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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이 무너뜨린 대학의 꿈, 40년 만에 이룬 할아버지
나사랑 | 2018-07-02 09:30:47 | 조회 161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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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경기화성광장 에서 함께 입력된 나사랑님의 글입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역사적 격랑기에 대학공부를 하다 결국 학업을 포기한 할어버지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를 졸업하고 맺힌 한을 풀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국립기술대학(UTN)에서 졸업장을 받은 세라핀 멘디사발. 졸업식에서 유난히 뜨거운 박수를 받은 그는 1940년생으로 올해 만 78세다.

공부를 하려면 돋보기를 써야했지만 손자뻘 학생들과 어울리며 학업에 몰두한 그는 입학 13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전공은 전자공학. 만학도의 스토리는 종종 언론에 소개되지만 할아버지의 사연은 약간 특별하다.

청년 시절 할아버지가 학업을 중단한 건 쿠데타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15살 때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꼭 대학공부를 하고 싶어 일을 하면서도 학업을 포기하진 않았다.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친 할아버지는 졸업한 뒤 돈을 모아 22살에 드디어 꿈꾸던 아르헨티나의 명문 6년제 국립기술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도 할아버진 똑똑한 모범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리더십도 뛰어나 4학년 땐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인생에 먹구름이 밀려온 건 1976년 대학 5학년 때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반체제인사를 닥치는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의 시작이다.

반체제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독한 고문을 받았지만 혐의가 없는 게 드러나면서 다행히 할아버지는 풀려났지만 이미 폐인이 된 상태였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은 할아버지는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그랬던 할아버지가 트라우마를 발견한 건 딸이 대학에 다닐 때였다. 딸의 친구가 '더러운 전쟁'에 대한 리포트를 써야 한다며 할아버지에게 증언을 부탁했다.

할아버지는 평생 잊으려 애썼던 기억을 되살리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를 회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괴로움이 시작됐다. 당시의 기억이 할아버지를 밤낮 괴롭혔다.

복수의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본 결과 할아버지에겐 대학 5학년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선 다시 대학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다.

한동안 고민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결단을 내리고 2006년 대학으로 돌아갔다. 중도에 대학공부를 포기한 지 40년 만이다. 군부 독재정권 시절 재학기록이 통째로 사라져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했지만 할아버지는 낙심하지 않았다. 6년 과정을 끝내는 데는 꼬박 13년 시간이 걸렸다.

할아버지는 "다른 건 몰라도 컴퓨터는 정말 공부하기 힘들더라"면서 "펄펄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나시온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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