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하느라 휴대폰은 가방 속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나중에 봤더니 문자랑 전화가 와있더라. 문자 메시지는 고향 친구놈한테 온 것이었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친구들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분위기 메이커로서 친구들에게 늘 즐거움을 주는 녀석이었다.
나의 고향 친구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친구들을 찾아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모두들 수구초심이 되나보다. 우리는 초중고를 고향에서 보낸 학창 동기들로서 어느 학교 출신인가를 따지지 않고 하나로 모인다. 어느 한 학교의 동문 체육대회가 있으면 출신교와 무관하게 몰려가 회비도 내고 같이 어울려 뛴다.
초등학교는 대여섯 개가 있었고, 중학교는 두 개, 고등학교는 단 한 개가 있었던 고향, 그 중 어느 한 학교만 다녔다면 생전 첨 보는 사람도 바로 친구가 되고 말을 놓고 '야, 너'가 된다. 이 카페의 제안자이지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운영자가 된 나와 달리 그 녀석은 고향에 살면서 참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사업과 무관하진 않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는 마당발이다. 이런 녀석에게서 문자가 온 것이다.
이제 조용히 지내고 싶다... 그 동안 재미있었구 늘 건강히 지내구 그럼...안녕
깜짝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답문자를 보냈다.
아니,왜그래? 요즘 바빠서 카페도 못들어갔는데 뭔일 있었어?넌즐거움을주는좋은친구!
만우절이다 ㅋㅋ
즐겁지? 속아넘어가줘서? ㅋㅋㅋ, 다행이다. 거짓말이라서. 이눔아!!!
속아 넘어간 것이 약오르기도 했지만 나도 은근 즐거웠다. 잠시 잊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안부를 주고 받게 되었구나. 이번 달엔 고향 한 번 내려갈 일이 생기려나?
이렇게 한번 속고 나니 나도 장난끼가 발동했다. 한번 당했으니 나도 복수를 해야지. 부재중 통화로 찍힌 번호에 대고 문자를 날렸다.
저 시민광장 활동 이제 그만할까 합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힘내시고 강건하세요
(2009/04/01 11:44:18)
저쪽에서 아무 답이 없다. 놀랐을까?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전 지금 바빠서 통화를 못할 뿐이고,,,, 오늘은 '만우절'일 뿐이고....=3=3=33
(2009/04/01 11:59:13)
그랬더니 답 문자가 왔다.
(-_メ) 내 수명 5일 줄고‥ 컥‥ 지금 수원에 있고~~~~~~(생략)
재밌어서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았다. ㅋ
식약청 감시 나왔는데 걸렸어. 영업정지 3일이래. 잘 됐다. 좀 놀자!
아무 답이 없다. 조금 있다가 "만우절이다 ㅋㅋ"를 보낸다는 것이 바쁘게 일하다 보니 까먹었다.
전화가 왔다. 회의하는 중에 문자 봤는데 놀라고 걱정되어 혼났단다. ㅋㅋ, 메롱이닷!
잠깐은 놀랐지만, 지나고 나선 웃고 말잖아. 누구한테 피해 입히지 않는 이런 하얀 거짓말로 한번 유쾌하게 웃고 넘어가는게 이 삭막한 오늘에 필요한 건 아닐까?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잖아. 내게 그 친구가 소중함을 서로 확인했고, 내가 어떤 사람에게 의미있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시민토론광장(중게)에 이런 따스함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