학이론입니다. 예전에 썩프의 서영석 사장이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독후감을 올렸더군요. 저도 그 책을 여러번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저와 서영석 사장 사이에 정치적 현안을 두고 무슨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현대문학에서 명사의 詩사랑을 주제로 한 글이 실렸는데 거기에 물태우 아저씨가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이육사의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첫마디에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저도 청포도의 첫구절을 읽고 'April is the cruelist month'와 같은 첫구절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다른 많은 분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청포도의 첫구절에 감동을 느낀 많은 분들이 물태우와 교감을 나눈 동지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미FTA에 대하여 유시민과 장하준은 분명히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절대 안된다와 꼭 해야한다라는 극과 극에 서 있는 까닭에 타협의 여지란 전혀 없습니다. 이념적으로 보자면 통상적 신자유주의와 민족주의 경제관의 충돌입니다. 그런 상황을 감명깊게 읽은 교양서적이 동일하다는 사실 하나로 무마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장하준이란 경제학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장하준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유시민을 미워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