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민주신당 예비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부터 있을 예비경선은 본경선 진출자를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의미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본 경선의 흥행정도와 본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1차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이 시점에서 예비경선 결과와 몇 가지 정치현안에 대한 분석과 예상을 통해 제 3기 민주개혁정부 수립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교감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을 통해 밝히게 될 필자 나름의 정세판단과 의견에 대해 가능한 많은 분들의 판단을 공유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주신당 예비경선 - 명쾌한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까?

어제 민주신당 예비경선 및 본경선 룰에 대한 메뉴얼을 살펴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대다수 언론들이 공통적인 관전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손학규-정동영의 1위 다툼과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끼리의 3위 다툼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비경선 결과발표에 대한 메뉴얼 상의 내용에 따르면, 본경선 진출자에 대한 기호순 발표와 본경선 기호추첨이 진행될 뿐이며 예비경선 순위공개는 하지 않는 것으로 분명히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어쨌든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겠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본 경선에 진출하는 후보 모두가 비공식 입수정보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언론의 설레발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아전인수격 댓글놀이에 머물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관전포인트로 보는 것은 추미애 후보가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 중 한 명을 탈락시키고 본경선에 오를 수 있느냐이다. 국민들의 시선으로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경우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을 지지하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상관없이 흥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예상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예비경선 이전에 예상해 오던 결과가 깨지는데서 오는 상대적 신선함과 호기심의 문제로 봐야 한다. 사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거의 유일하게 실현가능성이 존재하는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추론일까. 대다수 언론의 교활한 희망이 섞인 관측내용을 살펴 보면 탄핵주역이었으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을 어느 정도 견인할 수 있는 추미애 후보의 본경선 진출은 그들이 노골적인 연대의식을 갖고 타격을 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에 1차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모두가 본경선에 올라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상황을 최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손학규와 정동영 진영의 입장에서도 두 사람 모두에게 보완재로서의 가치가 분명한 추미애의 본경선 합류는 미묘한 위험성(역으로 손.정 양자간의 싸움에 캐스팅보드의 힘을 부여해 줄 수도 있는)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전략적으로 2순위표를 추미애 후보에게 몰아주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경우,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예비경선 선거인단으로 뽑힌 개혁진영 고정지지층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그들의 간악한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원치 않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에도 한가지 변수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누가 희생양이 되는냐가 그것이다. 이해찬을 제외한 두 사람 중에 그 희생양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보이기 때문에 그 전제하에 예상을 해보자.

만약 유시민 후보가 컷오프에서 탈락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은 민주신당 본 경선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접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신당 본경선은 신선함이 전혀 없는 기존에 세력을 가졌던 정치인들만의 식상한 잔치가 될 것입니다'라는.

이해찬과 한명숙의 조합만으로는 아무리 유시민이 백의종군하여 그들을 돕는다 해도 손학규와 정동영이 조직적으로 선점한 대세론에 대항하기에 역부족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추미애 후보에게까지 일부 지지세를 빼앗길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명숙 후보가 희생양이 된다면 상황은 또 다르다. 삼각편대가 모두 합류하는 것보다야 위력이 떨어지겠지만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 지지자들을 규합하기에는 두 사람의 조합만큼 이상적인 결합은 없기 때문이다. 본경선 경쟁구도에서도 명쾌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동시에 중간지대에 추미애 후보가 포지셔닝함으로써 나름대로 조화로운 구도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손학규와 정동영은 물론이고 추미애로 상징되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지지세력을 포괄한 진영 모두에게 승리하는 것이 이명박과의 본선에서도 애매모호한 위치에 서게 될지도 모를 부동층을 우리 쪽으로 돌려 세우는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이 모든 분석과 상관없이 가장 좋은 결과는 삼각편대가 손과정 모두를 상대로 명쾌한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국민들 보기에도 헷갈림의 여지가 거의 없으며 향후 경선이후에 이명박과의 승부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 효과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더 더욱 그렇다.

손학규발 자책성 악수의 의미

잘 참아왔던 부자몸조심 손학규가 드디어 본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치명적인 자책골을 넣었다. 이미 각 진영의 경선전략에 대한 일전의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손학규의 승리방정식은 공격 또 공격이 아니라 철저한 실리위주의 수비전략이었는데 초장부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개념없는 발언으로 여권 고정지지층에 침을 뱉어버린 것이다.

우선 왜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발끈했는지 이유를 찾아 보자.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정치인답게 손학규는 더이상 힘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의 눈에는 이빨이 다 빠져버린 대통령이 유독 자신을 콕 집어 도발하는데 지금까지처럼 나약하게 대응해서는 범여권 후보지지율 1위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대통령뿐만 아니라 본경선에서 맞붙게 될 경쟁자 모두가 똑같은 논리로 자신을 비난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고정지지층 일부가 자신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걱정만 하다가는 현재 지지율의 근간을 이루는 비노 반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조차 권위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차피 감수해야 할 피해라면 먼저 공세적으로 나가서 기존 지지세력에게 어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는 않았을까. 과연 손학규의 이러한 판단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본경선이 진행되면서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손학규의 이번 발언은 치명적인 악수로 판명될 것이며 그 여파는 생각보다 매우 클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타이밍을 현저히 잘못 잡았다. 둘째, 현재시점까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의 생각을 잘못 읽고 있다. 셋째, 정동영과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이 더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명백한 빌미를 제공했다.

찬찬히 하나씩 더 자세히 살펴 보자. 손학규 입장에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현재 지지율에 이미 그러한 스탠스를 통해 획득한 플러스 요인이 반영되어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플러스 요인이 있는가인데 아무리 넉넉하게 봐주어도 적절한 시점에 결정적으로 딱 한번 정도 대립각을 세운다는 전제하에 조금 남아있는 정도다.

내친 김에 어떤 시점과 논리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것까지 한번 얘기해 보자.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일 좋은 시점은 정동영 또는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 대표 중 하나가 경쟁에서 확연하게 밀리는 경우다. 다시 말해 자신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유력경쟁 후보 한 사람이 떨어져 나갔을 시점에 그 탄력을 활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와 추가적인 이득은 누가 떨어져 나갔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정동영이 최후의 경쟁자로 남는 경우는 누가 더 확실한 비노인가를 증명하는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쉽게 이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남았다는 것은 이미 지지층에서 비노후보 진영을 선택했다는 증거가 될테니 말이다.

참여정부 계승 후보군 대표가 남았을 경우는 대립각 카드는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노대표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부분적인 이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여권 고정지지층의 역린을 건드릴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대립각 카드를 쓰더라도 국민정서가 이미 대통령을 떠났다는 식의 현실론을 주장하며 이미 그런 정세판단을 수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지지층의 마음을 흔드는 식만이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것도 여전히 위에서 언급한 위험성을 감수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손학규는 비노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생각을 잘못 읽고 있다. 하긴 어차피 그 길 이외에는 손학규의 본경선 승리와 본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비노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야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 보이진 않지만 반한나라당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득실을 계산할 때 더욱 중요한 기준인 비중에서도 후자쪽의 지지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까지 이르면 손학규의 선택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가 분명해진다.

이번 발언은 반한나라당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지지자들에게 정면으로 침을 뱉는 닭짓이다. 한나라당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도 아니고 한발 더 나가서 발언하는 손학규를 보아야 하는 이들의 심경을 도대체 알기나 한지 모르겠다. 그 댓가를 본경선이 진행되는 내내 손학규는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간 국민들에 눈에 과도하게 견제받고 공격받고 있다는 식의 과분한 포지셔닝에 성공 해왔던 손학규 스스로가 이유있는 비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던 경쟁자들에게 확실한 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패착으로 작용하게될 것이다.

과거의 행적이나 발언을 대상으로 한 비판과 본경선을 코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내뱉은 발언의 시점이나 내용적으로 볼 때 '나는 여전히 한나라당 정체성을 가진 후보입니다'라는 자백성 발언을 근거로 한 공세는 파괴력면에서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분명 손학규는 경선에서 패배를 자인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시점이 오면 이번 닭짓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정동영의 반칙과 민주신당 지도부의 구태스러움.

정동영이 아무리 반칙이 아니라거나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더라도 국민도, 언론도, 지지자도 그가 이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음은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필요에 의해서 그런 평가를 굳이 수면위로 확연히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물론 정동영 스스로도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모르지 않는다. 다만 개의치 않을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 달성하면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믿으니까. 다른 모든 이유를 구구절절히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막돼 먹은 마인드 하나만으로도 정동영은 지지자와 국민의 심판을 받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본경선 합류까지가 정동영이 그동안 저질러 온 못된 행태에도 불구하고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더이상 지지자와 국민은 정동영의 위선적이며 뻔뻔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준엄한 철퇴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으니 정치 자영업자들의 탐욕스럽고 입발린 지지에 근거한 허망한 기대와 정당하지 못한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기를 바란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주신당 지도부는 지금까지 저질러 온 개념없는 짓을 또 벌이려 하고 있다. 이번 국회를 이명박 국감으로 만들어 반전을 꾀하겠다는 얕은 수를 쓰겠다는 것인데 이는 위에서 자근자근 씹어주었던 손학규의 닭짓과 마찬가지로 되려 이명박의 내성만 키워주고 국민들의 양비론과 정치혐오에 부채질을 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게다가 비노 반한나라 스탠스로 뭉친 당 아니랄까봐 깜도 안되는 정윤재 의혹 특검에 동조하는 자세까지 취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검결과에 상관없이 민주신당 지도부가 이를 합의하는 것 만으로 국민들은 임기말년 권력층의 비리로 이를 기정사실화 해버릴 것이다. 조중동을 위시한 조폭언론들의 저주의 나팔 소리와 함께 말이다.

한나라당과 다름을 증명하기는커녕 똑같거나 더한 정치세력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짓을 지도부라는 인간들이 하고 있는걸 보면 복창이 터지다 못해 미쳐버릴 지경이다. 제발 요행수 바라지 말고 안되는 머리로 자충수 두지 말고 공정한 경선관리에나 신경써 다오. 그게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 길이지 않겠나.

이런 말까지 하면 너무 심할지 모르겠지만 능력이나 자격은 없을지 몰라도 눈치와 교활함에서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한나라당 강재섭을 필두로 한 지도부보다도 더 못한 자들이다. 제발 부탁이니 너희들이 앞으로 정말 무서워 하게 될 민주신당 대선후보한테 작살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상황판단 좀 하면서 몸 좀 사려라.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을 짊어질 후보들이여

위에서 구구절절히 언급한 것처럼 악재가 많고도 많다. 국민들의 시선을 다시 돌리고 지지를 되찾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에는 최악의 환경임도 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서 희망을 놓치 않는 소수이지만 일당백의 지지자들이 신념을 가지고 뒤에 단단히 버티고 있음을 잊지 말라.

아무리 내부의 적이 당신들을 모욕하고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현명한 국민들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랜 시간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왔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되살리고 오해와 편견을 깰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치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당신들이 꿈꾸는 세상이 국민들 대다수가 꿈꾸는 세상과 다르지 않음을 온 마음을 다해 증명하고 설명하고 호소하라. 국민과 당신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강고한 왜곡의 벽을 구축하고 있는 적의 악랄함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식의 대답없는 메아리에 매여있지 말고 그 어떤 장애물도 막을 수 없는 현명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진실한 국민과의 소통에 모든 것을 던지기를 바란다. 당신들을 비롯한 우리 지지자 모두와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기적같이 통하게 될 12월 19일의 환희를 기약해 본다.